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수현우 팬픽 [완]

[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그리고 2

권정선재 2014. 3. 2. 19:00

[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그리고 2

동구야 밥 먹어라.”

.”

동구는 씩 쪼개면서 아래로 내려왔다.

밥이다. .”

동구야. 밥이 그리도 좋으냐?”

으흐흐. .”

동구가 헤벌쭉 웃는 모습을 보는 순임의 마음은 그다지 편하지 않았다. 그 똑똑하던 류환은 이미 사라졌다.

아유. 천천히 좀 먹어라.”

동구는 국에 밥을 말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순임의 눈에 동구는 너무나도 안쓰러운 작은 아들이었다.

 

괜찮냐?”

. 괜찮습니다.”

해랑의 물음에 해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장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에서 살아남았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입니다. 이걸로 충분한 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원류환 멍청한 자식.”

해랑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를 두고 이게 뭐야?”

제가 뭐요?”

리해진.”

저 아무 사이 아닙니다.”

해진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해랑 조장도 이상한 생각 하지 마세요.”

내가 어떻게 아무런 생각도 안 할 수가 있어? 네가 그 녀석을 얼마나 아끼는지 이미 다 알고 있는데.”

제가 조장을 아무리 아낀다고 하더라도 하나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조장은 조장이고. 결국 저는 저인 거니까요.”

리해진.”

이번에 미국으로 가려고요.”

가는 거냐?”

.”

해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기 싫었지만 이미 류환도 저런 상태이기에 대한민국에 있어도 좋을 것도 없었다.

이제 다 끝이 난 거라고 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조국에서도 저희를 겨누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럴 테지.”

그럴 바에야 미국이 나을 겁니다.”

꼭 그렇다고 볼 수도 없을 거야. 미국에서도 우리 조국의 사람들이 많이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니까.”

그래도 남조선에 있는 것보다야 낫겠죠. 그리고 사람들이 나를 보는 시선도 조금 달라질 거고 말이고요.”

그렇겠지.”

해랑은 입에 담배를 물고 멀리 연기를 뿜었다.

그래도 저 녀석 곁에 있으면 무슨 기억이라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지 않아? 그러면 달라질 텐데?”

아니요.”

해진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조장은 기억을 못 찾는 것이 더 나아요.”

?”

그냥 저 상태라면 조장은 하나도 힘들지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기억을 찾게 된다면 다르게 되곘죠.”

그러려나?”

해랑은 입을 쭉 내밀었다.

그러는 너는 견딜 수 있는 거냐?”

.”

해진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견딜 수 있어요. 그리고 견딜 수 있어야만 할 겁니다. 견디지 못한다면. 그 자체가 너무나도 끔찍한 일이 되어버리고 말 테니까요. 그냥 견딜 수 있는 척. 그냥 견디는 척. 그게 제 유일한 답일 겁니다.”

 

어떻게 안 되는 거야?”

뭘 할 수 있기를 바라는 거야?”

뭐든.”

해랑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우리도 뭐라도 다 하고 싶지만 방법이 없어. 이건 모두 원류환. 그 녀석 스스로 감당해야 할 무거움이야.”

아니 이런 식으로 사람이 기억을 잃게 될 거라는 거. 그 누구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잖아. 안 그래?”

저게 더 행복해보이지 않나?”

?”

 

아저씨. 오셨어요?”

동구. 이것 좀 먹어.”

아저씨 감사해요.”

연변 박 씨는 안쓰러운 눈으로 동구를 응시하고는 그에게 소시지 한 박스를 건네고는 그대로 내려갔다. 동구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실실 쪼개면서 입에 소시지를 물고 바닥을 쓸기 시작했다.

 

저 녀석은 말이야. 저게 가장 편할 거야.”

하지만 결국 자신의 모든 기억을 다 잃는 것. 아무 것도 아닌 채. 그렇게 방동구로 사는 것. 그게 행복인 건가?”

그렇지 않나?”

수혁의 말에 해랑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럴 지도 모르겠군.”

다들 자기만의 행복이 있어. 방동구는 그냥 저런 삶이 가장 나을 거야.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하지만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는지. 그런 것 정도는 떠올릴 수 있어야 할 텐데 말이지.”

대단한 사람이었나?”

그래.”

아닌 것 같아.”

그게 무슨?”

그냥 평범한 사내였던 거야.”

수혁은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그런 무모한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거지. 총이 그리 날아들어도. 자신이 아끼는 사람을 위해서.”

아끼는 사람. 그러니 기억을 찾아야지.”

하지만 그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니까.”

젠장.”

해랑은 낮게 욕설을 내뱉었다.

천한 것들. 왜 그런 사랑을 해서.”

아무리 그래도 자기들의 선택이니 말이야.”

그러니 더 답답한 기야.”

해랑은 입을 쭉 내밀었다.

왜 그리 멍청한 짓을.”

    

동구 아저씨.”

우와. 해진이다. 해진이.”

저 미국으로 가요.”

동구는 비질을 하다 고개를 들었다.

미국?”

아저씨는 미국 모르죠?”

미국. 동구 미국 잘 모른다.”

아주 먼 나라에요.”

해진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언젠가 다시 돌아와서 아저씨를 보기 바라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해진은 동구를 잠시 물끄러미 보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 멀리 달아났다.

에미나이. 손이라도 한 번 내밀지.”

류환은 씩 웃더니 다시 비질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