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우 팬픽] 새 눈이 오면 10
“돈은 그게 전부에요.”
지현은 눈물을 흘리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그러니.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내가 이깟 푼돈이나 벌자고 지금 아줌마를 데리고 온 줄 알아요? 아줌마 제발 제대로 정신 좀 차려.”
“잘못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지현은 주위를 미친 듯 둘러봤다. 하지만 평소에도 어둡던 골목은 오늘 따라 가로등마저 고장이 나버렸다.
“도대체 저에게 왜 이러는 거예요?”
“이유가 있나?”
“살려주세요.”
“이미 내 얼굴을 봤잖아.”
수현은 마스크를 내리고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절대로 그 누구에게도 당신을 봤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을게요. 믿어주세요. 절대로 그러지 않아요.”
“내가 당신을 어떻게 믿지?”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당신은 이미 너무 많은 것을 봤어.”
수현은 고개를 한 번 갸웃하고는 손을 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지현에게 그 손을 내렸다. 지현은 머리가 깨진 상황에서도 가방을 품에 안았다.
“살려주세요.”
“이미 늦었어.”
“어린 아이가. 어린 아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어요.”
“내가 그 따위 말을 왜 들어야 하는 거지?”
“하지만.”
“그러니까 착하게 살아야 할 거 아니야. 다른 사람이 당신을 죽이고 싶지는 않게. 안 그래? 그런 건 당연한 거지.”
“살려주세요.”
수현은 다시 한 번 손을 높이 들었다.
“안 돼. 안 된다고!”
“아저씨 괜찮아요?”
“으헉.”
수현은 현우를 보고 짧게 비명을 내질렀다.
“아저씨 땀 좀 봐.”
현우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수현의 땀을 닦았다.
“도대체 무슨 무서운 꿈을 꾸기에 그렇게 비명을 질러요.”
“여기는 왜 온 거야?”
“네?”
“여기는 내 방이야.”
“알아요.”
현우가 입을 살짝 내밀었다.
“나도 별로 오고 싶지 않았다고요.”
“그럼 나가.”
“아저씨가 그렇게 비명을 질렀잖아요. 살려달라고. 나는 지금 아저씨 걱정을 해서 여기에 온 거라고요.”
“내 걱정?”
수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도대체 네가 왜 내 걱정을 하는 거지?”
“네?”
“네가 보기에 내가 그렇게 한심한가?”
“아저씨.”
“나가라고.”
수현은 이마를 짚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내 방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건 제발 신경도 쓰지 마. 네가 신경을 쓸 일이 아니니까.”
“아니 도대체 어떻게 그래요? 아저씨는 지금 나를 어떻게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한 집에서 사는 사람이라고요.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 가족. 가족이라는 것 아닌가요?”
“아니.”
수현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저 너의 보호자야.”
“그러니까 그게.”
“다르다.”
현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다른 거군요?”
“그래.”
“죄송합니다.”
“얼른 꺼져.”
“네. 알겠다고요.”
현우는 입을 내밀고 그의 방을 나섰다. 수현은 다시 자리에 누우며 눈을 감았다. 아직도 그 영상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나는 죽이고 싶지 않았어.”
어린 나이. 단순히 더 많은 돈을 준다고 해서 했던 일. 그 어떤 죄책감 같은 것도 남겨지지 않았다. 그저 그 여자가 나쁜 짓을 한 사람이라는 것. 그거 하나만 듣고 그런 일을 했던 거니까. 하지만 그 여자가 그런 짓을 한 사람이 아니고 자신이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순간 이미 모든 것은 늦어버렸다.
“왜 이렇게 감상적이게 되는 거야.”
그녀의 아이를 제대로 키우는 것이 그녀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속죄였지만 그마저도 이제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현우를 보면 자꾸만 지현의 얼굴이 떠올라서 불쾌하고 죄책감이 커지는 수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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