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지골로 인 뉴욕, 이 가을 바닐라 라떼
Good – 잔잔한 가을 영화 좋아하는 사람
Bad – 그래도 우디 앨런 영화면 웃기지 않겠어?
평점 - ★★★☆ (7점)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는 것. 지나칠 정도로 외롭다는 것. [지골로 인 뉴욕]은 참 쓸쓸한 영화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인 [비긴 어게인] 같은 경우에 뉴욕이 얼마나 살아있는 곳인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곤 하잖아요? 반면 [지골로 인 뉴욕]은 그렇게 활발하게 살아있는 뉴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뉴욕이라는 공간이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 다시 한 번 말하는 느낌입니다. 사실 제가 잘 알고 있는 뉴욕과는 너무나도 달라서 신기한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뉴욕이라는 장소를 수많은 시트콤과 드라마를 통해서만 만나기는 했지만 이렇게 외로운 곳이 있고, 자신들만의 전통을 챙겨서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싶어서 더 낯설게 영화를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오히려 활발하지 않은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더 매력적이기도 했습니다. 쓸쓸한 거리를 홀로 거니는 사람들의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요? 일부러 화려하게 꾸며진 뉴욕이 아니라 정말로 사람들이 사는 곳. 그리고 텅 빈 거리. 그 안에서 움직이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빛나는 거죠. 과연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의문이기도 할까요? 누군가의 외로운 마음에 툭 들어오는, 이 가을에 참 잘 어울리는 영화입니다.
물론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지골로 인 뉴욕]을 보면 그저 남창의 사랑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여성을 몸으로 위로하는 존재이니까요. 하지만 [지골로 인 뉴욕]을 보다 보면 그게 과연 나쁜 것일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결국 여자인데, 더 이상 여자로 대우를 받지 못한다면? 그냥 집에 있는 아내. 이렇게만 생각을 한다면 여자의 입장에서는 많이 서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특히나 유대교의 교리를 따르면서 남편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데도 순결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아비가일’의 모습을 보면 정말 안쓰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저 남자 주인공인 ‘휘오라반테’가 마사지를 해준 것만으로도 눈물을 흘리는 그녀는, 그 동안 그녀가 얼마나 외로웠는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말해주는 느낌이거든요. 누군가와 진심으로 대화하고 싶고.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그 누구도 그녀를 봐주지 않을 때 아파오게 되는 거죠. 결국 가장 외로운 사람들이 자신의 외로운 마음을 오롯이 바라보게 되고 자신에게 솔직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 그래서 도대체 뭐 어떻게 하라고?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그냥 그대로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내가 외롭다면, 정말로 내가 외롭다는 것을 알고 받아들이면 되는 거니까.
감독이자 주연인 ‘존 터투로’가 맡은 ‘휘오라반테’는 꽃집을 운영하는 참 다정하고 또 남자답기도 한 사람입니다. 여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해주는 사람입니다. 만일 그가 단순한 남창이었다면 사람들은 그에게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잠자리가 훌륭하다고 하더라도 그저 돈을 주고 만날 수 있는 간단한 존재라고 하면 더 이상 흥미가 가지 않을 수가 있을 테니 말이죠. 하지만 ‘휘오라반테’는 다릅니다. 그는 진심으로 여자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하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고 여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의 마음을 꽃처럼 화사하게 만들어주는 존재인 거죠. 그래서 정말 감사하기도 하고 고마운. 그런 남자라고 할까요?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몰라서 안타까운 인물이기도 합니다. 자신도 너무나도 외로우면서 그저 누군가의 외로움만 달래주는 것 같거든요. 진짜 사랑을 가기 위해서 너무 더디기도 하기에 정말 성인 남자가 맞아? 싶기도 하지만. 남자는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어리죠? 물론 이렇게 어려보이고 자기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주제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안아주기도 합니다. 누구나 필요한 존재죠? 진짜 자신의 사랑을 찾아가는 남창. 독특하면서도 참 매력적인 역할입니다.
‘바네사 파라디’가 맡은 ‘아비가일’은 참 안쓰러운 여인입니다.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 하나 없는 유대교 교리에 묶여서 사는 여인입니다. 진정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기는 하지만 자신의 사랑으로 인해서 무언가가 망가질까 겁을 내기도 하고, 너무나도 외롭지만 자신의 처지를 알고 있기에 다른 행동을 전혀 하지 않는 여인이기도 합니다. 뒤늦게 자신의 마음을 조금씩 알아가고 진짜 자신이 살고 싶은 방향을 찾게 되는 사람인데요. 닫힌 세상. 그 세상이 어쩌면 유대교의 교리가 만들어낸 세상이 아니라 그녀 스스로 만들어낸 감옥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녀가 조금만 더 용기를 내면 벗어날 수 있는 거였는데. 그리고 그녀가 스스로 나는 지금 외로워. 누군가가 나를 안아줬으면 좋겠어. 이렇게 생각을 하면 달라질 수도 있는 문제였거든요. 뒤늦게라도 이러한 사실을 알았기에 그녀가 더욱 예쁘게 보이고 아름답게 보입니다. 누군가의 손길만으로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그토록 외롭고 너무나도 아팠던 한 여인의 이야기. 자신의 머리도 드러내면 안 되기에 머리를 가리고 있으면서 그 앞에서는 그것을 보여주고, 자신의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대화를 하고자 했던 여인이 결국에는 행복할 수 있을 거야. 라고 영화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다지 튀지는 않지만 그래서 잔잔한 영화와 결을 같이 하는 인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디 앨런’은 참 미워요. ‘머레이’ 역인데 사실은 포주죠? 역시나 유머러스한 영감 역할입니다. ‘우디 앨런’은 사실 이런 역할이 잘 어울리기도 합니다. 억지로 무언가를 멋지게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사실 더 매력적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는 단순히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그 일을 하기는 하지만, 단순히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가족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다지 나쁘게 보이지도 않고, 결과적으로 그의 행동이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기도 하니까요. 물론 약간 큰 사고에 윤리적으로는 용납하기 어려운 행위이기는 하지만 말이에요. 그러면 뭐 어떻습니까? 이런 역할이 ‘우디 앨런’과 꼭 어울린다는 것이 중요하지. 사고를 치기는 하지만 악의는 없는, 조금은 바보 같은 느낌이에요.
억지로 화려하게 만드는 영화는 아니지만, 그 안에서 진짜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지골로’와 관계를 맺는 여인 중에 ‘샤론 스톤’이나 ‘소피아 베르가라’ 등이 나오는데 그녀들도 단순히 성관계를 맺기 위해서 ‘지골로’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독특합니다. 그녀들도 결국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것이죠. 그리고 ‘휘오라반테’가 진짜 사랑이 뭔지 알게되는 그 순간 그 누구보다도 자신이 더 기쁘게 생각을 해주곤 합니다. 과연 진짜 사랑이 무엇일까? 궁금해지기도 하는 영화이지만 사실 이런 것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닐 거예요. 진짜 사랑이라는 것? 결구 내가 누군가의 행복을 더 바라보고 싶은 그 순간일 테니 말이죠.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 쓸쓸한 뉴욕 풍경도 너무나도 아름다운 영화. 그러면서도 그 안에 진짜 인연이 무엇일까? 고민을 해보게 하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 외로우신가요? 그렇다면 당신 옆에 있는 그 사람 바라보시는 것은 어떤가요?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평범한 식사를 나누는 ‘휘오라반테’와 ‘아비가일’
둘 – 회전목마 안에서의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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