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용의자, 어딘가 본 것 같은데 퓨전!
Good – 액션 영화 팬
Bad – 곱상한 공유의 팬
평점 - ★★★☆
꽤나 액션이 거친 영화인 데다가 ‘공유’가 몇 년 전 한 말 탓에 그다지 끌리지 않았던 영화지만 수많은 관객들이 선택을 한 만큼 뒤늦게 극장으로 가서 보게 된 영화입니다. [용의자]는 어디에서 본 것 같으면서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진행할 줄 아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습니다. 그 동안 남파 간첩이 나오는 영화들이 항상 이런 식으로 흘러갔으니까요. 사실은 그들은 국가에게서 버림을 받은 것이고 자신을 받아줄 또 다른 이를 찾고 있었으며 그 가운데에서 자신의 가족을 절실하게 그리고 찾고자 한다는 것을 말이죠. [베를린]에서도 이러한 흔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고, 지난해 큰 흥행을 거두었던 [은밀하게 위대하게] 역시 이러한 이야기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상황 상 이러한 포맷이 비슷하게 반복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아닌 새로운 적을 설정하는 것 역시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고 말이죠. 게다가 관객들을 쉽게 설득을 하기 위해서는 이미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상대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유리할 겁니다. 다만 이 영화 본 것 같으면서도 조금 더 강하게 그리고 묵직하게 밀어붙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어설픈 감상이 들어가지 않은 것은 아니기에 그 부분은 분명히 아쉽습니다. 조금만 더 그 부분을 덜어낼 수 있다면 더 매력적이었을 텐데 말이죠. 하지만 그 감상적인 부분을 덜어내게 된다면 도대체 왜 주인공 ‘지동철’이 그런 식으로 움직여야만 하는지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을 할 수가 없기에 아쉬운 부분이지만 살아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데 바로 이 부분에서 또 하나의 아쉬움이 묻어납니다. 분명히 이 영화의 주인공은 ‘공유’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에게 모든 것을 다 기대는 영화는 절대로 아닙니다. 오히려 그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인물들의 갈등이 더욱 더 크게 다가오는 영화입니다. 크게는 ‘박희순’가 ‘조성하’의 대결 속에서 그저 소품처럼 이용되고 버려지는 그의 이야기가 중심이기 떄문이죠. 여기에서 그의 자리는 그다지 넓지는 않습니다. 그저 ‘공유’의 위치는 따라가는 거고 그와 같이 움직이는 것이 전부인 역할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꽤나 스타일리쉬하게 만들어진 영상까지 아쉬운 것은 아닙니다. 요 근래 나왔던 그 어떤 영화보다도 매력적으로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카체이싱이 대단하다고 홍보를 했던 [내가 살인범이다]보다도 더 화려한 영상을 들고 나왔습니다. 여성 관객은 물론 남성 관객까지 푹 빠질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동철’ 역을 맡은 ‘공유’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대사를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았습니다. 도대체 왜 그렇게 어색한 연기를 보이는 건지 연기를 못하는 배우도 아닌데 아쉽더군요. 아무래도 그 동안 ‘공유’라는 배우를 생각을 하면 조금은 말랑말랑한 역할을 하는 배우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이건 그에게 있어서 일종의 한계와도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그 동안 어떠한 역할을 하건 지금 이 역할로 확 들어올 수 있어야 하는데 ‘공유’에게는 그러한 것이 제대로 보이지 않거든요. 그리고 약간 어설픈 무언가 역시도 묻어나는 느낌입니다. 수많은 그의 팬들이 이제는 제발 그가 검게 태우지 않기를 바라고 동시에 짧은 머리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도대체 왜 그런 말들을 하는 것인지 영화에서 고스란히 보여지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아쉬운 연기에도 불구하고 그는 선굵은 액션을 꽤나 제대로 소화합니다. 특히나 직접 소화했다는 교수형 장면은 보면서도 꽤나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정작 이야기의 중심에 그가 놓여있지 않다는 거이 아쉬운 느낌입니다. 영화가 아무리 진행이 되고 그 안에서 ‘공유’가 아무리 뛰어다니더라도 결국 그는 소품에 불과하며 다른 사람들이 생각을 하는 그대로 움직이는 것에 불과하니 말이죠. 아무리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하더라도 전혀 그런 느낌을 주지 못합니다. 수많은 액션을 직접 소화하면서 노력을 했지만 정작 스토리 진행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기에 배우로도 아쉬워 보입니다.
‘조성하’는 국정원 직원이자 거대한 그림을 그리는 제대로 악랄한 역할을 맡았습니다. 최근 드라마를 통해서 성실하고 다정한 남편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과는 다소 다른 모습인데 그 섬칫하면서도 잔혹한 모습을 꽤나 잘 소화하는 모습이 매력적입니다. 특히나 많은 대화를 소화하지 않고 몸으로 대화를 하는 ‘공유’와는 다르게 조금 더 많은 대사를 나누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도대체 왜 이런 것인지 설명을 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일부러 과장하거나 그러한 느낌은 묻어나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의 캐릭터라면 당연히 이렇게 행동을 했을 거야. 라는 생각이 들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이 안에 담겨 있는 그의 욕망 같은 것도 전혀 과장을 한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그려지는 느낌이 듭니다. 게다가 동시에 한 캐릭터가 아니라 여러 캐릭터들과 동시에 부딪치면서 끊임없이 관객들을 교란시키는데 이러한 역할 역시 완벽하게 소화하더라고요. 관객들을 능수능란하게 속이면서 정작 자신도 그 판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느낌입니다. 워낙 베테랑 배우이다 보니 연기에 구멍도 하나 없이 완벽히 자신의 역할을 소화합니다.
