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새하얀데 매운 라면
Good – 행복한 감성 영화를 기다린 사람
Bad – 눈물 흘리기 싫어. 책보다 좋겠지?
평점 - ★★★★ (8점)
절대로 즐겁게 보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영화였습니다. 소설보다 좋은 영화가 나오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고, 최근 송혜교를 향한 구설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모든 기자들이 이 영화에 열혈 옹호를 해주는 것도 뭔가 묘한 느낌이었습니다. 아니 도대체 이 영화가 뭐라서 그러는 거야? 솔직히 말하면 [두근두근 내 인생] 너무 끊어집니다. 왜 이렇게 영화가 투박한 거지? 라고 느껴질 정도로 끊깁니다. 그런데 정말 슬픕니다. 울리려고 감정을 고조하지 않아서 그래서 더 슬픕니다. 누군가가 죽어가는 이야기. 사실 그렇게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일 겁니다. 죽어가는 한 소년과,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 그런데 이 영화가 너무나도 아픈 이유는 그래도 다 괜찮아질 거야. 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소년이 자신의 죽음을 묵묵히 받아들인다는 점에 있을 겁니다. 결국 자신이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 있어서 정말 좋았다고 이야기를 하는 그 순간. 그게 바로 이 영화의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부분이 될 거 같은데요. 너무 슬프기는 하지만 그런 만큼 더 가족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는 거죠. 덤덤하게, 그래서 더 빛나고 서글픈. 그리고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입니다.
아무래도 가족 영화이니 만큼 행복한 부분이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킥킥 거릴 수 있는 부분도 많이 담겨 있습니다. 이런 영화 싫어! 라고 하시는 분들도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 같아요. 무조건 슬퍼! 너희들은 여기에서 울어야 해! 라는 영화이기는 하지만 최대한 그러한 감정을 배제한 채로 덤덤하게 이야기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죠. 물론 그것이 관객의 입장에서 더욱 아프게 다가옵니다. 분명히 커다란 일이잖아요?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을 커다랗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살 수는 없을 겁니다. 매 순간을 모두 다 슬퍼하다 보면 결국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을 테니 말이죠. 그래도 가족이고 그들에게는 일상인데, 한 순간은 너무 아프더라도 다른 순간은 그렇게 아프지 않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될 테니 말이죠. 이 서러움. 그리고 서글픔이 영화에 곳곳 묻어있습니다. 하지만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두근두근 내 인생]은 그냥 누군가가 죽어가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고 따뜻하게 하나의 가족을 만들어가는 그런 기분 좋은 영화이기 때문이죠. 설레기도 하고 두근거리기도 하고. 정말 행복하게 느껴지는 그런 느낌. 그게 바로 [두근두근 내 인생]의 미덕일 텐데요. 보면서 낄낄거리기도 하고, 또 훌쩍이기도 하고. 간만에 정말 좋은 영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강동원’은 사실 이렇게 연기를 잘 하는 배우가 아니라고 생각을 했는데 왜 여태 이런 역할을 하지 못한 거지?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입니다. 사실 [군도 : 민란의 시대]에서 그가 맡았던 ‘조윤’은 영화를 망쳐버리는 역할입니다. 관객이 영화를 볼 때 ‘강동원’이라는 사람을 지우고 ‘조윤’이라는 악당만 봐야 하는데 자꾸만 관객의 눈에는 그 아름다운 ‘강동원’이라는 존재가 어른거렸기 때문이죠. 그런데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는 달랐습니다. 거기에 더 이상 ‘강동원’이라는 존재는 없습니다. 그냥 33살이라는 나이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어린 아버지가 존재했습니다. 자신이 정말 사랑하던 꿈을 버리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 하는 고단한 아버지. 그러는 동시에 소녀시대를 사랑하고 게임을 좋아하는 그냥 평범한 철부지 33살. 아직 33살이라는 나이는 너무 어린 나이잖아요. 뭐든 다 할 수 있는 나이고, 자신의 꿈을 아직 이뤄야 하는.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아직은 부모님에게 투정을 부릴 수도 있는 그런 나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모든 짐을 짊어지는 거죠. 그러면서도 무조건 어른이 아니라서 좋았습니다. 여전히 위태위태하고 자신이 정말로 뭘 할 수 있는지 모르는 그런 아버지. 아직 채 어른이 되지 못했지만 아들과 같이 어른이 되어가는 진짜 아버지의 얼굴이 ‘강동원’에게 있었습니다.
