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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방] 단순한 열정

권정선재 2014. 2. 6. 07:00

[행복한 책방] 단순한 열정

 

누군가를 정말로 사랑하게 된다면 그 누군가가 자리에 없더라도 그 사람을 그리워하게 될 겁니다. 지금 너를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라는 이 말. 오글거리기는 하죠? 하지만 조금 심한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막상 우리들도 연애를 하면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누군가를 정말로 사랑하게 된다면 결국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다 보고 싶은 마음이 드니까요. 그리고 그 사람이 없는 순간 순간 결국 나의 삶과 그 사람이 닿아있는 부분들을 찾게 되고 이 부분들에서 나와 그 사람의 그리움 같은 것을 그려보게 됩니다. 그리고 같은 공간 안에서 머물던 그 사람의 흔적을 찾아보게 되고 거기에서 나의 모든 것을 다시 찾아보게 되겠죠.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흔적들을 찾아가는 행위들일 겁니다.

 


단순한 열정

저자
아니 에르노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06-02-1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작년 9월 이후로 나는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 그 사람이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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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누군가 정말 간절히 사랑하는 상태에서 헤어지게 된다면 얼마나 더 그리울까요? 우리는 사실 누군가와 헤어질 적에 이미 어느 정도 마음이 식은 상태잖아요. 하지만 다시는 누구를 보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를 하면서도 막상 헤어지고 나면 헤어진 상대가 간혹 생각이 나곤 합니다. 그 사람의 얼굴이 생각이 나기도 하고 사소한 습관과도 같은 것들이 떠오르기도 하죠. 벽을 보더라도 거기에서 그 사람과 내가 보내던 시간 등이 떠오르게 될 정도로 간절한 그리움. 그런 그리움의 망상 같은 것이 [단순한 열정] 안에서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별 것 아닌 것이 더더욱 이 소설의 힘을 싣는 느낌입니다. 별 것 아닌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커다래진다면 결국 그 사람을 자꾸만 마음에 담게 되고 눈으로 그 사람의 흔적을 쫓게 되겠죠.

 

굉장히 짧은 분량이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감정의 깊이마저도 짧지 않다는 것이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매력일 겁니다. 분명히 그다지 선명한 그림은 아닙니다. 정확히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도 알 수 없고 독자들이 과연 이 소설 안에 담겨 있는 이야기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한국 독자들이라면 더더욱 이해하기 어려울 겁니다. 작가의 실제 연애와도 참 닮은 모습이라고 해서 더 그럴 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한국 독자의 입장에서도 마음으로 다가오는 것은 주인공이 그 남자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겁니다. 비록 지금은 시간이 지나서 조금씩 그 흔적이 약해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까지도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죠.

 

누군가와 헤어지고 난 이후에 그 사람을 잊게 되지만 결국 어느 한 순간 훅 끼치는 바람처럼 그 사람의 무언가가 생각이 나지 않으시나요? 이 소설은 그런 감성만을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읽어내려가면서 뭔가 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직 한 사람에게 메여있는 그런 관계는 아니지만 그가 온다는 사실만으로도 미리 준비를 하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찾아오지 않게 하는 여자. 그리고 그가 갑자기 자신을 찾아온다고 하는데 오랜 시간의 부재에 화를 내기 보다는 다시 정성들여서 화장을 하고 그가 오기를 맞이하는 여자의 마음은 과연 어떤 것일까요? 이건 단순히 한 남자에게 빠져있는 마음이라기 보다는 진실로 누군가의 마음에 들어가서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불처럼 뜨겁게 타오르는 사랑은 아니지만 그 어떤 불보다도 오래 타오르는 그런 느낌을 주는 소설 [단순한 열정]입니다.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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