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우 팬픽] 나의 왕자님 42
“요즘 무예를 닦느라 열중이네.”
“그러한가?”
수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자네도 예까지 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을 텐데. 오는데만 사흘이 내리 걸리는 걸음을 어찌 이리 자주 오는 것인가. 이런 식으로 자꾸만 나를 보러 올 이유 하나도 없어. 너무 이러지 말게.”
“이틀이네.”
“응?”
“관아에 말들이 괜히 있는가?”
“자네도 참.”
기웅은 물끄러미 수현을 응시했다.
“한양으로 올라가기는 할 건가?”
“응?”
“정녕 저하가 이제 왕이 되고. 정말로 자네와 무언가를 할 힘이 생긴다면. 그 순간 정녕 올라갈 것인가?”
“모를 일이지.”
“자네 정말.”
기웅은 턱수염을 만지며 고개를 저었다.
“저하가 지금 움직이는 힘은 오직 자네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하나야. 그런데 자네가 그것을 꺾겠다고 하는 건가?”
“허나 내가 그곳에 간다고 하면 그것이 결국 저하를 놀리는 일이 되고 말 거야. 저하를 위해서 안 될 일이야.”
“그게 무슨 말인가?”
“저하는 내가 가면 안 되는 사람이란 말일세.”
기웅은 물끄러미 수현을 바라보더니 씩 웃었다.
“아끼는군?”
“응?”
“사모해.”
“아닐세.”
수현의 얼굴이 붉어지자 기웅은 고개를 끄덕였다.
“부럽네.”
“무슨 말을 하는 건가?”
“나는 자네를 아무리 가지려고 했지만 자네가 절대로 나에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지 않나? 그래서 나는 포기를 했고.”
“그거야.”
“자네 탓이 아닐세.”
수현이 무슨 변명을 하려고 하자 기웅은 가만히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흔들고는 술을 마셨다.
“자네의 탓이 아니야. 그저 자네와 내가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던 거지. 그냥 그랬던 것이야.”
“미안하네.”
“미안할 것도 많아.”
수현의 사과에 기웅은 고개를 저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자네가 정녕 저하를 마음에 담고 있다면 그냥 그런 식으로 버려서는 안 된다는 걸세. 저하는 그렇게 강한 분이 아니야. 자네가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할 걸세.”
“허나 내가 무언가를 보여주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저하를 다치게 만드는 일이 될 거야. 나는 그러기 싫어.”
“왜 그리 생각하는가?”
“그럼 아닌가?”
수현의 미소에 기웅은 할 말을 잃었다.
“저하는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계신 분일세. 그런 분을 내가 흔들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 우스운 일이지.”
“흔드는 일이 아니야.”
“그러나 그게 분명한 일일 테지.”
“자네 정말.”
“그만.”
수현은 술을 따르며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이런 이야기를 더 나누기 싫어.”
“그나저나.”
“그리고 오늘 돌아가게.”
“응?”
“부탁일세.”
수현의 말에 기웅은 뭐라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정말로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그런가?”
재현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찌 한양에 같이 가지 않으셨습니까?”
“응?”
“한양서 나리를 모시러 오신 것이 아니었습니까? 그렇다면 같이 올라가셨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내가 여기를 지키려 했던 건데 내가 왜 도성으로 갈 거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인가? 말도 안 되는 일이지.”
“허나 여기에 계씨면 위험할 겁니다.”
“아니.”
수현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내 나름대로 여기에 군대도 만들고 그랬다는 것을 자네도 잘 알지 않나? 내가 그리 쉽게 포기하고 질 거라 생각을 하나.”
“허나.”
“여기를 지킬 걸세.”
수현은 힘을 주어 말을 하며 재현의 말을 막았다.
“내가 근야 지고 물러날 거라고 생각을 한 거라면 자네가 잘못 생각을 한 것이야. 나는 절대로 물러날 계획이 없네. 무조건 지킬 걸세. 이곳에 무슨 일이 있건. 내가 이곳을 지킬 거야.”
“나리.”
“모두 믿지 않겠지.”
수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허나 나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네. 나도 처음에는 그다지 좋은 뜻으로만 온 것이 아니었으니 말이야.”
“네?”
“아닐세.”
재현이 반문하자 수현은 고개를 저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모든 것을 내가 다 막을 수 있다는 걸세. 그리고 다시는 이 땅이 유린당하지 않게 할 걸세.”
“그리 강하다고?”
“네.”
마을 촌로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내가 생각을 하기에 그치는 이번에 무조건 도성으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왜 가지 않았다는 것인가?”
“아무래도 이곳에 대한 책임감과도 같은 것을 지니고 있는 모양입니다. 지키고자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럴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나?”
“네.”
“어리석군.”
마을 촌로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마을 사람들을 소집하게.”
“네?”
“우리 일이 아닌가?”
놀라는 재현에게 마을 촌로는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해야 하는 거야. 그리고 나는 우리가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네.”
“네.”
“이제 우리 마을의 모든 것은 그 사내에게 맡겨야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도성에서 온 사내가 뭐라도 할 수 있을 거라 믿어야 하는 거야. 그리고 그 사내라면 정말로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군.”
재현은 빛나는 눈으로 마을 촌로를 바라봤다.
“그 말씀은?”
“이제 믿는다는 말일세.”
마을 촌로의 대답에 재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은 그저 농담 같았지만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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