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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영화] 경주, 맛있어 보이지만 입에는 맞지 않아.

권정선재 2014. 7. 3. 07:00

[맛있는 영화] 경주, 맛있어 보이지만 입에는 맞지 않아.

 

Good - ‘박해일신민아의 팬

Bad 달달한 로코물을 기대한 사람

평점 - ★★★☆ (7)

 

박해일신민아가 나온다는 사실만으로도 관심을 끌게 하는 영화 [경주]는 사실 그다지 재미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아무래도 두 배우가 나오는 만큼 조금 더 말랑거리는 영화를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영화에 대해서 아쉬움도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영화를 고를 적에 어떤 배우가 나오는지 보다 더 중요한 것이 감독의 전작이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해서 고민해야 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되는 건지. 물론 그다지 최악의 작품은 절대로 아닙니다.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영화거든요. 다만 설렘을 느끼면서 기분 좋게 보기에는 다소 낯선 느낌을 주기에 영화가 더욱 묘하게 느껴진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실제로 영화를 보다가 극장을 나가는 사람들도 나오더라고요. 아무래도 하루 종일 스트레스를 받고 저녁에 힐링하러 극장에 갔다가 이런 영화를 만나게 돼서 그런 것 같아요. 조금 긴 이야기에 정확히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인지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으니 더욱 낯설게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렇기에 더 예쁜?영화가 될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경주를 보여주기 보다 경주의 향이 마음에 남게 하는 그런 영화 같거든요.

 


경주 (2014)

7.5
감독
장률
출연
박해일, 신민아, 윤진서, 김태훈, 곽자형
정보
로맨스/멜로, 코미디 | 한국 | 145 분 | 2014-06-12
글쓴이 평점  


 


일단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영화의 강점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영화의 가장 큰 약점이 되기도 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정확히 무엇을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명확한 채로 영화가 살짝 떠있는 채로 진행이 된다면 괜찮겠지만 정확히 무엇을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인지도 관객들에게 제대로 말을 해주지 않은 채로 사건들이 연속되면서 더욱 불편하게 느껴지는 거죠. 게다가 새로운 인물들이 계속 등장하고 또 다른 에피소드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에피소드들 자체가 매우 길게 그려집니다. 그러다 보니 원래 이야기를 하려던 주제를 넘어서서 또 다른 이야기가 되고자 하고, 그렇게 관객이 그 이야기가 무엇인가? 파악을 하려고 하면 또 다른 상황으로 가게 됩니다. 영화를 모두 다 보고 난 이후에는 대충 어떤 그림이구나. 그려지기는 하지만 그것이 그다지 매력적이지는 않거든요. 조금 묘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정말로 같이 경주를 여행한 것 같은 느낌을 드는 것은 좋았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런 경주의 모습을 넘어서 그 이상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거든요. 위에서도 이야기를 한 것처럼 경주의 향이 고스란히 몸에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향이 너무 옅습니다. 참 좋은 녹차의 향이 오랜 시간 몸에 배기 위해서는 두 시간이 넘어야 한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중국에서 교수를 하고 있는 최현역의 박해일은 그 툭유의 느림이 가장 빛나는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소처럼 눈을 반짝이는 그가 가장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해야 할까요? 세상 물정도 잘 모르고 많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오히려 그게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경주]라는 영화 자체가 매우 느리게 이어지기 때문에 그의 답답함은 영화를 더욱 지루하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박해일이 있기에 웃음을 유발하는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그 부분이 그다지 크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그냥 조금 애매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게다가 공윤희에게 어떤 감정을 품은 것 같으면서도 혼자서 삭히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그녀의 곁을 맴돌기만 하는 모습이 너무 묘하게 느껴집니다. 꽤나 복잡적이기도 하고 애매하기도 한 캐릭터가 박해일이라는 배우를 만나서 그나마 입체적으로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선하면서 살짝 멍한 그의 외모 덕에 최현이라는 캐릭터가 스크린에서 살아나거든요. 형의 장례식에 왔다가 춘화를 보기 위해서 경주로 가는. 그리고 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한 번에 다 보이지 않고 하나하나 드러내면서 관객에게 추리 같은 것을 하게 하기도 합니다. 도대체 저들이 어떤 관계인 것인지 생각하게 만들거든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지만 박해일이기에 정답인 역할입니다.

 

공윤희를 맡은 신민아는 비밀이 많은 것 같고 밝으면서도 은근히 속에 많은 생각을 품고 있는 여인입니다. 워낙 밝은 이미지인 신민아라서 살짝 신기하게 느껴지더군요. 기존에 신민아라는 여배우가 가지고 있었던 비타민 같은 이미지와는 살짝 다르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약간 느릿하기도 하고 매력적으로 그려지기도 하는데요. 그 신비로운 매력이 바로 그녀가 [경주]에서 캐스팅된 이유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다소 느릿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존재로 그려지기도 하거든요. 정말로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은 안타까운 존재이기도 하고. 그와 동시에 강인하게 살아나가는 여인이기도 한 존재입니다. 한 남자가 진정으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인이기도 하고 그와 동시에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죠. 그다지 많은 목소리를 내지 않지만 박해일을 이해하게 해주는 역할입니다. 신민아라는 여배우가 보일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모습을 선사하는 것 같습니다.

 

달달한 로코물을 기대한다면 무조건 실망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사랑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실제 극장에서는 나가는 사람이 다수인 영화였습니다. 아무래도 장률감독이라는 사람을 보고 극장에 온 것이 아니라 박해일신민아라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경주라는 곳에 대한 로맨스를 우선으로 바라보고 있기에 그런 거겠죠. 하지만 이런 기대를 조금 낮춘다면 나름 낄낄거리고 볼 수 있는 즐거운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들의 로맨스는 참 사랑스럽고 귀여운 느낌을 주거든요. 그 달달함과 킬킬거림을 넘어서다 보면 영화가 끝이 나는 것이 아쉬워집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마지막까지 감독은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 안에 담겨 있는 시간이 정확히 어떤 시간인지도. 그리고 신민아가 누구인지도 제대로 이야기해주지 않는다는 거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상관은 없을 겁니다. 경주라는 것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영화일 테니까요. 우리가 그저 수학여행으로만 마주하는 지역을 사랑의 고장으로 만든 것으로도 의미가 있겠죠? 소소하지만 아름다운 영화 [경주]입니다.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신민아를 뒤에 두고 사진을 찍는 박해일

사건의 연속 낯선 술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