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에게도 필요한 마법 가면
[우리에게 필요한 마법 가면]을 읽고
대다수의 동화나 청소년 소설이 불편했던 이유는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스스로 그것을 해결하기 보다는 어른, 즉 조금 더 힘이 강한 누군가의 도움을 받은 채로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이다. 물론 그런 식으로라도 아이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참 다행이겠지만 실제 상황에서 이것은 아무런 효과도 없다. 오히려 어른들이 문제에 개입을 하면 할수록 일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아이는 자연스럽게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어른이 그들을 돌봐주고 도움을 주고자 하지만 어른들이 없는 순간이 아이들에게는 자연스럽게 있게 마련이고 아이들은 그 순간 누군가를 괴롭히는 것을 멈춘 채로 친하게 지내는 척 하다가 어른이 사라지고 난다면 다시 악한 본성을 드러내게 마련이니까. 그 결과가 무엇이 되었건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는 한 번이라도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와 부딪쳐야만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아이들은 계속해서 그 아이를 괴롭히게 마련입니다. 어른의 존재가 늘 곁에 있을 수는 없기에 당장 앞에서는 해결이 되는 것 같은 문제들이 어른만 사라지고 나면 다시 더 큰 문제로 자리를 잡으며 아이들을 괴롭히곤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필요한 마법 가면] 안에서는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한다. 이 이야기는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되더라도 아이가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우게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마법 가면] 속 ‘지웅’ 역시 쉽게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성민’과의 관계가 무조건 적대적이기만 한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에는 나름 친하게 지내고 그를 돌봐주기도 하던 존재였던 지라 그 역시 그다지 쉽게 그를 미워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지웅’을 괴롭히기는 하지만 ‘성민’의 행동은 우리가 흔히들 문제가 된다고 알고 있는 수많은 아이들의 일반적인 괴롭힘의 수위에 비해서는 그 수위가 많이 낮은 편이고, 어딘지 모르게 맴 도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 수위와는 별개로 괴롭힘으로 인해서 ‘지웅’은 ‘성민’ 앞에서는 말을 더듬기도 하는데, 이 같은 사실은 괴롭힘과 별개의 문제로 ‘지웅’에게 또 다른 트라우마로 작용하게 된다. 어릴 적부터 글을 또박또박 읽던 똑똑한 아이가 부족한 아이가 되어가는 과정이기에 그런 것자신의 부족함을 느끼게 되고 이 문제에 대해서 자신 역시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망상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이다. 평소와 다르지 않게 길을 걷던 아이는 ‘마법 가면’을 파는 가게를 발견하게 되고 그곳에 들어가 가면을 얻은 후 새로운 힘을 얻게 된다. 누군가에 의해서 얻은 가면이기는 하지만 그 가면을 통해서 결국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가면 등을 사용해서 새로운 힘을 얻는 것은 단순히 이 동화에서만 나타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다루는 방법인데, 우리들이 어릴 적부터 보면서 자라던 파워레인저 시리즈 등의 전대물이라거나, 넓게 보면 세일러 문 등 역시 지금의 나와 다른 존재가 되어서 또 다른 힘을 얻는 것으로 같은 사람이 달라지지는 않지만 가면을 쓰거나 변신을 함으로 인해서 또 다른 인격체, 더욱 강한 인격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영화 [마스크]라거나 [소울 오브 브레드] 등에서도 가면은 새로운 힘을 낼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가면이라는 것은 결국 또 하나의 인격이자 그 동안 내가 겉으로 드러내지 못했던 자아로 작용하는 것이다. 또한 어른의 힘을 빌리지 않을뿐더러 결국 자기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게다가 서로의 문제도 함께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두 아이의 모습은 참 묘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고 함께 할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겁이 다소 신기한 부분이다. 아마 어른의 이야기였더라면 ‘지웅’과 ‘성민’이 다시 친한 사이가 되는 것은 다소 어려운 일이 되었을 것이다. 아무리 ‘성민’ 역시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 역시 자신을 괴롭혔다는 사실이 변화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여기에 조금 더 ‘성민’을 괴롭히던 아이들에게 복수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면이 더 크기에 그 정도 아쉬움은 덜어낼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이 된다.
다만 가면을 파는 아저씨의 개인사가 조금 앞에 부각이 된 느낌인데 그에 대해서 별다른 말이 없는 것을 보면 굳이 화상을 입은 사람으로 설정을 해야 했을까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다지 큰 역할도 하지 않고 그냥 스쳐 지나갈 인물에 이토록 큰 배역과 배경을 그려 넣었어야 하는 아쉬움과 더불어 그가 뭔가 다른 역할을 할 수 있었더라면 또 다른 방향으로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나서는 것은 아이들이지만, 결국 사건을 해결하는데 아이들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약간의 운이 함께 했다는 사실 역시 지나칠 정도로 우연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차피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아이들이라면 조금 더 그 아이들을 믿고 그 아이들만으로 매듭을 지었다면 더 좋은 결말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아이로 굳이 깨달을 필요가 없는 억지 교훈과 비슷한 것이 들어간 것 역시 어른의 눈으로 동화에는 교훈이 들어가야 한다는 강박도 어느 정도 작용한 느낌이다. 그러나 어른과 다르게 누군가를 쉽게 이해하고 다시 친구로 돌아갈 수 있고, 어떠한 것에 대해서 불신하지 않고 마법 가면의 힘을 믿고 그 힘에 빠지는 아이다운 모습은 [우리에게 필요한 마법가면]이 지니는 미덕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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