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수현우 팬픽 [완]

[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97

권정선재 2014. 1. 24. 19:00

[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97

살려줘.”

정신이 드나?”

해랑은 가늘게 눈을 떴다.

여긴 병원이야.”

병원?”

지독한 약냄새. 정확히 상황을 파악하려고 하더라도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서 불편했다.

자네는 이미 죽은 사람이야. 그 폭탄을 품에 안고 그냥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다니 말이야.”

뭐라고요?”

해랑의 입에서 가늘게 소리가 흘러나왔다.

내가 죽었다고요?”

아니 살았지.”

의사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만일 자네가 죽었더라면 지금 나랑 이런 식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지는 못할 테니 말이야. 정말로 대단하군.”

뭐가 대단하다는 말입니까?”

보통 사람이라면 그 상황에서 죽어.”

죽는다고요?”

그래.”

그럼 저는?”

살았어.”

해랑은 눈을 감았다. 지금 자신은 병원이었다. 말도 안 되는 이 상황에서 결국 그는 살아남은 거였다.

도대체 어떻게 그 폭탄을 품에 안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기적이라는 말만 나오는군.”

살아야 할 이유가 있으니 살려놓은 거겠죠?”

머리가 빠르군.”

뭡니까?”

원류환을 막아야 하네.”

해랑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니 남조선의 사람이 되라는 겁니까?”

뭐 이제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 안 되겠지만 말이야.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사람이 되어주게.”

싫습니다.”

해랑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조국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남으로 내려오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죽게 내버려주지 그랬습니까?”

그럴 수는 없었다.”

의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나는 의사야.”

그런데 내가 다시 죽기를 바라는 겁니까?”

살았으니까.”

.”

해랑의 입에서 작게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미 그가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흐른 모양이었다.

도대체 나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잘 모르겠군.”

그냥 죽이지 그랬습니까?”

나는 의사라 살린 거야.”

하지만 결국 살아있는 것이 더 고난 아니겠습니까?”

그렇겠지.”

의사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것은 다 모르더라도 이 나라 정부는 너를 살려둔 이유가 단순히 필요가 있어서일 테니까 말이야.”

그런 거 싫습니다.”

해랑은 쓴웃음을 지으며 눈을 감았다.

더 이상 그런 짓을 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제 정말 자유로울 수 있을 거라고 믿었는데.”

하지만 그런 상황이라고 해서 무조건 최악은 아니지 않나? 그래도 일단 살아있는 것이 중요하지?”

저처럼 살아보셨습니까?”

?”

아니잖아요.”

해랑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

저는 살아도 산 것이 아닙니다. 그냥 죽어있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리고 저처럼 살 바에야 죽는 것이 나을 겁니다.”

절대로.”

의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세상에 그 누구도 살아있는 것보다 죽어있는 것이 더 나은 사람은 없어. 너는 살아있어서 다행인 거야.”

고맙습니다.”

기웅은 전혀 고맙지 않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를 지옥에서 살게 해주셔서요.”

여기는 지옥이 아니야.”

제 동무들에게 죽음을 선물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거야.”

그게 지옥입니다.”

해랑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

그들을 살려야만 합니다. 그런데 나는 그들을 죽여야지만 결국 살릴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었습니다.”

때로는 죽어야 사는 이들도 있지.”

?”

그들을 죽여.”

의사의 눈이 서늘하게 빛났다.

그리고 모두가 죽었다고 믿게 만들어.”

그 말씀은?”

자네가 살릴 수 있다는 거야.”

왜 이런 이야기들을 저에게 해주시는 겁니까?”

해랑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의사를 응시했다. 의사는 깊은 한숨을 토해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너 같은 녀석들을 하나둘 만나는 줄 알아? 다들 너처럼 그냥 쓰이고 버리는 그런 녀석들이야.”

그럼 저도 그냥 그렇게 대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굳이 저를 특별하게 생각을 하는 이유가 뭡니까?”

안쓰러워.”

뭐가 말입니까?”

죽은 내 아들을 닮았다.”

해랑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의사는 슬픈 미소를 지으며 해랑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고 고개를 저었다.

일다 살아남아. 일단 살아남게 된다면 그 다음을 생각을 해볼 수가 있는 것 아니겠나? 살아야 우선이지.”

살 수가 없습니다.”

내가 돕겠네.”

뭐라고요?”

그러니 나를 믿어.”

선생님. 당신도 위험할 겁니다.”

나는 이미 위험하네.”

의사의 쓸쓸한 미소에 기웅은 침을 꿀꺽 삼켰다. 믿어도 되는 사람이라고 온 몸이 말을 하고 있어다. 태어나서 여태 모든 사람들이 다 적으로만 보이던 그에게 믿어도 되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풍겨왔다.

감사합니다.”

기웅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해랑 조장 여기에서 멈춰요. 더 이상 가면 저도 더 이상 해랑 조장을 그냥 남겨두지 않을 겁니다.”

마음대로.”

해랑은 가오리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해진은 이를 악 물고 그의 가오리를 받아냈지만 힘에서 밀렸다.

역시 오성조 예비조원이 조장이 된 것은 어쩔 수가 없어. 힘이 약하니 말이야. 그 힘으로 뭘 하갔어?”

해진은 숨을 들이쉬고는 재빨리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