‘박희순’은 혹독한 군인으로 자신이 믿는 것을 위해서 움직이는 존재이지만 그와 동시에 치밀하게 생각을 할 수도 있는 인물입니다. 마치 [의혀제] 안의 ‘송강호’와 같은 인물이고, [베를린] 안에서 ‘한석규’ 같다고 해야 할까요? ‘지동철’의 입장에서는 그를 단순히 적이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곗지만 반대의 입장에서는 그냥 적이라고 이야기를 하기에는 꽤나 복잡하게 구성이 되어 있는 느낌입니다. 단순히 적이라고 생각을 하기에는 일종의 친구이자 동반자와 같은 느낌으로 설정이 되었으니 말이죠. 꽤나 선이 굵고 초반에 등장하는 모습은 강렬하지만 다소 아쉽게 이야기가 진행이 될수록 이것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는 느낌입니다. 몸으로 움직이는 역할이 두뇌 게임으로 자연스럽게 움직이면서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조금 아쉬운 역할이 되었습니다.
‘김성균’은 ‘공유’가 쫓는 인물이자 역시나 북한에서 내려온 인물 역을 맡았는데 다정하던 ‘삼천포’의 얼굴은 이미 지워졌더라고요. 그가 처음 영화에서 등장할 때는 관객들 역시 ‘삼천포’의 이미지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인지 쿡. 하고 먼저 웃음을 터뜨렸지만 자연스럽게 영화가 진행이 됨에 따라서 그의 악랄함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그 동안 그는 수많은 영화에서 미치광이 역을 제대로 소화했으니 말이죠. 이번 영화에서 그는 자신의 운명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한 채로 그저 살아나고자 발버둥치는 거미줄에 걸린 먹잇감과 같은 모습을 선보입니다. 그가 살기 위해서 발버둥을 칠수록 주위까지 같이 얽히게 되는 거죠. ‘공유’의 가장 절친한 친구이자 반대로 그의 원수이기도 하는 꽤나 복잡한 인물입니다.
영화의 홍일점이자 가장 많은 키를 쥐고 있는 ‘최경희’ 역을 맡은 ‘유다인’은 다소 민폐 캐릭터인 동시에 비밀을 가진 인물입니다. 그녀의 정체는 후로 갈수록 점점 더 커지는데 그녀 역시 ‘공유’와 마찬가지로 단순히 이야기가 진행이 되는 동안 소품으로 활용이 되면서 동시에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는 인물입니다. 비록 초반에는 그냥 끌려다니기만 하고 도대체 왜 그녀가 그러한 행동들을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지만 이야기가 진행이 되고 나서 그녀의 선택에 대한 설명이 되고 나서는 그녀의 선택에 대해서 나름 응원도 할 수 있게 되는 느낌입니다. 물론 거기까지 가는 것이 그리 수월한 느낌은 아니지만 말이죠. 거친 액션 속에서도 그녀는 하나도 밀려나지 않으면서 자신의 그림을 제대로 그리고 자신의 여기를 제대로 완성하는 느낌입니다. 수동적인 여성의 모습과 동시에 능동적인 여성을 그리면서 꽤나 매력적인 캐릭터를 완성해냈습니다.
그 동안 보여주었던 수많은 간첩 영화와는 다르지 않지만 액션이 훌륭하다는 점은 분명히 인정할 수밖에 없는 영화입니다. 다만 이 액션이 훌륭하기 위해서 보여준 것들이 조금 아쉽습니다. 그냥 짐승과도 같은 사내가 자시의 복수를 하는 이야기라면 조금 더 간단하게 이어질 수도 있었을 겁니다. 나름 괜찮은 영화인 데다가 한국 액션 영화치고 정말로 괜찮은 영화가 되었지만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에 어설픈 감상주의로 넘어간 까닭에 그 가치가 조금 빛을 잃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마지막 부분이 사족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조금 더 여운을 남기는 결말이 어땠을까? 하는 그런 아쉬움이라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뭐 이러거나 저러거나 매력 있는 영화라는 사실은 분명하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생각 이상으로 깔끔하고 멋진 액션을 보이는 영화입니다. 남자건 여자건 모두가 편하게 볼 수 있는. 생각보다는 덜 잔인해서 참 다행이었던 [용의자]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눈을 뗄 수 없는 카체이싱
둘 – 모든 것을 다 잃고 절규하는 ‘공유’
'☆ 문화 > 맛있는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맛있는 영화] 타잔, 기대가 너무 컸나? (0) | 2014.01.10 |
---|---|
[맛있는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오래 끓은 스프 (0) | 2014.01.08 |
[맛있는 영화] 잉투기, 눅눅한 치토스 (0) | 2014.01.06 |
[맛있는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향락의 파멸 (0) | 2014.01.05 |
[맛있는 영화] 엔더스 게임, 숙성이 모자라 (0) | 2014.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