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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커] 박찬욱의 여자는 더욱 강해진다

권정선재 2014. 4. 14. 22:39

[스토커] 박찬욱의 여자는 더욱 강해진다

박찬욱영화의 여인상의 변화

 

1. 비평문을 쓰게 된 이유

2. ‘박찬욱영화에서의 여자

1. [공동경비구역 JSA]

2.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쓰리몬스터] (), [친절한 금자 씨]

3.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박쥐]

3. [스토커]에 등장하는 세 가지 색

1. 하얀색. 하얀 색 꽃, 바닐라 아이스크림

2. 검은색. 상복, 신발

3. 붉은색. 와인, , 구두

4. 결론

 

 

1. 비평문을 쓰게 된 이유

박찬욱 감독의 최신작 [스토커]를 보면서 수많은 사람들은 그의 여성상이 부드러워졌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그 동안 그가 그려왔던 여인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그 모습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잔혹해졌다. 기존의 그의 영화 속 여성들의 경우 스스로의 힘으로 무언가를 바라지 않았지만 [친절한, 금자씨] 이후로 박찬욱의 여자들은 점점 더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스스로 움직이는 존재들이 되었다. 그리고 이 같은 경향은 [스토커]에서도 잘 드러난다. 평범한 소녀로 등장하는 인디아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잔혹한 피의 본성에 대해서 드러내는 것이다. 비록 소녀의 얼굴을 하고 순진한 외모를 가진 채로 아이스크림을 핥아먹는 소녀이기는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그녀는 가장 큰 섹슈얼한 이미지를 지닌 채로 강하게 등장한다.

오히려 박찬욱감독의 초기작이자 복수 시리즈 등에서 볼 수 있는 것 등에서 오히려 여성으로의 여성과 선한 이미지로의 여성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이다. 후반기로 넘어오면서 그의 작품 속의 여성들은 점점 더 자신의 목소리를 크게 내기 시작하고, 단순히 남자들을 위한 수단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허나, 그의 영화는 가장 최근 작품인 [스토커]에 이르기 전까지는 무조건 남성 위주의 삶에서 여성은 한계로만 작용을 하고 있고, 남자 주인공들이 자신의 사명이나 새로운 무언가를 꺠닫기 위한 소품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커]에서의 주인공이 단순히 소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의 영화에서 여성이 조금 더 선하게 표현이 된다고 하는 것은 그 동안 그의 영화에서 등장한 모든 여성의 모습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작품에서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 중에서 가장 어릴지는 모르지만 다른 인물들이 모두 누군가의 곁에 머무는 역할에 불과했다면 [스토커]에서의 인디아같은 경우에는 자신이 그 중심에 서서 직접 무언가를 행할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녀 역시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다른 박찬욱의 영화처럼 여성의 도움을 받아서 성장하는 남성이 아닌, 남성인 삼촌의 도움을 받아서 성장하는 여성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게다가 단순히 삼촌이 바라는 여성으로만 성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여성으로의 이미지가 무엇인지 알게 되고 삼촌까지 버려두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강인한 여자로 성자한다.

2. ‘박찬욱영화에서의 여자

 

1. [공동경비구역 JSA]

이영애가 맡은 [공동경비구역 JSA]안의 소피. E. 장소령은 스스로의 힘으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강인한 여성인 동시에 스스로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닌, 변두리에 머무는 여성으로만 존재한다. 분명히 그녀가 주인공으로 등장을 하기는 하지만 그녀가 맡은 역할은 두 갈등 사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남과 북의 대립을 상쇄하는 미국을 대변하는 역이기는 하지만 그녀의 역할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그녀는 가장 합리적인 존재인 것처럼 모든 것을 관장하는 역할을 맡은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그녀는 어디까지나 그저 미국을 대변하고 있을 뿐 그 이상 자신의 어떠한 이야기도 발전시키지 못한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개의 세력인 남과 북은 남자들의 세계이고 그녀는 그 안에서 그저 그녀의 눈으로 무언가를 보는 것에 불과하다. 극 중 그녀의 역할은 관객들이 영화를 지켜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관찰자에 불과하며 스스로 무언가를 행할 수 없는 역할이다. 가장 많은 권위를 지니고 있는 것처럼 설정이 되어있지만 실제로 그녀가 그 권위를 제대로 사용을 하는 일은 극히 드물뿐더러 그 권위 역시 그녀가 스스로 얻어낸 것이 아니라 그녀의 직위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그녀의 능력이라 볼 수 없다. 결국 마지막까지 그녀는 스스로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뿐더러 그저 남자들의 세상에서 그것을 지켜보기만 하고 나올 뿐 여성으로의 그 어떠한 두각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다.

