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98
“물러나면 죽는다.”
“힘으로는 제가 못 이깁니다.”
해랑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해진이 무슨 수를 쓰더라도 자신을 이기기란 쉽지 않을 거야.“
“리해진. 정신 똑똑히 차리라. 어차피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다른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이 옳아.”
“다른 판단이란 말입니까?”
“그래.”
“그게 무슨 판단입니까?”
“너도 남조선에서 살고 싶잖아.”
해진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저는 절대로 아닙니다. 저는 단 한 번도 제 조국을 버리고 남조선에서 살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습니다.”
“헤. 거짓말.”
해랑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네가 원류환과 아무렇지도 않게 이곳에서 살고 싶어하는 것을 내가 정말 모를 거라고 생각을 한 거야?”
“그건.”
“같은 거다.”
“아닙니다.”
해진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냥 그러고 싶을 뿐입니다.”
“그게 배신이다.”
“배신이라고요?”
해진의 목소리가 가늘게 흔들렸다. 그는 스스로가 단 한 번도 조국을 배신한 적이 없다고 믿었다.
“그런데 도대체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그냥 도망쳐.”
“도망치라뇨?”
“너는 나를 못 이긴다.”
“해랑 조장.”
“그리고 그들도 못 이긴다.”
“그들이라고요?”
“지금 이게 우연이라고 생각을 하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절대로 우연이 아니야.”
해랑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네가 그냥 우연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별 거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 그 모든 일들이 이미 누군가가 다 만들어놓은 치밀한 판이라는 거야. 우리는 그냥 거기에서 장난감처럼 놀고 있는 거고 말이야.”
“해랑 조장.”
“누가 그 판을 짰을까?”
“모르겠습니다.”
“저 위에 인간들이야.”
해랑은 검지로 하늘을 가리켰다.
“북조선의 위원장 동지나. 남조선의 대통령이라는 에미나이나. 다들 똑같이 판을 짜고 있는 거라고.”
“그럴 리가 없습니다. 분명히 적이라고 했는데.”
“적?”
해랑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북조선과 남조선은 절대로 적이 아니야.”
“적이 아니라는 말입니까?”
“결국 얼싸안는 형제가 되어야 하는 조국이지.”
해랑은 가오리를 혀로 할으면서 묘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두 나라 모두 저마다의 방법으로 통일을 하려고 해서 문제가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해. 두 나라는 절대로 서로를 원수로 두지 않고 친구가 될 수밖에 없다는 기야.”
“친구.”
해진은 작게 친구라는 단어를 중얼거렸다. 단 한 번도 남조선을 그리 생각을 한 적이 없는 그였다.
“그럴 수 없습니다. 만일 우리가 친구가 될 수 있다면 도대체 그 동안 그 오랜 시간 동안 반목했던 것은 무엇이란 말입니까? 서로의 목에 칼을 겨누고. 그게 도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쇼.”
“네?”
“쇼라고.”
해랑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 모른 기야?”
“해랑 조장.”
“나도 뭐 내 아버지가 리무혁 대장 동지가 아니었다면 몰랐을 거야. 다들 어느 정도 그림을 그리고 있어. 그리고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그 그림을 한 장, 한 장 꺼내들면서 인민과 국민들에 보여주는 거야.”
“그럴 리가 없습니다.”
해진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아파하고 있는데 그게 그냥 쇼라는 겁니까?”
“그래.”
“그만 둬요!”
해진이 고함을 빽 질렀다.
“아무리 해랑 조장이 그렇게 말씀을 하시더라도 저는 그 말을 듣지 않을 겁니다. 그런 거 믿지 않을 겁니다.”
“리해진.”
해진은 가오리를 말아쥐었다.
“해랑 조장이 지금 도대체 왜 제 정신을 흐트려 놓으려는지 제대로 모르겠지만 절대로 그런 것 아닐 겁니다.”
“리해진. 정신 차려.”
해랑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
“우리는 이미 거기에 그려진 거야.”
“원류환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모르지.”
무혁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어차피 남조선에 내려간 아새끼들이 다시 조국에 돌아오지 못하리라는 것은 자네도 잘 알고 있지 않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왜 물어?”
태원은 혀로 입술을 축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남조선에서도 우리 조국의 끄나풀이 필요하다는 거야. 그쪽에서도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겠지.”
“하지만 굳이 우리쪽에서 꽤나 중요한 부대원을 알려주면서 그들과 거래를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자네는 잘 모르는 군.”
“네?”
“지금 북조선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 남조선 그 아새끼들이 아니면 우리는 그냥 끈떨어진 연이다. 바로 이 말이야. 그 아새끼들을 제대로 봐야만 하디. 그러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말이야.”
“그게 무슨?”
“이미 우리 조국은 섬이야. 섬.”
태원의 눈이 거칠게 흔들렸다.
“대장 동지.”
“이미 중국과 러시아도 우리에게서 등을 돌렸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나름 힘을 쓸 수 있는 것은 결국 남조선이다. 그리고 남조선이 원하는 것은 자신들이 영웅이 되는 그런 그림이고 말이야.”
“그런 그림을 그리실 수 있습니까?”
“이미 다 그리고 있다.”
무혁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위원장 동지꼐서 다 그리고 계시다.”
“저희는 그럼?”
“그냥 따르면 되는 거지.”
“알겠습니다.”
무혁의 말에 태원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에게는 그 어떤 권리도 남아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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