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우 팬픽] 나의 왕자님 33
“대국과 인연을 끊어요?”
“그렇습니다.”
“하.”
현우는 가만히 기웅의 얼굴을 응시했다.
“외숙께서는 그 일이 가능하다고 보시는 겁니까?”
“네. 가능할 겁니다.”
“어찌 그런.”
“이미 대국은 쇠약하고 있습니다. 다른 열강들이 나서고 있는 사이 우리도 새로운 무언가를 봐야 할 겁니다.”
“외숙. 이런 상황에서 제가 감히 왕이 될 수 있으리라 보시는 겁니까? 제가 이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당연합니다.”
“그만 둘까요?”
현우의 말에 기웅은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어차피 스승님도 제가 세자이기에 저를 두고 가신 것이고. 작은 외숙도 저를 노리시는 것아니십니까?”
“지금 이 자리를 그만 둔다고 모든 것이 해결이 될 거라 믿으시는 겁니까?”
“네?”
“모두 죽을 겁니다.”
기웅의 경고에 현우는 입을 다물었다.
“그 자의 성정을 모르는 겁니까?”
“그거야.”
“피바람이 불 겁니다.”
기웅의 경고에 현우는 고개를 숙였다.
“무엇이건 자신이 바라는 것은 무엇이건 다 이루어야만 하는 자입니다. 그런 자가 도대체 뭐가 아쉬워서 고개를 숙일 거라 믿으시는 겁니까? 온갖 끔찍한 일은 다 저지르고 모든 이들을 망칠 겁니다.”
“허나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이 있을 거라 믿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어머니의 동생이 아니십니까?”
“그래서 무서운 겁니다.”
“네?”
“중전마마께서 누구의 편에 서셨을 거라 믿으십니까?”
“그게 무슨?”
현우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그렇다면 이미 어마마마는?”
“그렇습니다.”
기웅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누님은 이미 자신이 누구의 편에 서는 것이 더 유리한지. 그에 대한 판단이 이미 끝이 났습니다>”
“전하 주무시지 않으시는 겝니까?”
“아직 이르오.”
“하오나.”
“어허.”
내관의 말이 이어지려고 하자 왕은 고개를 저었다.
“과인이 언제부터 그대에게 우습게 보였기에 나의 말에 그토록 그대가 길게 다른 말을 하려 하는 거야?”
“그러한 것이 아니라.”
“생각할 것이 있어서 그렇소.”
“그 자 말이옵니까?”
“그렇소.”
내관은 고개를 숙였다. 왕은 팔짱을 끼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그대도 중전이 배신할 거라 믿소?”
“사람이라는 것은 아무도 모르는 법입니다.”
“그러니 조심해야 한다?”
“네.”
“중전을 조심하라.”
왕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정말 도성에서 왔수꽈?”
“그렇습니다.”
“나 참.”
주모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도성서 예까지 무슨 볼일이 있다고 온 거수꽈? 정말로 귀양을 온 것도 아니라고 하던데 말이우다.”
“탐라가 좋다 들었습니다.”
“탐라가 뭐가 좋다 말이까? 전부 다 뭍으로 가고 싶어서 안달이 났으매. 예까지 오신 것 후회하실 거우다.”
“아닙니다.”
수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알고 싶은 것이 많아 왔습니다.”
“탐라로 간다?”
“네.”
“왜 그리 가는가?”
“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왜의 움직임?”
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왜가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게요? 그들은 아직 미개한 오랑캐일 따름이오.”
“아닙니다.”
수현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당장 조선보다 약해보일지는 모르나 조만간 조선을 치러 올 것이 분명한 자들입니다.”
“어찌 그리 확신하는가?”
“농사가 되지 않습니다.”
“무어라?”
“그들은 농사를 지을 수가 없는 척박한 땅에 살고 있습니다. 지금도 대마도를 수시로 드나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거야 그렇지만.”
“앞으로 우리 조선을 노릴 겁니다.”
왕은 진지한 눈으로 수현을 응시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식량이 부족해서 그러하다.”
“네. 게다가 조선은 당장 해군의 능력이 그리 뛰어나지도 않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럼 탐라에 가서 무엇을 하겠는가?”
“그들의 동향을 살피겠습니다.”
“세자도 같이 가는 것인가?”
“아닙니다.”
수현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저하는 왕이 되셔야 합니다.”
“그것은 역모네.”
“그렇습니까?”
긴장된 표정이면서도 왕이 미소를 짓자 수현도 엷은 미소를 지었다. 왕은 수염을 만지며 고개를 저었다.
“정녕 사내를 좋아하는가?”
“그러합니다.”
“그것만 아니라면 세자의 곁에 있어도 좋을 터인데.”
“죄송합니다.”
“아니지. 내가 죄송할 일이야. 일단은 알겠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내가 살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수현은 고개를 숙이고 왕의 처소에서 물러났다.
“왜라.”
수현은 저 먼 바다를 내다 보았다.
“저들이 조선을 넘보지 않아야 저하가 오롯이 왕이 되실 수 있을 텐데. 저하가 왕이 되어야만 할 텐데.”
허나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요 근래 왜적들이 대마도를 넘어오는 일이 점점 더 잦아들었고 이제는 조선 땅까지 당도하고 있었다. 그들을 막을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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