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들개, 청춘은 들개다
Good - 세상이 바뀌길 원하는 사람
Bad - 뭔가 명쾌한 해답이 있길 원하는 사람
평점 - ★★★★ (8점)
영화에서 이 배우가 나오면 무조건 본다라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박정민’이라는 배우입니다. [파수꾼]에서부터 대단하다. 라는 느낌이 들었던 배우는 이후 [전설의 주먹]과 [피 끓는 청춘] 등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하더니 이번 [들개]를 통해서도 자신의 매력을 십분 발휘합니다. [들개]는 이런 그와 잘 어울리는 청춘 영화입니다. 이 세상에서 너무나도 착하지만 결국 지기만 하는 청춘들이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는 그런 공포감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영화라고나 할까요? 더 이상 세상은 청춘들이 쉽게 발을 붙일 수 없는 공간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무리 최선을 다 하고 노력을 하더라도 애초에 그들이 갈 곳이 없어진 거죠. 그래놓고도 여전히 세상은 모두 다 청춘의 잘못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 기형적인 구조에 대해서 바꿀 생각을 그 누구도 하지 않고 그냥 그 기형적인 구조에 들어오지 않는 너희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죠. ‘효민’이 바로 여기에 제대로 질문을 던지는 인물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도대체 왜 이 세상이 이상하다고 이야기를 하면 안 되는 거지? 라고 묻는 적극적인 인물인 거죠. 두 청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우리가 이상하다고 생각을 하는 것들이 정말로 이상하게 보입니다.
자연스럽게 세상에 들어올 것인가, 아니면 세상에 충격을 줄 것인가. 그것이 [들개]의 문제일 겁니다. 사실 이 세상에 만족을 하는 청춘은 없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아무리 삼성이 커다란 회사라고 하더라도 어마어마한 학생들이 그저 삼성에 들어가기 위해서 시험을 보는 나라가 과연 정상적인 나라라고 이야기를 할 수가 있을까요? 수많은 청춘들이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공무원이 되어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지고자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자신들이 정말로 그 일을 사랑해서 그 일을 택하고자 하는 세상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안정적으로 살기 위해서 그런 직업을 선택을 하는 것은 무모한 일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노력을 하더라도 안 되는 그런 것들 말이죠. 이 상황에서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게 되는 것이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매력일 겁니다. ‘효민’은 끝까지 세상과 부딪치기 위해서 노력을 하는 존재고, ‘정구’는 어느 정도 세상 안에 들어가려고 하는 존재입니다. 이 두 캐릭터의 대립은 단순히 두 캐릭터의 대립이 아니라 결국 우리 사회를 보여주는 일부분일 거니다. 누가 더 어른이라고 이야기를 할 수도 없지만 어른들은 ‘정구’의 이야기를 더 들어주려고 노력하겠죠. 두 배우의 뜨거운 연기와 묵직한 스토리는 [들개]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듭니다.
‘변요한’이 맡은 ‘정구’는 고등학생 시절 사제 폭탄을 만든 이후 현재는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청춘입니다. 과거의 사건으로 인해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인물입니다. 그 사실에 대해서 괴롭다고 생각을 하기도 하면서 모든 것이 다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을 하면서 이를 바꾸려는 무언가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여전히 폭탄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보내기는 하지만 자신이 직접 터뜨릴 용기 같은 것은 없는 거죠. 늘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거고, 스스로 무언가를 할 용기를 내지 못하는 거죠. 그런데 이런 사람이라면 그냥 세상에 순응을 하고 살아야 할 겁니다. 세상에 대해서 아무런 불만도 가지지 않고 살아야 맞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구’는 세상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고 있는 존재입니다. 세상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안에서 살기를 바라는 그 이중성이 스스로를 괴롭게 만드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정작 ‘정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합니다. 그러다 ‘효민’과 마주하게 되고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거죠. 그러는 동시에 과연 이렇게까지 해도 되는 것일까?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존재인 겁니다.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세상이라는 벽에 부딪친 ‘정구’는 그릇된 어른이 된 채로 다소 답답하기도 하지만 그 불안함이 돋보이는 역할입니다.
‘박정민’이 맡은 ‘효민’은 세상에 적응 못하는 또라이로 보이기도 하지만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있는 인물입니다. 억지로 세상과 타협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세상을 부수려고 하고 있죠. 하지만 그 역시도 미완숙한 어른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제대로 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세상을 부수고 나서 구할 무언가가 있어야 합니다. 지금 이 세상이 무너지는 것이 끝이 아니라 그 뒤에 무언가가 존재해야만 하는 거죠. 하지만 ‘효민’에게 있어서 이 세상은 그냥 부숴지기만 하면 되는 것일 뿐. 이것을 다시 어떻게 창조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습니다. 그리고 보통의 어른들이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서 다른 누군가에게 어떤 피해가 갈 것을 걱정을 하는 것과 다르게 그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은 채로 행동합니다. 그래서 참 많이 영화를 흔드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봐도 다른 문제를 일으키고 사고도 치기만 하는 인물인데도 묘하게 동정이 가는 이유는 이 인물이 가지고 있는 매력 탓일 겁니다. 그냥 입으로만 문제가 있다.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그 문제와 제대로 부딪치기 위해서 노력을 하기 때문이죠. 또라이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매력이 있는 독특한 캐릭터입니다.
두 캐릭터의 대립이란 것과 동시에 청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만큼 [들개]는 묘한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야기가 조금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두 배우의 연기력이 나쁘지 않기에 그냥 넘어가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조금만 더 다른 이야기가 된다면 다른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조금만 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르게 들려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대한 두 캐릭터를 부딪치고 청춘의 이야기를 일부러 밝게 표현하지도 않는다는 점이 [들개]가 재미있는 영화라고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이유가 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세상을 그대로 날려버리고 싶은 이런 마음들을 폭탄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이용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도 괜찮은 느낌이었고요. 그리고 다른 청춘 영화들이 억지로 어떠한 답을 내리려는 것과 다르게 [들개]는 그 어떤 답도 제대로 내리지 않은 채로 관객들로 하여금 선택을 내리게 하는 것 역시 독특한 부분이었습니다. 요 근래 학원물들에 비해서 그 나이가 다소 올라가기는 했지만 그래도 청춘이니 만큼 감독이 어떠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할 수도 있을 텐데 전혀 그렇지 않았거든요. 보다보면 묘하게 공감이 가는 영화 [들개]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효민’이 교수인 척 하는 부분
둘 - ‘효민’과 ‘정구’의 감정적인 부딪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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