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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영화] 마담 뺑덕, 먹을수록 물린다.

권정선재 2014. 10. 12. 07:00

[맛있는 영화] 마담 뺑덕, 먹을수록 물린다.

 

Good 묵직한 드라마를 원한 사람

Bad 섹시하고 매력적이겠지?

평점 - ★★★ (6)

 

정우성’, 그리고 파격 정사. 이 두 단어로 설명이 될 것 같았던 영화는 장혁주연의 [가시]와 마찬가지로 관객의 뒤통수를 퍽 칩니다. 이 영화의 정체성이 과연 무엇일까요? 굉장히 강렬한 복수극을 표방하는 거 같지만, 막상 또 영화를 보다 보면 그렇게 강렬하게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한 남자에게 미친 집착을 보이는 한 여자의 아련하고 가련한 사랑 정도? 이렇게 표현하면 될 것 같아요. 물론 그렇게 보더라도 영화 자체가 정말 불편합니다. 누구 하나 정상적인 인물이 없고, 전부 다 자기만의 이야기를 하려고 하기 때문이죠. 모든 사람이 다 악인임에도 불구하고 전부 다 정의로운 사람인 것처럼 이야기를 하고 있고요. 게다가 정우성이 맡은 캐릭터가 지나칠 정도로 답답하게 행동을 하기에 더욱 속상합니다. 거기다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심청전을 너무나도 낯설게 바꾸어놨다는 것 역시 도대체 이 영화를 [마담 뺑덕]이라고 풀어낸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합니다. 차라리 제목을 이렇게 할 거였다면 정말로 악랄한 덕이의 모습을 선사하던가요. 그녀의 복수 자체도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고 통쾌함을 주지 않습니다. 우리가 보통 복수극을 볼 때 통렬함을 느끼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게 그다지 돋보이지 못합니다.

 


마담 뺑덕 (2014)

6.6
감독
임필성
출연
정우성, 이솜, 박소영, 김희원, 김남진
정보
로맨스/멜로 | 한국 | 111 분 | 2014-10-02
글쓴이 평점  

 

 

더군다나 스토리가 지나칠 정도로 많은 것을 보여주려다 보니 그 어떤 감정도 섬세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전반부와 후반부가 전혀 다른 소재를 그리고 있다는 것도 난해합니다. [마담 뻉덕]이 드라마가 아니라 영화인 이상 그냥 한 편의 이야기 안에서 지나칠 정도로 이야기의 반전을 만들어가는 것은 좋지 못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분명히 흥미로운 소재에 재밌는 영화가 마치 [역린]을 볼 때 느껴졌던 아쉬움처럼 중심이 없어서 느껴지는 아쉬움이 크거든요. 대충 어떤 식으로 흐를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그렇고 그런 신파극이라고 생각이 될 수도 있지만, 차라리 거기에 포커스를 맞췄더라면 더 흥미로운 영화가 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게다가 이솜이라는 신선한 여배우를 내세웠기에 차라리 [은교]처럼 갔더라도 좋았을 것 같고요. 하지만 감독이 너무 욕심이 컸던 것인지, 아니면 비슷한 영화를 만들기 싫었던 의지인 것인지 영화는 점점 산으로 흘러갑니다. 물론 단순히 여성을 성적인 이미지로만 활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볼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정우성이 맡은 심학규가 더 도구로만 사용이 되는 거죠. 정말 오랜만에 여자가 중심에 서는 영화는 분명합니다. 배우는 우선 눈에 띄는 독특하면서도 약간 불편한 영화 [마담 뺑덕]입니다.

