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 목에서 걸리다
Good – 실화 영화 좋아하는 사람
Bad – 불편한 영화가 싫은 사람
평점 - ★★★★ (8점)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 시사회에 다녀와서 쓰는 리뷰입니다.
지난 13일 가장 쌀쌀한 날 롯데 피카디리에서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 시사회가 열렸습니다. 개인적으로도 흑인에 대해서 어떠한 편견이 있는 만큼 이 영화가 참 궁금했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조금 거칠다. 이런 생각이 우선 들거든요. 아무래도 이러한 관점은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그런 편견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것은 그들을 싫어한다거나 그러한 느낌이 절대로 아닙니다. 그들이 조금 낯설다? 그런 느낌을 우선 주기 때문이거든요. 그들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과 쉽게 친구를 할 수 없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딘지 모르게 피부 색이 다르면 우리와는 다르다는 생각이 우선 들거든요. 실제로 호주에 갔을 때도 참 겁이 났던 것이 유색 인종이 유난히 많다는 거였습니다. 우리나라에 비해서 월등히 많았던 그들. 그런데 정작 제가 위험한? 순간에서 도움을 받은 것은 모두 그 유색인종이었습니다. 그들에 대해서 직접 겪어 본 결과 그들이 그리 두렵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거였습니다. 물론 쉽게 다가가니는 어렵죠. 하지만 그들의 입장에서 우리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도 그 흑인이라는 색깔. 그 자체만 보는 이들에게 어떤 경종을 주는 영화입니다.
사실 모든 사람들이 다 평등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그런 것들을 생각을 하면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우선 듭니다. 약간 무섭다. 뭐 그런 느낌이랄까요? 아무래도 그들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는 데다가 쉽게 접할 수가 없기에 그런 생각이 들었을 겁니다.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에 나오는 ‘오스카’ 역시 그러한 편견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는 인물입니다. 제대로 된 직업도 가지고 있지 않은 채로 마약이나 팔고 있고 그나마 가지고 있던 일자리도 늘 지각을 해서 실직한 상태입니다. 게다가 이 상태에서 여자친구에게도 쉽게 진실을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린 딸도 있죠. 하지만 이런 그에 대해서 마음을 바꾸게 되는 이유는 오직 한 가지입니다. 그가 결국 살기 위해서 노력을 한다는 거죠. 그 자리에서 그대로 머물며 자신의 가치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서 걸음을 내딛기 위해서 노력을 하는 인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다소 한계가 분명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기 나름대로의 노력을 하죠. 일단 대마를 모두 버리고 다시 오늘을 제대로 살기로 간절히 마음을 먹습니다. 그렇게 그가 새로운 삶을 살기로 한 어떤 하루에 그는 최악의 일을 맞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그의 죽음을 알고 보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먹한 울림을 선사합니다.
‘오스카 그랜트’는 흔히 생각하는 편견적인 이미지의 흑인의 모습을 그대로 갖추고 있습니다. 제대로 직업도 가지지 못한 주제에 아이까지 가지고 있는 실패한 인생이죠. 그렇지만 단순히 이러한 것으로 그의 모든 것을 판단을 해서는 안 되는데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그가 그 자리에서 그대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서기 위해서 노력을 한다는 겁니다. 그 상황에서 누구라도 쉽게 다시 일어날 것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로 그냥 그 자리에 머물기만 할 것 같은데 그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자 하면서 지금 이 순간에 머물고 모든 것을 다 버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가지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자 합니다. 솔직히 그의 행동이 그다지 마음에 들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히 껄렁거리고 시끄럽고 주위의 이목을 끄는 행위들을 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러한 와중에서도 그는 새로운 삶을 위해서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엄마의 생일을 세심하게 챙기고 주위 사람들을 살필 줄도 알며 딸에게는 다정한 아버지입니다. 로드킬을 당한 강아지를 품에 알고 절규할 수도 있을 정도로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죠. 하지만 그는 그저 흑인이라는 이유로 같은 말썽을 부린 백인과 다르게 죽임을 당하게 됩니다. 더 이상 이런 식으로 바닥에 살지 않겠다고 다짐을 한 그 날 그는 결국 신의 곁으로 향하고 맙니다.
‘옥타비아 스펜서’는 ‘오스카’의 엄마 ‘완다’ 역을 맡았는데 강인하면서도 여린 여성의 느낌을 고스란히 표현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아들에게 강인한 어머니입니다. 하지만 사실 그녀는 그리 좋은 어머니라고만 이야기를 하기는 다소 애매할 겁니다. 아무리 아들이 사고뭉치에 감옥에 간다고 하더라도 끝까지 그를 지킬 거야. 너를 믿어! 라는 말을 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오히려 그게 더 그녀를 좋은 엄마로 보이게 하는 부분입니다. 그녀는 아들이 자신의 힘으로 서기 위해서는 더 이상 자신이 아무 것도 해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때로는 다소 엄하게 아들을 대하기는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다정한 친구와도 같은, 그리고 스승과도 같은 ‘완다’는 강인하기에 오히려 더 여린 여인입니다. 아들의 죽음 앞에서 먹먹하면서 가만히 그의 시신을 보기만 하는 그녀의 눈물은 관객을 울리기에 충분합니다.
‘오스카’의 동반자 ‘소피’는 자신의 힘으로 모든 것을 다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는 철의 여인입니다. 물론 이렇게 철의 여인의 면모를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녀도 어디까지나 여린 여인에 불과합니다. 자신이 지금 맞닥뜨리고 있는 이 상황 자체에 대해서 지치지만 끝까지 ‘오스카’에 대한 믿음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을 하는 인물입니다. ‘오스카’의 부정에도 쉽게 그를 내치지 않고 그를 가만히 보고, 그가 자신에게 모든 것을 다 이야기를 하기 바라는 그런 선량한 여인입니다. 그녀는 흔히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흑인의 평가와 편견과도 어울리지 않는 인물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 하고 가족까지도 돌보기 위해서 노력을 하는 인물입니다. ‘오스카’가 달라지겠다고 하는 계기가 되는 인물이기도 하죠. 겉으로는 ‘오스카’를 못마땅하게 생각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의 부재에 가장 크게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슬픈 여인입니다.
보면서도 화가 나고 보고 나서도 먹먹해서 한숨만 마냥 나오게 되는 영화입니다. 더군다나 더 화가 나는 것은 이게 실화라는 겁니다. 지금 이 순간도 유색인종은 차별을 당합니다. 물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들이 다른 이들의 눈에 그리 곱게 보일 행동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이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이러한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처리를 해야겠죠. 더군다나 백인 경찰은 그를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처벌도 제대로 받지 않은 채로 그냥 풀려나고 맙니다. 과연 흑인 경찰이 백인을 죽음에 다다르게 했다고 하더라도 같은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전보다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인종차별은 현실입니다. 그리고 그를 통해서 아픔을 겪는 이들이 있죠. 다만 주인공의 걸음을 따라다니다 보니 묘하게 카메라가 흔들려서 다소 불편한 것은 있습니다. 보는 동안 먹먹하고 보고 나서도 먹먹한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딸과 달리기를 하는 ‘오스카’
둘 – 여자친구에게 모든 것을 고백하는 ‘오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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