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우 팬픽] 나른한 오후 11
“너 그 문제집들은 정말로 다 푸는 거야?”
“그럼요.”
수현이 또 문제집 한 권을 쓰레기통에 넣자 현우는 미간을 모았다. 현우가 버리는 문제집이 괜히 아까웠다.
“지우고 다시 풀지.”
“네?”
“아니 샤프로 해서 다시 풀면 되잖아.”
“뭐 하려고 그래요? 그냥 새로 사면 되는데.”
“이거 다 돈이잖아.”
“에이 그 정도 돈은 괜찮아요. 어차피 부모님도 문제집 사는 돈은 하나도 아끼지 않고 주시니까요.”
“그래도 이건 아니지.”
현우는 수현의 앞에 앉아서 지우개로 문제집을 지웠다. 수현은 그런 혀눙를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 장난스럽게 고개를 흔들었다.
“사장님 원래 그렇게 짠돌이었어요?”
“뭐가?”
“그렇게 안 봤는데.”
“김수현.”
“아니에요.”
수현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양손을 들어보였다.
“그게 뭐 나쁜 것은 아니죠.”
“내가 짠돌이가 아니라 네가 이상한 거야. 최소한의 돈을 아끼고 그래야지. 아낄 수 있는 돈도 아끼지 않는 것은 멍청한 거라고. 나는 네가 그렇게 멍청한 사람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내가 이상한 거야?”
“알겠다고요.”
수현은 입을 쭉 내밀고 지우개로 문제집을 지우기 시작했다.
“이러면 되는 거죠.”
“그래. 착하다.”
현우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수현은 씩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현우는 카운터로 가서 커피를 만들기 시작했다.
“너 이번 성적 더 올랐더라.”
“뭐.”
기웅의 말에 수현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거 당연한 거 아니야?”
“하여간 이 자식 잘난 척은.”
“그래도 아직 부족하다.”
“왜?”
“사장님에게 잘 보여야지.”
수현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자 기웅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하여간 나는 이해가 안 된다.”
“나도 네가 이해가 안 된다. 그 나이를 먹고도 제대로 연애도 하지 않고. 어차피 우리 나이에 잃을 것도 없잖아.”
“나는 모르겠다.”
기웅의 대답에도 수현은 계속 밝은 표정을 지을 따름이었다.
“너 이제 시험 기간 아니야?”
“아직은 아니에요.”
“그래도 공부 해야지.”
“괜찮다니까요?”
수현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너 이번 성적표 볼 거야.”
“네?”
수현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도 울상을 지었다. 이렇게 약한 척을 하고 나면 현우가 다르게 나올 거였다.
“그런 게 어디에 있어요?”
“너 여기에 계속 올 거잖아.”
“그렇죠?”
“그럼 공부를 했다는 증거를 보여야지.”
“너무해요.”
“뭐가 너무해.”
현우는 짐짓 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수현은 그게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스몄지만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사장님은 뭐 해주실 거예요?”
“어?”
“소원 하나.”
“소원?”
현우는 미간을 모았다. 그리고 가만히 수현의 얼굴을 바라봤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 같기는 했지만 그래도 상관은 없었다.
“너무 심한 거 말고.”
“알겠습니다.”
수현의 장난스러운 미소가 불안했지만 현우는 한숨을 토해내고 따뜻한 우유를 수현에게 건넸다. 현우는 살짝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 어린애 아니라니까요.”
“너 어린애 맞습니다.”
“커피 주세요.”
“그럼 키 안 커.”
수현은 현우의 앞에 섰다. 현우는 자신보다 한참이나 큰 수현에 입을 쭉 내밀었다. 수현은 그런 현우를 품에 폭 안았다.
“좋아해요.”
현우는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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