[맛있는 영화] 플랜맨, 그러니까 일단 힐링?
Good – 로맨틱 코미디 좋아하는 사람
Bad – 마냥 말랑말랑 기대한 사람
평점 - ★★★☆
[플랜맨] 시사회에 다녀와서 쓰는 리뷰입니다.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이라는 곳을 정말로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마을 버스를 내리고서도 산 꼭대기로 올라가야지만 있을 줄이야. 게다가 무지하게 불친절한 티켓 배부처 탓에 완전 실망을 한 터라 영화에 대해서 아무래도 기대가 낮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는 여자] 이후로 오랜만에 돌아오는 달달한 느낌의 ‘정재영’과 언제나 밝은 느낌을 주는 ‘한지민’의 조합은 물론 기대가 컸지만 말이죠. 영화가 시작이 되기 전에 그녀가 불렀던 노래가 내내 평화의 전당에 울렸습니다. 미리 씨네 21을 통해서 접한 것처럼 그녀의 노래가 매우 뛰어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적당히 발랄하고 기쁜 느낌을 주는 것은 분명한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이 영화 그냥 마냥 마음 편하게 보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영화도 사실입니다. 서로의 마음에 상처가 있는 이들이 치유를 해가면서 연애를 하는 이야기이니 말입니다. 조금 편하게 보고 싶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이야기 자체가 다소 무거운 편이죠. 나름 로코에 대한 갈증을 달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조금 아쉬운 느낌을 주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드라마 멜로로도 접근한다면 꽤나 흥미로울 수도 있는 영화입니다. 도대체 왜 ‘정재영’이 맡은 ‘한정석’이라는 캐릭터가 완벽하게 모든 것을 다 정해놓고 해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손톱이 길면 안 되는 것인지 등에 대해서 이야기가 되기는 하지만 그게 너무나도 늦게 이야기가 된다는 것이 바로 문제입니다. 사실 여화라는 장르의 특성은 관객들이 그 인물에 대해서 얼마나 공감을 하고 이해를 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 파급력이 달라진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경우에는 관객들이 우선 캐릭터를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런 상황에 빠져들고 나서 그것이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에 대해서 생각을 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건 조금 편안하게 이야기가 마무리가 되려던 순간 다시 이야기를 난감하게 만드는 것임과 동시에 관객들로 하여금 다시 한 번 이야기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만듭니다. 물론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아, 이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는 되지만 그래도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그것이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는 거죠. 특히나 마지막 결론부를 보기 전까지는 정확히 ‘정재영’에 대해서 그려지지 않기에 더욱 난감한 느낌입니다. 단순히 말랑말랑한 영화만을 보기 위해서 극장으로 간다면 무조건 후회를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열한 시]라는 영화를 통해서 최근 관객들과 만난 ‘정재영’은 그를 가장 많이 기억하는 [아는 여자]와 비슷한 로맨스의 느낌을 풍기며 돌아왔습니다. 그가 맡은 캐릭터는 이전에 그가 맡았던 캐릭터와 명확히 다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모르게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소 난감한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매력적으로 이 역할을 소화합니다.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그런 애매한 역할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실하게 사회에 참여를 하는. 그리고 세상이라는 곳을 향해서 한 발, 한 발 내딛는 그런 느낌이 꽤나 매력적이고 귀엽게 그려져 있습니다. 물론 배우가 제대로 연기를 하는 것도 있겠지만 캐릭터 자체의 매력 역시 꽤나 큰 편입니다. [얼한 시]가 의미가 있는 영화이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감한 영화였던 것과는 다른 의미로 그는 난감하지만 그럼에도 매력적인 무언가를 선보이죠. 그러나 한 가지가 빠진 이 역할을 적극적으로 감독이 해명하려는 순간부터 영화는 급격하게 무너져버리고 맙니다. 그렇게 자세하게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감독은 ‘한정석’ 캐릭터를 정확히 묘사하는데 그것이 관객으로 어떠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기는 하지만 아쉬움 역시 짙게 묻어납니다. 고치를 뚫고 벗어나는 나비라기 보다는 나방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한지민’은 그 동안 ‘한효주’ 등이 보여주었던 발랄한 역할을 보이는데 생각 이상으로 매력을 보이지만 다소 심심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정재영’ 같은 경우에는 그 동안 다양한 영화들을 넘나들면서 다양한 역할들을 보여주었던 것과 다르게 ‘한지민’ 같은 경우에는 그 동안 다소 긍정적인 느낌을 주는 것에 올인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그녀와 부정적인 이미지를 연결하기는 어려운데요. 바로 이러한 점이 이 역할을 통해서도 그녀가 보여줄 수 있는 어떠한 한계를 철저하게 막아놓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캐릭터를 묘사를 하더라도 되었을 것 같은데 다소 아쉬움이 묻어납니다. 초반에 이 영화는 ‘정재영’과 ‘한지민’ 두 사람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이야기였다가 이후 자연스럽게 ‘정재영’이 가지고 있는 아픔으로 포커스를 맞추면서 더더욱 이러한 느낌이 짙게 묻어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초반에는 말 그대로 또라이같고 미친년 같은 역할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지만 이야기가 진행이 되면 될수록 그냥 평범하고 익숙한 그런 느낌을 주는 캐릭터로 변해버리고 마는 것이죠. 조금 더 발랄하고 독특한 캐릭터가 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묻어납니다.
2014년 첫 로맨틱 코미디 영화인 만큼 그냥 말랑말랑하게 보기에는 나쁘지 않은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무겁습니다. 마치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을 보러 가서 당황한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냥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영화를 생각을 했는데 영화 안에 담겨 있는 것은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이해를 하는 그런 내용이기 때문이죠. 물론 이것 역시 그다지 나쁜 것은 아닐 겁니다. 정신과 의사로 분하는 ‘김지영’을 필두로 서로의 상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특별한 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였으니 말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단점은 정확히 그리고자 하는 이야기가 한 가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한지민’의 이야기에서 자연스럽게 ‘정재영’의 이야기로 가는 것이 아니라, ‘한지민’이 맡은 배역의 이야기를 하다가 ‘정재영’의 이야기로 뛰어버리거든요. 물론 그를 통해서 그녀가 한 순간 결심을 하고 모든 과거를 떨어낸다는 것을 이야기를 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더 자세한 것들을 설명하지는 않는 느낌입니다. 괜찮은 배우들로 만날 수 있는 괜찮은 영화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많이 묻어나지 않나 싶습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정재영의 고백 TIME
둘 – 기절한 정재영에 패닉에 빠지는 한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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