‘송혜교’는 사실 조금 애매한 연기를 선보입니다. [오늘]이라는 영화를 통해서 연기를 참 잘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는 살짝 튀는 느낌인데요. 아무래도 그녀가 좋은 연기를 선보인다고 하더라도 ‘강동원’에 비해서 어려울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일단 ‘강동원’은 원래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니 사투리 연기가 자연스러울 수밖에요. 반면 ‘송혜교’는 사투리에서도 어색하고 어머니에서도 어색합니다. 아무래도 역할의 차이가 있어서 그런 것 같은데요. ‘강동원’이 맡았던 ‘대수’ 같은 경우에는 여전히 철부지고 여전히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그런 성장을 보입니다. 하지만 ‘송혜교’가 맡은 ‘미라’는 원래 어른입니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고, 세상의 모든 슬픔을 감내하려고 하는 인물. 아들인 ‘아름’이 그렇게 된 것이 자신의 탓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모든 슬픔에 대해서 받아들이고 껴안으려고만 하는 인물. 그러려다 보니 조금 더 버겁기도 하고 그녀의 연기가 살짝 어긋나게 보이는 기분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아름답습니다. 화장기 없는 얼굴로 서럽게 우는 ‘대수’ 곁에 안는 그 순간도 참 아름답습니다. 그냥 든든한 엄마. 그래서 튀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아름답지 않았나 싶습니다. 유별나지 않아서 더 서럽고, 그래서 더 서글픈. 그런 연기였습니다.
주인공 ‘아름’은 아역 ‘조성목’ 군이 맡았는데 처음에는 약간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점점 더 이 아이가 ‘아름이’ 맞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조로증이라는 너무나도 서러운 병을 이 아이가 완벽하게 표현하기 때문이죠. 사실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아무리 아픈 아이기는 하지만 너무 착하기만 하거든요. 우리나라에서는 아픈 아이를 착하게 그리는 것이 있는데 사실 그렇게 예쁘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씩씩하게 자신에 대해서 받아들이는 모습이 아름답기는 합니다. ‘아름이’는 참 어른스러운 아이입니다. 그래서 더욱 안쓰럽습니다. 아픈 아이가 빨리 성장한다는 말 어른들이 참 많이 하시잖아요. ‘아름이’도 바로 그런 아이 같거든요.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글을 읽을 줄 아는 그런 아이. 그리고 소소하고 행복한 일상을 즐길 줄 아는 그런 아이가 너무나도 아픈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아이는 너무 우울하게만 있지 않습니다. 자신이 힘들고 지치면 가족이 아플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최대한 덤덤하게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가족을 위로하는 아이입니다. 그래서 더욱 안아주고 싶은 아이지만 그래서 기특하기도 하죠. 아무래도 특수 분장이 있는 데다가 익숙하지 않은 병이라 낯설 수 있었지만 워낙 훌륭한 연기를 선보여서 그다지 튀지 않습니다. 정말로 이런 병을 겪는 아이가 곁에 있는 것처럼 귀엽고 안쓰러운 느낌이 들 정도의 연기를 선보입니다.
‘백일섭’은 ‘아름이’의 옆집에 사는 ‘짱가 할아버지’입니다. ‘장 씨’라서 그런 것인데 참 다정한 노인입니다. 그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존재입니다. 아름이의 정말 소중한 친구인데요. 평범한 아이들과 친구가 될 수 없는 아름이에게 늙은 놈인 ‘짱가 할아버지’는 참 다정한 존재입니다. 부모님에게도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좋은 어른이기도 하고요. 모든 것을 다 받아줄 수 있는 그런 소중한 친구. 그리고 투정을 부리는 어른. ‘백일섭’이라는 배우가 있었기에 이 역할이 더욱 사랑스럽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이성민’은 아름이의 담당 의사인데 정말 이런 의사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인 역할을 선보입니다. 어쩜 이렇게 매력적인 의사가 존재할 수 있을까요? 무조건 다 괜찮아질 거야. 라고 말하는 의사가 아니라 최악의 상황도 존재한다고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의사. 그래서 조금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더 고마운 의사입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마음을 환자를 이해하려는 의사입니다. 그저 자기가 맡은 아이가 아니라 ‘아름이’를 사랑하고 그가 정말로 행복한 마무리가 될 수 있기를. 그렇게 간절히 바라는 어른인 거죠.
뭐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지켜보자. 라고 노려봤음에도 괜찮은 영화인 것을 보니 정말로 괜찮은 영화입니다. 무조건 울어라. 울어라. 이야기하는 영화가 아니거든요. 최대한 덤덤하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고 서럽게 만들어놓은 빛나는 수작. 그 떨림이 영화에 고스란히 남아있기에 더욱 아름답고 설렙니다. 낄낄거리기도 하고 눈물 흘리기도 하고. 그리고 정말 서럽게 울지 않도록 다시 즐겁게 만들어주고. 하나의 가족이 어떤 식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 보여주기에 더 아름답습니다. 마치 [또 하나의 약속]에서의 유미를 보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묻어납니다. 아무리 아프고 지쳐도, 쓰러질 것만 같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자. 웃고 행복하게 견디자. 그러다 보면 모두 다 괜찮아질 거야. 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죠. 정말로 가족이라면 모든 것을 다 사랑할 수 있어. 라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 아직 어린 부부지만 무책임하지 않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진짜 가족이 무엇인지가 포인트지 아픈 아이가 포인트가 아니기에 더욱 괜찮은 영화인데요. 다만 앞에서도 이야기를 한 것처럼 살짝 끊어지는 부분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 부분만 아니라면 더 좋을 텐데 말이죠. 누구랑 봐도 미소 짓고, 또 눈물 흘릴 수 있는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짱가 할아버지
둘 – 아름이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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