 

정우성은 그저 그 순간만 즐기는 다소 악랄하다고 할 수 있는 심학규역을 맡았습니다. [마담뺑덕]에서 누가 가장 나쁘냐고 하면 바로 심학규를 꼽을 수 있을 겁니다. 그는 모두에게 사랑을 주지만 결국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 인물입니다. 진실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에게 이렇게 큰 아픔을 줄 수 없습니다. ‘심학규는 결국 진실한 사랑을 찾는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지금 이 순간 자신을 편하게 하는 사람만을 찾았을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다시 만난 덕이를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죠. 네가 아니었으면 했다고요? 말도 안 되는 일이죠. 정말로 사랑하는 여인이라면 절대로 그런 아픔을 느끼지 않도록. 그녀를 품에 안고 보듬을 수 있었어야 합니다. 하지만 심학규는 그렇지 않습니다. 게다가 딸인 을 아낀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영화를 보다 보면 이 부분도 강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소 어쩔 수 없이 을 맡아서 키우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래도 감독이 노린 부분이기는 하겠지만 심학규가 지나칠 정도로 유약한 데다가 부성애까지 결여된 것처럼 보이기에 조금 아프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정우성의 완벽한 바디는 매력적이었지만 거기에서 딱 끝이었습니다. [하녀]에서 이정재가 되고 싶었건만, 사실 거기에 대면 많이 부족한 역할이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이솜이 맡은 덕이는 다소 아쉬운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영화보다도 강렬한 매력을 선사하기는 합니다. 사실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여배우들 같은 경우에는 섹슈얼한 느낌이 강한 영화에서 그저 정사의 도구로 활용되고 버려지게 마련입니다. 아무리 발버둥치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려고 하더라도 감독이 그를 허락하지 않죠. 하지만 [마담 뺑덕]은 그래도 제목에 덕이가 들어가는 만큼 그녀를 강하게 사용하고자 합니다. 어머니를 잃고, 복수의 칼을 겨누는 아름다운 한 여인의 모습, 그리고 그 타락까지를 그리게 되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심학규에 비해서는 오히려 더 완성도가 높은 인물이며 차라리 공감이 가는 인물이었습니다. 자신이 정말로 미워하는 사람이지만 동시에 가장 먼저 마음을 연 사람. 정말로 이 사람이 너무나도 밉지만 끝까지 배신하고 싶지 않은 사람. 사실 우리는 누군가를 계속 아파하면서 그 사람이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기 바라잖아요. 내가 이렇게까지 힘들어하면 그 사람이 나를 봐주겠지? 내가 이렇게까지 자극적인 행동을 하면 내 손을 한 번이라도 더 잡아주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 말이죠. 이 모든 어린 아이와도 같은 모습이 덕이에게 고스란히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강렬하면서도 섬세한 연기는 이솜이라는 여배우 안에서 꽃처럼 피어납니다.

 

결국 [마담 뺑덕]을 살린 것은 모두 다 신선한 이솜이라는 배우가 있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시종일관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가 갑작스럽게 흘러감에도 불구하고, 그 모호함 속에서 덕이는 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고자 하니 말이죠. 사실 자신의 감정을 오롯이 드러내는 것처럼 멍청한 일도 없을 겁니다. 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다니. 이건 어린 아이들도 하지 않을 일입니다. 사람들은 누가 약점을 드러내면 그 약점을 가지고 놀리기 급급하니 말이죠. 하지만 덕이에게는 첫사랑이자 전부였던, 그리고 미워하는 원수인 심학규를 버릴 수가 없었을 겁니다. 결국 그를 버린다는 것은 자신마저 잃게 되는 이유가 될 테니 말입니다. 정말로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어서 미쳐버린 한 여자에 대한 이야기는 어쩌면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면 결국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나까지 잃어버리게 되니 말입니다. 자신이 진짜로 원하던 사랑이 이미 자신을 버리고 사라졌고, 결국 누군가를 사랑하던 순수의 시절에 자신의 모습도 사라졌다는 것을 알아차릴 때면 이미 너무나도 늦어버리고 만다는 것을 영화는 서글프고 적나라하게 그것을 표현해버립니다. 야한 것을 기대한다면 실망하고 말 농도 짙은 치정극 [마담 뺑덕]입니다.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대관람차에서의 정사

첫사랑을 만나 설레는 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