 

 

2.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쓰리몬스터] (), [친절한 금자 씨]

박찬욱감독의 복수 3부작 중 [복수는 나의 것]에 나오는 배두나가 맡은 영미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극에 동참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역시나 그녀의 역할은 그저 관찰을 하는 것에 불과한 인물이다. [공동경비구역 JSA]에 나오는 장소령에 비해서 조금 더 극에 적극적으로 관여를 하기는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서 그 무엇도 바뀌지 않는다. 그녀는 그저 남자 주인공인 가 자신의 행동을 이어가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만 사용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영화 안에서 에게 어떠한 지표 같은 것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녀가 그려내는 지표들은 그녀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실제로는 의 안에서 머물고 있던 고민들에 불과할 따름이다. 마지막까지 그녀는 단순히 소품에 불과한 존재로 악인을 가장하고 있지만 악인이 아닌 채로 극에서 퇴장한다.

더불어 임지은이 맡은 의 누나는 더더욱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고 있는데, 그녀는 그저 가 복수에 미치게 하는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영미가 조금이나마 그의 복수 설계에 도움을 주고 거기에 개입을 하는 것과 다르게 그녀는 그저 가 움직이게 하는 동기라는 것으로 등장할 뿐 그 역할을 모두 다 하면 소모된다.

[올드보이]에서 등장하는 강혜정미도역시 마찬가지의 경우이다. 그녀는 주인공 오대수의 딸이자 복수를 위한 도구로만 존재한다. 그녀는 많은 부분을 오대수와 같이 움직이며 그에게 새로운 지표를 보이고자 하지만 그녀는 결국 복수를 위한 수단으로 작용할 뿐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이지 못한다. 그녀는 적극적으로 영화 안에서 움직이려고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결과적으로는 능동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수동적인 움직이었고 부질없는 움직임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오대수가 스스로의 삶에 대해서 선택을 하는 순간까지 그녀는 그저 선택되어야만 하는 운명에 불과하다

단편 영화 [쓰리몬스터] 안의 에 나오는 아내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는 주인공과 주인공에 대립하는 엑스트라역이 부딪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자 주인공이 개인적은 고뇌를 하게 하는 인물에 불과하다. 극 중에서 모든 고통은 그녀에게 쏟아지지만 그 고통을 정작 겪어야 할 남자들에게는 그 고통이 전혀 전달되지 않는 것이다. 짧은 단편 안에서도 박찬욱의 여인인 미란은 그저 소품으로 남자 주인공들이 대화를 나누고 스스로를 꺠닫게 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그녀 스스로 무언가를 이야기를 할 권리조차 주어지지 못한다.

[친절한 금자 씨]의 경우 이영애가 맡은 금자가 주인공으로 등장을 하는 만큼 여성이 능동적으로 등장하는 작품이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그녀의 역할은 수동적에 불과하다. 그녀는 애초에 이 복수에 가담할 생각이 전혀 없었으며 어쩔 수 없이 휘말리게 되어서 영화 안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위의 세 작품과 다르게 조금 더 자신의 힘으로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생각이 강하기에 다른 캐릭터로 보이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녀 역시 스스로 무언가를 깨닫기 위해서 행동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에서 위의 세 여성에 비해서 전혀 나아지지 못했다. 스스로 복수를 설계하는 과정에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스스로 무언가를 해낸다기 보다는 다른 이들의 도움이 필요한 약한 존재로의 여성으로 등장할 따름이다. 물론 박찬욱영화에서 과도기적의 여성으로 스스로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서 노력을 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는 있지만 여전히 그녀 역시 스스로의 힘으로 그 무엇도 해내지 못하고 그저 누군가에게 이용이 된 후 자연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기계와도 같은 존재라는 점에서 여전히 여성의 진화를 논하기는 어렵다.

