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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영화] 잉투기, 눅눅한 치토스

권정선재 2014. 1. 6. 07:00

[맛있는 영화] 잉투기, 눅눅한 치토스

 

Good 그대도 잉여라면

Bad 잉여는 무슨. 게으른 족속들

평점 - ★★★☆

 

올해가 확실히 잉여가 대세인 모양입니다. [잉여들의 히치하이킹]과 같은 잉여를 소재로 하고 있는 [잉투기]는 조금 더 마이너한 느낌입니다. 현피라는 것을 모티브로 두고 있는 이야기인데요. 온라인 커뮤니티만을 통해서 대화를 하던 이들이 실제로 만나서 싸움을 하는 것을 모티브로 두고 있는 만큼 이 이야기는 확실히 마이너한 감성을 가지고 있는 영화입니다. 그러다 보니 확실히 우울하고 조금 찌질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정확히 무슨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죠. 그냥 그 자리에 존재하는 그냥 그런 존재들의 이야기인데 아무래도 불편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뭔가 최선을 다 하지 않는 것 같기 때문이죠. 그런데 단순히 이걸 그들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그 누구도 쉽게 대답을 하지 못할 겁니다. 애초에 세상이 먼저 그들에게 최선을 다 하라고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으니 말이죠. 그들이 아무리 최선을 다하려고 하더라도 너희들이 아는 것은 모든 것이 아니야. 너희들이 하는 것은 바른 것이 아니야.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청춘들을 멋대로 움직이려고 하니 애초에 힘이 쫙 빠져버리고 마는 거죠. 늘 시키는대로만 하는 그런 잉여 인생들이 세상을 향해서 나아가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잉투기 (2013)

8.1
감독
엄태화
출연
엄태구, 류혜영, 권율, 김준배, 김희상
정보
| 한국 | 99 분 | 201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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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마이너한 삶을 바탕으로 두고 있는 만큼 그 문화를 기본적으로 이해하지 않는다면 참 난해한 느낌의 영화였습니다. [잉여들의 히치 하이킹]의 경우에는 자신이 정말로 무언가를 하고 싶은 건지를 모르는 그런 청춘들의 이야기를 일부러 꾸며내지 않고 덤덤하게 그려내고 있다면 [잉투기]는 조금 더 그 문화 자체의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청춘들의 이야기는 분명 아니지만 말이죠. 하지만 두 영화가 공통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세상에서 그 누구도 그들이 무언가를 할 수 없다고 생각을 한 순간 노력을 하면서 세상으로 한 발 내딛는다는 거죠. 그리고 이건 비단 영화 속의 상황만은 아닐 겁니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은 채로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그러니까 그냥 집에만 있을 거야. 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까 앞으로 나아가! 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죠. 약간 엉성한 느낌에 하나의 목적만을 이야기를 하기에는 조금 이것저것 섞여 있어서 난감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또래의 이야기라서 더욱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마이너한 감성의 마니아 영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 살아있는 이들의 이야기 같은 것이 묻어나거든요.

 

주인공 태식은 중고 거래를 하러 갔다가 공격을 당한 후 약간 폐인처럼? 살게 되는 인물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딱히 주지 않는 그는 세상에 부끄러운 존재가 되고 나서 멘붕 상태에 빠집니다. 그리고 그가 믿고 있던 엄마도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그다지 쉽고 녹록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도 묘한 감상에 빠지게도 됩니다. 그가 생각을 하기에 늘 어머니라는 존재는 강하고 자신은 그 뒤에 가만히 숨어있어도 된다고 생각을 하지만 자신이 직접 움직이지 않으면 그 무엇도 해결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거죠. 나이는 많이 먹었지만 여전히 둥지를 벗어나지 못한 어린 새는 강제적인 충격으로 인해서 밖으로 나오게 되고 스스로 복수를 하기 위해서 움직이면서 자립이라는 것을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특히나 엄마가 혼자서라도 이민을 가겠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더 이상 같이 살지는 못하지만이라고 말을 할 때, 지금도 같이 사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라고 툭 내뱉는 그 느낌. 비록 그를 무조건 잘했어. 라고 쓰다듬어주면서 칭찬을 해주기는 어렵지만 자신의 지금 상황과 앞으로의 느낌 같은 것을 잘 묘사하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그리 섬세하게 감정을 묘사하는 역할은 아니지만 주먹을 꽉 쥐고서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그다지 나빠보이지는 않습니다. 약간 무심하게, 그리고 강한 인상과는 다르게 여린 모습도 지니고 있는 것이 꽤나 매력적인 느낌입니다.

 

여고셍 영자를 맡은 류혜영역시 자신의 욕망이나 욕구에 대해서 제대로 모른 채로 그냥 지쳐있는 그런 존재입니다. 그녀는 처음에는 단순히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이유를 가지고 태식을 돕게 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 역시도 그 일에 대해서 진심으로 뛰어들게 됩니다. 과거 운동을 했던 그녀는 정말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게 되는 거죠. 학교에서도 다른 아이들과 제대로 어울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인지도 몰랐던 그녀는 그저 인터넷 방송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잉여로 버텨 나갑니다. 그저 거기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그녀를 좋아하고 흥미있어 하니 그 자체에 대해서 좋아하고 즐기는 거죠. 거기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 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지금 이 순간 즐거우면 그만. 약간 이런 느낌이죠. 그런 그녀가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결국 자신의 모습도 발견하게 되는 것은 결국 영자만의 이야기가 아닐 겁니다. 우리들도 정말로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절실하게 하고 싶은 것. 해내고 싶은 것에 대해서 생각도 해보지 않은 채로 움직이고 있으니 말이죠. 천진하면서도 까칠한 여고생의 느낌이 꽤나 잘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권율이 맡은 희준은 딱히 뭐 하나 부족한 것이 없지만 반대로 뭐 하나 하고 싶은 것도 없는 그냥 그런 잉여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그다지 불쌍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인물들과 다르게 그는 조금이라도 움직이게 된다면, 스스로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고 말만 한다면 다른 상황이 올 수도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그는 절실하게 무엇을 찾아서 헤매지 않습니다. ‘태식이 복수를 하기 위해서 운동을 시작을 할 때도 그는 단순히 흥미를 위해서 그와 같이 어울려 다닙니다. 정작 자신이 간절하게 바라는 것. 그리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생각을 하지 않죠. 그리고 그러한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해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고요. 정말 제대로 사람들이 생각을 하는 잉여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캐릭터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물론 그 역시 자신이 정말로 무언가를 해야 하는지 모르는 그런 가련한 청춘이기는 하지만 말이죠.

 

전반적으로 그냥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 그런 청춘들의 이야기인 만큼 그 찌질함의 강도가 꽤나 강한 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앞을 향해서 노력을 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물론 그들의 행위가 얼마나 멋진 행동인지. 그리고 정말로 잉여력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찰을 할 수 있는 부분인지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는 사람마다는 다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을 향해서 나아가려고 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청춘의 아픔과 그들이 꿈이 없는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동시에 그들만의 방법으로 그것을 타개하려고 하다 보니 그것이 명확하게 그려지지는 않은 것 같아서 조금 아쉽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진정한 잉여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마이너적 감성의 매력적인 영화 [잉투기]입니다.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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