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우 팬픽] 새 눈이 오면 35
“이번 거 좋네.”
“그래?”
“진작 이렇게 쓰지.”
“지랄은.”
수현은 기웅의 칭찬에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다른 것은 하나도 할 수 없는 것이 도움이 되기는 하더라. 머리가 텅 비는 것이 기분이 참 좋아.”
“너 그게 정말로 좋다는 거냐?”
“어?”
“머리가 비는데 뭐가 좋아?”
“그러게.”
“미친.”
“나 좀 미친 것 같지?”
“그래.”
수현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이제 추위도 어느 정도 물러난 것처럼 느껴졌다.
“나 이곳에서 나갈 수 있을까?”
“나가고 싶어?”
“그런 거 말고.”
“그럼?”
“이곳에서 벗어날 용기가 날까?”
기웅은 물끄러미 수현을 보더니 한숨을 토해내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멀리 연기를 뿜은 다음 씩 웃었다.
“할 수 있을 거야.”
“그것 참 고맙네.”
“내가 도와줘?”
“아니.”
수현은 가만 고개를 저었다.
“나 혼자서 할 거야.”
“이게 그 사람 글이라고요?”
“응.”
“그런데 왜 나를 주는 거죠?”
현우의 눈동자가 멍하니 기웅을 응시했다.
“도대체 그 사람하고 내가 뭘 어떻게 하기를 바라면서 이걸 주는 거예요? 내가 돈을 준다고 해서 그러는 건가요?”
“그 녀석 너에게 돈을 받기를 바라지 않아. 그리고 이 글을 너에게 준다는 것도 전혀 알지 못해.”
“뭐라고요?”
“그냥 내가 결정한 거야.”
현우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기웅은 소설을 두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우는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뭘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네가 결정해.”
“뭐라고요?”
“도대체 내가 옆에서 뭘 얼마나 더 봐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한 것 같다.”
기웅은 입에 담배를 물고 현우에게 연기를 뿜었다. 현우는 미간을 모으면서 살짝 고개를 저었다.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녀석 그냥 버릴 거야?”
“네?”
“그 녀석 너 기다릴 거다.”
“이봐요.”
기웅은 그대로 성큼성큼 카페를 나섰다.
“젠장 나보고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현우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푹 숙였다.
나도 모르게 그 녀석에게 젖어들었다. 사람이 익숙해진다는 것은 참 두려운 일이었다. 녀석은 나에게 그렇게 두려운 상대였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더라도 거기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람이었다.
-아저씨는 김치 하얀 쪽만 먹네. 다행이다. 나는 잎이 더 좋은대.
이런 사소한 고백에도 나는 아무런 말도 해주지 못했다. 나는 녀석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아저씨는 내 말 안 들려요?
-시끄러.
-들리기는 하는 모양이네.
해맑은 그 미소에 할 말이 없었다. 내가 아무리 밀어내더라도 절대로 밀리지 않을 그런 존재. 나는 이 존재를 밀어내야만 했다. 나는 그를 죽여야만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오늘은 어디로 가요?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아저씨.
내게 다정하게 팔짱을 끼는 순간 나도 모르게 그 팔을 피하고 사납게 그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침을 뱉었다. 다시는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도록. 그리고 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도록. 나는 그를 사랑하면 절대로 안 되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를 죽여야만 하는 사람이었다.
-더러워.
-아저씨.
그대로 그를 두고 벗어났다. 여기에 있다가는 그를 살리고 싶어서 나를 죽이고 싶은 마음만 들 테니까.
'☆ 소설 창고 > 수현우 팬픽 [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107 (0) | 2014.02.15 |
---|---|
[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106 (0) | 2014.02.14 |
[수현우 팬픽] 새 눈이 오면 34 (0) | 2014.02.13 |
[수현우 팬픽] 새 눈이 오면 33 (0) | 2014.02.12 |
[수현우 팬픽] 새 눈이 오면 32 (0) | 2014.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