3.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박쥐]

두 작품에서의 여성은 이전의 작품들에 비해서 조금 더 자신의 목소리를 크게 내고 스스로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두 작품 모두 현실에 기여하지 않은 채 환상적인 세계 안에서만 갇혀 있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그 가상의 현실에서나마 두 영화의 여주인공들은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노력하고 남자들을 이기기 위한, 혹은 그들과 투쟁하기 위한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남성을 이기지는 못하지만 그와 비등한 힘을 지니고 있으며 그들과 비슷한 능력을 가진 채 단순히 약한 존재로의 여성이 아닌 강인할 수도 있는 인간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의 영군은 자신이 싸이보그라고 생각을 하는 정신병자인데 적어도 그녀의 상상 안에서 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강한 존재이다. 그녀는 싸이보그가 되어서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그 어떠한 복수나 누군가에 의해서 복수를 해야만 하는 도구로 설정이 되어있지 않다. 가장 동화 같고 잔혹할 수도 있는 정신병원이라는 공간 안에서 그녀는 그저 자유롭게 누군가를 죽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일순을 만나서 사랑을 꿈꾸기는 하지만 그 안에서 그를 더 성장시키는 무언가를 하는 단순한 도구로 남지 않은 채 마지막까지 자신의 몽상을 이어갈 수 있는 존재이다.

[박쥐]에서 태주역시 상현에게서 뱀파이어로의 능력을 받은 채 그 능력을 자유로이 활용을 하는 존재이다. 물론 그녀 역시 스스로의 힘으로 이 역할을 얻은 것이 아니기에 한계가 가득한 인물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 능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줄 아는 존재이기도 하다. 단순히 뱀파이어로 만들어진 채로 그에게 순응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능동적으로 사람들을 공격하기도 하고 그와 대립을 하기도 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녀가 강인한 힘을 가진 채로 스스로 움직이는 존재라고 하지만 그녀 역시도 남성인 상현의 생과 사에 함께 해야 하는 존재에 불과하다. 여전히 박찬욱의 여자는 스스로 움직이지 못한다.

3. [스토커]에 등장하는 세 가지 색

반면 [스토커]에서는 조금 더 여성이 능동적으로 등장을 하게 된다. ‘인디아는 스스로의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성장을 그려나가고 여기에서는 오히려 거꾸로 남성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전의 영화에서는 남성을 위한 도구로 여성이 소모가 되었다면, 이번 [스토커]에서는 여성을 위한 남성이 단순히 도구로 소모가 된다. 이전에 비해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한 것이며 조금 더 자립적인 이야기가 시작이 되는 것이다.

[스토커]는 그 어떤 영화보다도 색의 대비가 명확히 구분이 되는 영화다. 보통의 영화들이 단순히 미학적인 도구로 색을 이용을 하는 반면 [스토커]에서는 명확한 색의 구분을 통하여, 주인공의 성장과 심리 묘사에 탁월한 성과를 보인다. 특히나 색의 변화를 통해서 인물의 성장을 보여주는 것은 기존 그의 영화에서 등장을 하는 것과는 다소 차별화되는 방식이다. 한 편의 영화 안에서 한 사람의 성장을 오롯이 보여주는 것은 그의 영화에서 쉽게 발견할 수 없는 방법이기도 하다. [스토커]에서는 총 세 가지 색을 이용해서 주인공인 인디아의 성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1. 하얀색, 노란색. 하얀 색 꽃, 바닐라 아이스크림

흔히 순결함, 순수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하얀색은 [스토커] 안에서도 마찬가지의 이미지로 등장한다. ‘인디아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은 바닐라아이스크림을 뜻하기도 하고, 첫 장면에서 등장하는 하얀 꽃을 가리키기도 하는 이것은 아직 더럽혀지지 않은, 순결한 그녀에 대해서 의미하는 부분이다. 아직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한 채로 성장을 하기 이전의 아이와 같은 의미는 그녀가 곧 벗어나야 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 하나의 색인 노란색은 그녀가 벗어나야 하는 운명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자신의 어머니의 머리색과 자신을 여전히 소녀로 머물게 할 숙모의 머리색이기도 한 노란색은 인디아의 혈통을 그리고자 하지만 결국 그녀가 다른 존재임을 부각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노란색, 어머니의 품,을 벗어나야지만 결국 소녀가 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담고도 있는데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와 성적으로 대립하는 존재가 된다. 그녀는 노란색 연필을 자신을 지키는 도구로 사용하며 붉게 물들이며 성장한다. 더불어 테니스공 역시 노란색인데 인디아는 이것을 스스로 뒤집어버리며 자신의 운명이 벗어나야 하는 운명임을 드러내는 복선으로 작용한다.

