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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방] 소원

권정선재 2014. 7. 2. 16:38

[행복한 책방] 소원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원]은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아동 성폭행 사건을 소재로 삼은 소설입니다. 보는 내내 너무나도 먹먹하고 아픈 소설이기도 합니다. 사형이 없는 대한민국에서 사실상 나쁜 놈들에게 가장 강한 벌은 무기징역일 겁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인생을 완벽하게 망치고 다시는 그 사람이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만드는 성폭행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관대한 나라가 바로 한국이기도 합니다. 이 관대한 나라에서 어린 여자 아이는 더더욱 살기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아픈 일을 당하더라도 그 누구에게도 제대로 도움을 받을 수도 없고 그나마의 도움이라는 것도 어른들의 눈으로 하는 것이 전부니 말이죠. 사건 그 자체에 초점을 두지 않고 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소원]이 조금은 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소원

저자
소재원 지음
출판사
네오픽션 | 2013-09-2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상처받은 아이로 인해 흩어진 가족, 무너진 울타리 이들을 일으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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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영화 [소원]에 비해서 소설 [소원]은 조금 딱딱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다양한 사람의 입장을 담으려고 한 것이 그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의 경우에는 피해자의 아버지의 입장에서 영화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사랑하는 딸이지만 딸이 그저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두려워하는 그 과정. 그리고 자신이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이는 거죠. 그렇게 한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과 다르게 소설은 가능한 다양한 사람들의 입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조금 더 사건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지만 거기에서 끝이 나버리기도 합니다. 그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바라보는 세상은 정확히 무엇을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건지 보이지 않거든요.

 

게다가 분노해야 하는 상대에 대한 이야기가 제대로 그려지지 않는 것 역시 소설 [소원]이 다소 아쉬운 부분입니다. 영화는 보면서 욕이 나오게 그려집니다. 물론 소설 [소원]이 중심을 잡고 있는 것은 누군가에 대한 원망이 아니라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이고. 망가진 한 가족이 다시 진정한 가족이 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소중한 가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글이라고 하더라도 독자의 입장에서 누군가를 미워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이 됩니다. 하지만 소설은 그 누구도 미워할 여유 자체를 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미워할 여유 자체를 주지 않다보니 조금 애매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분명히 이런 일이 사실 일어나는 거고 우리가 같이 생각을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이 되기도 하지만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인지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는 거죠.

 

다만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 대해서 조금 냉정하게 바라보았다는 점에서 많은 고민을 던져주지 않나 싶습니다. 영화에서는 소원이가 다시 원래의 생활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성폭행 피해 아동이 현실로 돌아가는 일이 그다지 쉽지 않습니다. 분명히 피해자이지만 다른 살마들이 보기에는 그저 피해자가 아닌 거죠. 그리고 다른 어른들이 생각을 할 때는 이 아이는 자신의 아이들과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았으면 하는 아이이기도 합니다. 혹시나 아이들이 이상한 생각이라도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멀리서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결국 내 아이와 어울리지 않기를 바라는 그런 이기적인 모습까지 모두 담고 있습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어른들이 만든 잔인한 세상에 상처입은 아이를 우리 어른들이 어떻게 치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 아픈 소설 [소원]입니다.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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