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수현우 팬픽 [완]

[수현우 팬픽] 새 눈이 오면 35

권정선재 2014. 2. 14. 07:00

[수현우 팬픽] 새 눈이 오면 35

이번 거 좋네.”

그래?”

진작 이렇게 쓰지.”

지랄은.”

수현은 기웅의 칭찬에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다른 것은 하나도 할 수 없는 것이 도움이 되기는 하더라. 머리가 텅 비는 것이 기분이 참 좋아.”

너 그게 정말로 좋다는 거냐?”

?”

머리가 비는데 뭐가 좋아?”

그러게.”

미친.”

나 좀 미친 것 같지?”

그래.”

수현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이제 추위도 어느 정도 물러난 것처럼 느껴졌다.

나 이곳에서 나갈 수 있을까?”

나가고 싶어?”

그런 거 말고.”

그럼?”

이곳에서 벗어날 용기가 날까?”

기웅은 물끄러미 수현을 보더니 한숨을 토해내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멀리 연기를 뿜은 다음 씩 웃었다.

할 수 있을 거야.”

그것 참 고맙네.”

내가 도와줘?”

아니.”

수현은 가만 고개를 저었다.

나 혼자서 할 거야.”

 







이게 그 사람 글이라고요?”

.”

그런데 왜 나를 주는 거죠?”

현우의 눈동자가 멍하니 기웅을 응시했다.

도대체 그 사람하고 내가 뭘 어떻게 하기를 바라면서 이걸 주는 거예요? 내가 돈을 준다고 해서 그러는 건가요?”

그 녀석 너에게 돈을 받기를 바라지 않아. 그리고 이 글을 너에게 준다는 것도 전혀 알지 못해.”

뭐라고요?”

그냥 내가 결정한 거야.”

현우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기웅은 소설을 두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우는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뭘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네가 결정해.”

뭐라고요?”

도대체 내가 옆에서 뭘 얼마나 더 봐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한 것 같다.”

기웅은 입에 담배를 물고 현우에게 연기를 뿜었다. 현우는 미간을 모으면서 살짝 고개를 저었다.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녀석 그냥 버릴 거야?”

?”

그 녀석 너 기다릴 거다.”

이봐요.”

기웅은 그대로 성큼성큼 카페를 나섰다.

젠장 나보고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현우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푹 숙였다.

 

나도 모르게 그 녀석에게 젖어들었다. 사람이 익숙해진다는 것은 참 두려운 일이었다. 녀석은 나에게 그렇게 두려운 상대였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더라도 거기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람이었다.

-아저씨는 김치 하얀 쪽만 먹네. 다행이다. 나는 잎이 더 좋은대.

이런 사소한 고백에도 나는 아무런 말도 해주지 못했다. 나는 녀석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아저씨는 내 말 안 들려요?

-시끄러.

-들리기는 하는 모양이네.

해맑은 그 미소에 할 말이 없었다. 내가 아무리 밀어내더라도 절대로 밀리지 않을 그런 존재. 나는 이 존재를 밀어내야만 했다. 나는 그를 죽여야만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오늘은 어디로 가요?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아저씨.

내게 다정하게 팔짱을 끼는 순간 나도 모르게 그 팔을 피하고 사납게 그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침을 뱉었다. 다시는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도록. 그리고 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도록. 나는 그를 사랑하면 절대로 안 되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를 죽여야만 하는 사람이었다.

-더러워.

-아저씨.

그대로 그를 두고 벗어났다. 여기에 있다가는 그를 살리고 싶어서 나를 죽이고 싶은 마음만 들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