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소설 영화와 만나다, 가장 맛있는 조합
Good – 김영하의 소설을 좋아한 사람
Bad – 단편 영화 모음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
평점 - ★★★☆
대한민국에서 문예창작학과를 다니는 학생이라면 무조건 접할, 그리고 국어국문학과에서 현대문학을 전공해도 무조건 만나야 하는 ‘김영하’의 소설은 기발합니다. 사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소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지나칠 정도로 진지하게 이야기가 진행이 되는 것 같았고 그 안에 담겨 있는 것들은 뭔가를 곰곰이 생각을 해서 얻어야만 하는 그런 도와도 같은 것이었으니까요. 그냥 평범하게 소설을 읽으면서 머리를 비우고 쉬고 싶은 사람에게 소설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당시에 일본 소설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일본 소설은 우리나라 소설보다 많이 가벼우면서 그냥 가볍게 즐기기 딱 좋았거든요. 그러한 점에서 ‘김영하’의 소설은 다시 한국 소설로 돌아오기에 딱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그 어떤 한국 소설보다도 현실적이면서 동시에 독자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것들이었으니까요. 물론 이러한 기발함 탓에 그의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 영화와 만나다]는 영화화가 되었고 소설과는 조금 다른 그러면서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원작 소설을 보면서 가졌던 기대가 고스란히 살아난 영화입니다.
소설, 영화와 만나다 (2013)
아무래도 소설 원작 영화는 독자들이 상상한 것보다는 조금 덜 할 수밖에 없기에 아쉬움이 묻어나는데 [소설 영화와 만나다]는 묘하게 다른 이야기를 하기에 그나마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전반적으로 다루는 방법이 조금 아쉽기는 합니다. 세 편의 영화가 가지고 있는 무게가 지나칠 정도로 다르기 때문이죠. 물론 ‘김영하’ 작가의 다양한 작품들을 동시에 만나게 하기 위해서는 이게 가장 옳은 방법이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세 편의 결이 조금은 비슷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특히나 가운데에 끼어있는 [더미]의 경우 지나칠 정도로 묵직하고 어딘지 모르게 두려운 마음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니 만큼 차라리 그 편을 맨 앞에 넣어서 조금씩 관객들이 편하게 가게 하거나, 그 반대를 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거든요. 하지만 전바적으로 괜찮은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들과 괜찮은 시나리오는 영화를 끝까지 지켜보게 만듭니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유쾌함 역시 끝까지 시선을 잡게 하는 부분이죠. 다만 세 편의 이야기를 감독들이 자신만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기에 두 번째 이야기의 경우 다른 작품에 비해서 조금 난감하게 느껴지게 되더라고요. 물론 세 편의 이야기가 모두 만나게 된 [소설 영화와 만나다]를 보고 나서는 다른 작품도 이랬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주완’이 주연을 맡은 [비상구]는 하살표 모양 문신을 한 여자와 그녀의 남자친구에 그냥 별 것 아닌 것 같은 이야기입니다. 그 누구에게도 위로를 받을 수 없는. 백수와 창녀의 사랑 이야기는 아무리 그들이 아픈 삶을 살고 있더라도 누구에게 쉽게 위로를 해달라고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겁니다. 애초에 그들이 그러한 삶을 선택했다고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이니 말이죠. 사실 그들도 세상이 자신들을 그런 식으로 대접하는 것에 대해서 그다지 불만을 가지지 않습니다. 어차피 자기들의 자리가 그렇게 낮은 곳에 있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으니 말이죠. 하지만 자신의 손님에게 폭행을 당한 여자친구의 복수를 위해서 나름 움직이게 되는 거죠. 더 이상 자신의 삶에 대해서 아무런 미련도 가지고 있지 않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지. 라는 절실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던 존재가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공간마저도 침범을 당하니까 결국 움직이게 되는 겁니다. 세상 그 누구도 자신들에 대해서 신경을 써주지 않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 자신의 삶에 대해서 처절한 욕망과 마지막 남은 힘을 가지고 움직일 수가 있는 거죠. 원작 소설을 최대한 비슷하게 살린 만큼 조금 더 파격적인 노출 등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야하기만 한 영화는 아니고요. ‘한주완’의 약간 능글맞은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 [더 바디]는 계속 해서 뭔가 묘한 느낌을 풍기며 무슨 일이 벌어질 것처럼 이야기를 합니다. 거기에서 풍겨오는 그 묘한 분위기 같은 것이 꽤나 강렬합니다. 소녀의 더미가 방에 있고 그들은 그것에 대해서 별 것 아닌 것처럼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행동을 하지만 주인공은 그 소녀의 더미가 뭔가 묘하고 이상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냥 아무렇지 않게 그것을 받아들이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불편하기 때문이죠. 무언가를 꽁꽁 숨기고 있는 것 같은 더미의 존재와 그런 소녀에 대해서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 그 분위기 자체가 뭔가 묘합니다. 특히나 관객들에게도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에 대해서 상세하게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 만큼 마치 공포 영화를 보는 것처럼 무슨 일이 벌어질 것처럼 느껴지는 그 느낌이 그다지 유쾌하게만 그려지지는 않습니다. 세 편 모두 명확한 답은 없지만 유난히 더 모호하게 이야기가 꾸려지는 느낌입니다.
[번개와 춤을]은 번개를 맞은 후에 요의를 느끼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인데 꽤나 유쾌한 감성으로 쓰였습니다. 소설도 꽤나 신기하고 즐거운? 느낌으로 쓰였는데 영화는 더 밝더라고요. 특히나 단순히 번개를 맞고 살아남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로 특정한 상황이 되면 계속 소변이 마려운 여자가 주인공으로 나오기에 더 즐거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누구나 자기만의 약점 같은 것을 가지고 있잖아요. 좋게 말을 하면 콤플렉스나 징크스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너는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런 것들 말이죠. 그러한 것들을 극복을 하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면서 또 그 느낌을 느끼고자 하는 여자를 ‘김서형’이 유난히 맛깔나게 표현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회장님으로 나오는 ‘최원영’ 씨의 은근히 뺀질맞은 연기도 귀여운 편이었고요. 두 사람이 평소에 맡았던 역할들보다도 더 밝으면서도 톡톡 튀는 역할을 해서 더 몰입할 수 있었던 작품입니다. 묵직한 앞의 두 작품에 비해서 조금 가벼우면서 관객들의 입가에 웃음을 줄 수 있는 역할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세 편의 이야기 모두 ‘김영하’라는 소설가가 만들어낸 세계를 자신의 방식으로 만들면서 더욱 훌륭하게 만들어냈습니다. 그 어떤 소설 원작 영화보다도 훌륭한 느낌입니다. 특히나 한국의 수많은 단편 소설들을 과연 어떠한 방식으로 영화화를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분명히 지표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런 식으로만 만들어진다면 소설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다 만족을 줄 수 있을 테니까요. 아직은 그 첫 시작인 만큼 앞으로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영화는 괜찮다는 느낌이 듭니다. 다만 세 편의 느낌이 한 결이 아니라는 점에서 조금 분위기를 느끼기가 어렵다는 점. 그리고 단편들을 영화로 만들어내는 만큼 그 영화에 대해서 관객들에게 조금 더 친절하게 설명을 하는 것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드네요. ‘김영하’ 소설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비상구]에서 반쯤 미쳐 달리는 ‘한주완’
둘 – 짜릿한 번개 맞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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