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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영화] 야간비행, 모두를 위한 기도

권정선재 2014. 8. 26. 19:11

[맛있는 영화] 야간비행, 모두를 위한 기도

 

[야간비행] 시사회에 다녀와서 쓰는 리뷰입니다.

 

Good 청소년 영화를 기다린 사람

Bad 아픈 영화 싫은 사람

평점 - ★★★★☆

 

영화를 보고 나면 자주 몸이 아픕니다. [남영동 1985]를 보고 나서는 위가 너무나도 아파서 며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가슴에 뭐가 턱 하니 막고 있는 느낌은 [야간비행]을 보고 나서도 느껴졌습니다. 동성애 청소년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외로움에 몸부림치고 성적으로 줄 세워지는 우리 모든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퀴어 영화를 매우 좋아하는 편입니다. 쉽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그 끝이 거의 해피엔딩이기는 어렵다는 점 때문에 그런데요. [야간비행]은 꽤나 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영화였습니다. 그 어디에도 제대로 발을 붙일 수 없는 청소년 동성애자가 중심에 나서는 영화였기 때문이죠. 다른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숨이 턱 막히는 것 같다.가 바로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어디에도 발을 댈 수 없는 비틀거리는 청춘. 그리고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영화이니 말이죠. 사실 상영하기 전에 러닝 타임이 조금 긴 거 아니야? 라고 불안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영화가 상영이 되고 나서는 오히려 빨리 끝이 나는 것이 아쉬운 영화였습니다. 이토록 잔인하게, 그리고 사실적으로 청소년들에 대한 현실을 꺼낸다는 것이 참 묘한 느낌이 드는 영화입니다.

  

 


야간비행 (2014)

Night Flight 
7.5
감독
이송희일
출연
곽시양, 이재준, 최준하, 김창환, 이익준
정보
드라마 | 한국 | 134 분 | 2014-08-28
글쓴이 평점  

 

 

[야간비행]은 단순히 동서애자 소년의 이야기가 아니라 성적으로 서열화가 되어버린 오늘날 학교의 모습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눕니다. 더 이상 학교는 정의로운 곳이 아닙니다. 그 비열한 공간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하기에 사실 너무나도 아프기도 합니다. 마치 [한공주]를 봤을 때처럼 그렇게 슬프고 버겁습니다. 그 학교라는 공간에 얼마나 일그러져 있고 그 안에서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우리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야간비행]은 동성애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학교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동성애자이건, 문제아이건 그런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서울대에 갈 수 있는 아이인 것인지, 아니면 엄마가 얼마나 열심히 학교에 올 수 있는 것인지. 그것만이 중요한 것이죠. 아무리 나쁜 일을 당하고, 그것에 대해서 따지고자 하더라도 이미 그러한 것 자체가 막혀 있는 그런 세상이니 말입니다. [야간비행]을 보면서 묘한 느낌이 드는 것은 용주때문일 겁니다. 그 답답하고 막힌 공간에서도 용주는 자유롭습니다. 자신의 성 정체성에 우울하기는 하지만 엄마와 대화를 나누면서 유쾌하게 자신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그런 바르게 자라가는 청소년이기 때문이죠.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서 자유롭게 날기 위한 아이가 보이는 [야간비행]은 그렇기에 더욱 버겁습니다.

 

곽시양이 맡은 용주는 편모 가정의 아이면서도 학업 성적이 우수한 수재입니다. 모든 일에 즐겁고 딱히 사람들에 대해서 어떠한 편견 같은 것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 어떤 아이보다도 밝게, 그리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그런 아이로 성장을 하는 거죠. 하지만 이 아이 역시 마음 속에 우울함을 숨기고 있습니다. 바로 다른 아이들과 다른 성 정체성이 그것인데요. 특히나 중학교 때부터 어울리던, 그리고 지금은 불량 청소년으로 성장한 기웅을 짝사랑하면서 그림자처럼 맴도는 것이 이 아이가 가지고 있는 그림자입니다. 사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도 되는 것이 아니지만 그것이 마치 죄인 것처럼 말을 하는 세상 안에서 용주는 쉽게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도 못합니다. 그저 자신의 곁에서 맴돌아주는 어린 동성애자 동생과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전부죠.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야간비행은 곧 철거를 앞둔 동성애자 바입니다.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야 용주는 정말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며 그 무엇도 숨기지 않고 자유롭게 날 수 있는 파일럿이 됩니다. 불안한 상황에서도 다른 아이들을 먼저 바라볼 수 있는, 그러면서 조금씩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바라볼 줄 아는 참 착한 아이입니다. 정말로 무엇이 자신을 아프게 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더 안쓰러운 역할인데요. 곽시양의 선하면서도 묘한 얼굴이 용주의 캐릭터와 잘 어울립니다.

 

불안한 불량아 기웅이재준이라는 배우가 맡았는데 그 아슬아슬한 떨림이 꽤나 돋보이는 배우더라고요. 사실 불량 청소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사연이 많고, 아무리 불쌍한 아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힘들다고 해서 그 아픔을 다른 누군가에게 전가하는 것 자체가 악행이니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아이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이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진짜 마음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불우한 아이이기 때문이죠.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지기 위해서 끊임없이 불안하게 날아오르는 존재입니다. 실제로 악한 마음을 품고 있기 보다는 자신이 품고 있는 마음을 도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것인지 모른다고 하면 더 옳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자신이 용주를 마음에 품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난 이후에 불안해하는 그 감정까지 매우 뛰어나게 표현을 해주어서 영화에 더욱 공감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특히나 그 어떤 영화보다도 더 불안불안한 성정체성과 그에 따른 고민에 대해서 진지하게 그려낸 것 같아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나 싶습니다. 콧수염을 기르면서 반항적이기도 하지만 마냥 안아주고 싶은 불행한 아이, 손을 꼭 잡고 네 잘못이 아니야. 라고 말해주고 싶어집니다.

 

 

잔인한 학교 안에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찾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만큼 불편할 수도 있지만 그래서 더 의미있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사실 저는 이 영화가 단순히 퀴어 영화일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렇지 않아서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학교라는 공간을 그대로 스크린 안에 옮겨 놓으면서 그들의 불안함에 대해서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저 학업만으로 무언가가 판단이 내려지는 세상에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고 있으니 말입니다. 너무나도 아프고 아린 이야기. 그러면서도 그 아이들 중에서 과연 누가 나쁜 사람일까?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면 쉽게 대답을 내릴 수도 없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너무 아프지만 그 아이들을 위해서 손을 내밀고 싶어지는 영화. 배우들이 생각 이상으로 연기를 잘 해주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아픔까지도 이해할 수 있었던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진지하고 무겁기만 한 이야기가 아니라 중간중간 즐거움을 선사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 역시 영화적인 매력을 더해주는 것 같습니다. 학교 폭력 그 자체의 잔혹함과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품고 있는 청소년들의 이야기에 사회적인 문제까지 매력적으로 버무린 영화. [야간비행]입니다.

 

P.S - 다만 19금이라는 사실이 조금 아프군요. 모든 청소년들이 볼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기웅의 월담

용주 엄마와 용주의 유쾌한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