 

2. 검은색. 상복, 신발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서 마주하는 검은색은 인디아가 또 다른 무언가를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들이다. 그녀의 혈통이자 아버지를 의미하는 검은색은 거꾸로 그녀를 속박하는 것들이기도 하다. 어릴 적부터 배달이 되던 구두는 하얀색과 검은색의 결합으로 그녀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것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찬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상복이기도 한 검은색은 그녀가 조금 더 조숙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며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하는 순간에 대해서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검은색이 의미하는 상복과 신발은 곧 그녀가 벗어날 것을 의미하고 그녀가 이에 대해서 벗어난다면 붙잡을 수 있는 사슬처럼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인디아의 머리색과 같은 검은색은 그녀가 지신의 정체성을 조금 더 공고히하고 자신이 어머니와 다른 존재임을 분명히 깨닫게 되면 더 이상 그녀에게 속박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며 앞으로 나아갈 도구로 작용하게 된다. ‘인디아는 자신과 머리색이 같은 삼촌 찰리를 보면서 자신의 뿌리에 대해서 명확히 파악하고 자신의 존재를 더욱 완벽하게 만들어내게 된다.

3. 붉은색. 와인, , 구두

인디아가 결국 성인이 되기 위해서 사용이 되는 색인 붉은색은 소녀가 여자가 되기 위한 생리와도 연관이 되어있다. [스토커]에서 세 가지 이미지는 모두 인디아가 어른이 되기 위한 하나의 단계처럼 그려지게 된다. ‘찰리에게서 받아마시게 되는 붉은 와인은 그녀가 더 이상 찰리와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라 하나의 가족임을 의미하는 하나의 수단이다. 게다가 이 와인은 찰리가 마시던 것으로 결국 자신의 어머니가 아닌 삼촌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수단이며 그녀가 더 이상 순수한 소녀가 아닌 성적인 이끌림에 의해서 움직일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의미하는 부분이 되기도 한다.

이어서 인디아는 자신을 괴롭히던 아이를 노란색 연필로 찌르게 되는데 여기에서 그녀는 피를 발견하며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명확하게 깨닫게 된다. 사냥을 즐기며 아버지를 따라다니던 소녀가 이제 스스로 피를 느낄 줄 아는 그런 존재가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찰리에게서 수여받는 빨간 구두는 누구라도 다 인정할 수 있는 성인이 되었음을 의미하는 도구이다. 섹슈얼한 이미지가 더해진 높은 하이힐은 그녀가 더 이상 단순히 소녀가 아닌 지나가는 사람들이 바라만 봐야 하는 또 하나의 여성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게다가 낮은 곳에 존재하면서 상대방을 우러러보기만 해야 하는 한계가 가득한 여성이 아닌 스스로 더 높은 곳에 서며 누군가를 내려다보고 위압감을 선사할 수 있는 존재로의 등장이다. 이 세 가지의 단계를 거치고 나서야 인디아는 더 이상 찰리의 도움이 없이 스스로 서게 되며 더 이상 그의 도움을 바라지 않고 자신의 손으로 그를 숙청한다.

 

 

4. 결론

단순히 소녀가 등장을 하고 편한 화법으로 이야기를 하기에 [스토커]에서의 인디아박찬욱감독의 영화에서 여성보다 순해졌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실제 [스토커]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녀는 어리고 순진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잔인한 존재인 것이다. 어머니와 한 남자를 두고 성적인 대결을 벌이기도 하고, 자신의 진짜 핏줄을 찾기 위해 살인도 서슴치 않는 존재로 등장하는 것이다. 어린 나이이기는 하지만 정말로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그를 위해서 스스로 행동할 줄 아는 존재로 등장한다. 이를 위한 살인에 대해서도 두려움이 없으며 자신의 능력이 얼마만큼 성장했는지를 가늠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박찬욱감독의 다른 영화들에서 여성의 역할이 단순히 수동적이었고 소품에 불과했던 것과 다르게 인디아는 자신의 이야기를 그려내며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이내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완벽하게 활용한다. [박쥐]안에서 태주가 단순히 능력을 수여받고 그 능력을 소화하지 못한 채로 그와 같은 운명을 맞이하는 것과 정반대의 경우다. ‘인디아찰리보다 더 빠르게 자신의 능력을 흡수하게 되고 그것을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발휘하며 잔혹함을 선하한다. 여기에서 그녀는 마치 짐승의 그것처럼 날것의 피비린내를 풍기며 스스로의 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이 같은 그녀의 걸음은 어머니가 오직 집안에서만 살면서 주부로의 삶을 만족하는 것과 다르게 넓은 보폭이며, 결국 마지막 사내인 경찰까지 살해하며 오롯이 여성으로의 자신의 걸음을 마주한다. 초반에 등장하는 하얀 꽃의 이미지가 피에 물들어가는 것을 반복하는데, 이를 통해 박찬욱의 여성은 [스토커]를 통해서 완성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며 그의 여자는 이제야 강해졌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