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슬로우 비디오, 허름한 집인데 맛집
Good – 행복하고 기분 좋은 영화 찾는 사람
Bad – 빵빵 터지는 웃음이 있겠지?
평점 - ★★★★☆ (9점)
솔직히 말해서 전혀 기대하지 않은 영화였습니다. 그다지 화려하지 않지만 눈물 터뜨리는 영화가 [슬로우 비디오]입니다.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궁금한 영화인데요. 솔직히 말하면 촌스러운 영화이기는 합니다. 촌스러운 대사를 날리는 왕따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해서 벌이는 이야기는 사실 새로울 것이 없죠. 하지만 이 새로울 것이 없는 부분에서 [슬로우 비디오]의 마법이 벌어집니다. 억지로 화려하게 무언가를 선보이려고 하지 않는 담백함이 영화의 포인트인 거죠. 게다가 억지로 밀땅을 하지 않는 것 역시 매력적인 부분입니다. 요즘 로맨틱 코미디 같은 경우에는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하면서 자꾸만 그 마음을 숨기고, 그 마음을 피하려고만 하잖아요. 그런데 ‘차태현’이 맡은 ‘여장부’는 그런 게 없습니다. 어릴 적부터 자신이 좋아하던 ‘수미’를 발견하고 나서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겁니다. 그런데 또 자기가 좋아하는 마음을 다 드러내면서도 막 앞으로 나서지도 않아요. 은근히 그녀를 지켜보면서 같이 하고자 하는 거죠. 수줍어하면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모습이 참 귀엽고요. 그다지 화려하지 않기에 더 아름다울 수 있는 영화가 바로 [슬로우 비디오]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가을 힐링하고자 한다면 [슬로우 비디오]가 딱일 겁니다.
특히나 ‘차태현’과 ‘남상미’를 비롯 ‘오달수’, ‘진경’ ‘고창석’ ‘김강현’ 등의 모든 배우가 완벽하게 어울리는 것이 영화의 매력입니다. 이렇게 대단한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영화 같은 경우 주연에게 가는 포커스가 줄어서 영화가 힘을 잃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슬로우 비디오]는 그런 실수 없이 ‘차태현’과 ‘남상미’에게 오롯이 포커스를 맞추면서 조연들까지 매력을 살리는 방향을 선택합니다. 소소한 모든 에피소드에 주연과 조연이 환상의 앙상블을 선보이는 거죠. 게다가 그 많은 에피소드도 미소를 지을 수 있는 행복한 에피소드라는 것이 더 기분 좋은 부분입니다. 마을버스를 타고 바다로 여행을 떠나는 것. 사소한 그림. 카페를 바라보는 모습. 정말 우리가 일상에서 꿈꾸는 아름다운. 그리고 행복한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더욱 아름다울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영화의 배경이 되는 장소가 화려한 곳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동네라는 것 역시 그렇게 느껴지게 하는 부분 같습니다. 우리가 늘 의식하고 사는 cctv를 중심 소재로 삼은 것도 신선한 부분이고요. 누구 하나 멋지게 나오지 않고, 배경까지도 화려하지 않은. 그래서 더욱 행복하고 마음으로 다가올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빵 터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입가에 계속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영화인 거죠.
‘차태현’이 맡은 ‘여장부’는 동체시력 이상으로 모든 것이 천천히 보이는 능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동체시력을 이런 식으로 활용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습니다. 이렇게 독특한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차태현’이라는 배우가 중심에 있다 보니 더 친근하고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여태까지 ‘차태현’이 맡았던 유쾌하기만 한 역할과는 아무래도 다소 차이가 있는 역할이기는 한데요. 막 반말을 하기도 하고, 조금 눈치가 없기도 하고. 그래서 더욱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아닌가 싶어요. 물론 말이 그다지 상냥한 편은 아니지만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미워할 수 없습니다. 어릴 적부터 신체적인 문제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과 마주하기가 어려워서 그런 거였거든요. 참 불쌍한 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여장부’가 가지고 있는 아픔, 그리고 그의 재능에 대한 이야기가 더해지기에 더욱 마음이 가는 캐릭터입니다. 워낙 ‘차태현’이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잖아요. 그러다 보니 그다지 쉽지 않은 역할이고, 관객의 입장에서 쉽게 마음을 주기도 어렵지만 저절로 마음이 가는 배역입니다. 순박한 미소. 그리고 그 뛰어난 미술 실력. 그리고 진심으로 누군가에게 도와달라고 하는 모습. 누가 보더라도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캐릭터 ‘여장부’는 ‘차태현’을 만나서 더욱 완벽해집니다.
‘남상미’가 맡은 ‘수미’는 꿈을 위해서 홀로 서울살이를 하는 씩씩한 청춘입니다. 물론 혼자서 서울에서 살아가는 것이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아버지가 남긴 빚으로 인해서 정말 원하는 꿈을 위한 일도 제대로 못 하고 있거든요. 대학로에서 공연을 하는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지만 당장 빚을 갚아야 하기에 택배 회사에서 일을 하기도 하고, 편의점에서도 일을 하고. 정말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잊고 사는 가련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런 그녀가 ‘여장부’를 만나고 나서 조금씩 앞으로 발을 내딛습니다. 물론 자신이 정말로 살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잘 모르기는 하지만 말이죠. 기존에 보여주던 로맨틱 코미디처럼 화려하고 그렇지는 않지만 그래서 더 사랑스럽습니다. 특히나 대학로 횡단보도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그 어떤 영화의 화려한 차림의 여주인공보다 아름답습니다. 조금 무뚝뚝하기도 하고, 자기 마음대로 생각을 하는 그런 사람이기는 하지만 영화가 진행이 될수록 여린 마음의 소유자라는 것이 보이기에 더욱 사랑스럽게 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특히나 정말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바라보고 그를 위해서 최선을 다 한다는 점에서 요즘 청춘들의 캐릭터를 대변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사랑스러운 ‘남상미’의 매력을 다시 한 번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으면서 행복한 마음을 보다가 눈물까지 흘릴 수 있는 영화가 바로 [슬로우 비디오]입니다. 누구랑 보더라도 참 좋은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물론 저는 다른 사람하고 보기 보다는 혼자서 보는 것이 가장 나을 것 같기도 해요. 눈물이 왈칵 쏟아지게 만드는 영화거든요. 배역이 설득력이 있고 이야기 진행이 당연하게 흘러가는 느낌이다 보니 더욱 그렇게 울컥하게 만드는 것 같은데, 참 예쁜 사람들이라서 하나도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런 마음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조연들까지도 누구 하나 완벽하지 않은 배역이라는 것 역시 사랑스러운 부분이고요. 모두 다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가족을 이루고, 서로의 삶에서 정말 소중한 존재가 되어가는 거. 그리고 자신들의 빈 틈을 완벽하게 채워가는 과정이 바로 [슬로우 비디오]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지점일 겁니다. 사실 우리들은 전부 다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이러한 부분들을 보여주기 싫어서 억지로 완벽한 척을 하고 자기 혼자 잘난 척을 하잖아요. 그러면서도 되게 외로워하고 누군가가 친구가 되고 먼저 손을 내밀어주기 바라고 말이죠. 하지만 그러지 말고 그냥 한 번 쪽 팔리고 먼저 손을 내밀면 되는 거잖아요. 안 그런가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의 아름다움. [슬로우 비디오]였습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남상미가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부분
둘 – 그림과 실사의 자연스러운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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