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맛있는 영화

[맛있는 영화] 보이 후드, 의미는 있습니다만.

권정선재 2014. 11. 4. 19:41

[맛있는 영화] 보이 후드, 의미는 있습니다만.

 

Good 드라마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Bad 12? 뭔가 있지 않을까?

평점 ★★★★ (8)

 

12년이라는 제목으로 개봉을 할 뻔 했다던 [보이 후드]12년 간의 촬영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의미를 지닌 작품입니다. 한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을 묵묵히 보이는 건데요. 이 과정에서 영화적인 재미가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커다란 울림과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한 소년의 성장을 바라보게 됩니다. 이 소년의 행동은 정말로 우리 곁에 있는 한 아이의 모습하고도 닮아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억지로 꾸며내는 어떤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로 지금도 어딘가에서 살아있을 것 같아 보이거든요. 실재하는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와도 같기에 더욱 묘하게 빠져들어서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스토리 탓입니다. 도대체 멀쩡한 남편을 만날 수 없는 걸까? 싶을 정도로 엄마가 만나는 남자들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하필이면 골라도 그런 사람들만 고를 수 있는 걸까요? 이쯤이면 그것도 병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멀쩡한 남자 하나 없이 정신병자 같은 이들을 아버지라고 자꾸만 두니 말입니다. 한 아이의 성장을 담지만 결과적으로 이 가족은 한 가족의 모습을 비추고 있습니다. 가장 완벽한 가족이 되고자 노력을 했던, 그러나 엄마의 망상이었던 이야기는 그래서 불편합니다.

 


보이후드 (2014)

Boyhood 
8.7
감독
리차드 링클레이터
출연
엘라 콜트레인, 에단 호크, 패트리샤 아케이트, 로렐라이 링클레이터, 엘리야 스미스
정보
드라마 | 미국 | 165 분 | 2014-10-23
글쓴이 평점  

 

 

 

아이들은 별 말 없이 묵묵히 성장하지만, 거기에는 엄마의 일방적인 결정이 있을 따름이라는 것이 보입니다. 사실 [보이 후드]는 아름다운 영화라고 할 수도 있지만 반면 너무나도 불편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서도 철이 들지 않은 한 여인이 자기 마음대로 인형의 집의 짝을 맞추는 느낌이 들거든요. 이것저것 가지고 놀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기 마음대로 다시 짝을 맞추고 버리기도 하고 말입니다. 완벽한 가족에 대한 열망과도 같은 것이 있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연유가 나왔다면 조금이나마 이해를 하기 쉬웠겠지만 이 영화는 엄마의 이야기가 아니라 소년의 이야기이니 만큼 이것이 중심으로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수많은 배우들이 등자하고 그 시간이 고스란히 묻어난다는 것은 분명히 흥미롭고 신선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서 이야기를 할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은 이 영화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인가? 궁금증이 들게 만듭니다. 특히나 마지막 순간 엄마의 절규는. 결국 그녀가 바란 것이 무엇이었나?하는 질문을 다시 한 번 던지게 만듭니다. [비포 선라이즈] 등의 시리즈에서는 그 세월이 아름다움이었다면 이것을 한 번에 모아놓는 것은 사실 불편한 나열 같기도 합니다. 행복을 원했던. 그러나 그 행복을 만드는 법을 몰랐던 어머니의 아이에 대한 이야기는 서글픕니다.

 

 

 

주인공 메이슨역은 엘라 콜트레인이라는 배우가 맡았는데 이 아이는 영화 속에서 그대로 성장해서 청년이 되어갑니다. 사실 여기에서 이 아이가 단순한 배우인 것인가? 아니면 실제 아이의 모습도 여기에 묻어나는 것인가 하는 의문과도 같은 것이 생겨날 정도로 영화는 완벽하게 한 아이의 인생을 만들어냅니다. 어릴 때부터 똑부러지던 꼬맹이는 성장을 하면서 그저 그런 반항아적인 이미지를 지닌 청년으로 성장합니다. 이 아이가 왜 이런 방식으로 성장하는 것인지는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기에 딱히 나무랄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이 듭니다. 아이가 어디 하나 제대로 마음을 품을 수 없게 자꾸만 일들이 벌어지기 때문이죠. 그나마 다정한 생부라는 인간은 사실 그다지 좋은 아버지라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나서 아이들이 바라는 것을 이루어지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어떠한 존재와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죠. 온갖 풍파에서도 묵묵히 자라나는 아이는 매년 그 모습을 보이면서 하나씩 나이테를 새겨갑니다. 그리고 이 아이의 나이테를 같이 읽는 어른들의 눈에서 이 아이가 참 장하다. 말을 하고 싶은 느낌이 전부랄까요? 조금 능글맞기는 하지만 말이죠. 성인이 되어서도 어딘지 모르게 어릴 적의 순수가 묻어나는 느낌은 모두 배우 덕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능력하지만 재미있는 아버지 역을 맡은 에단 호크는 매력적인 아버지인 동시에 참 미운 아버지입니다. 애초에 이 가정이 망가진 이유는 그의 히피기질 때문이니 말이죠. 물론 엄마와 이혼을 하게 된 것을 오롯이 아버지의 탓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겁니다. 애초에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다 알고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낳은 것은 엄마니 말이죠. 하지만 엄마도 결국 남편이 조금은 달라질 거라고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래도 두 아이의 아버지이니 말이죠. 하지만 아버지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고 자신의 자유로움을 그대로 표현합니다. 그렇기에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아버지가 되기는 하지만 실제로 좋은 아버지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이들의 곁에서 머물면서 그 아이들이 온갖 나쁜 일이 당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하지는 못하니 말이죠. 하지만 위성처럼 그 주위를 돌면서 최대한 상처를 주지 않고자 노력을 하는 모습이 짠하기도 합니다. 오직 에단 호크이기에 가능한 능글거림과 자유로움이 극에 묻어납니다.

 

엄마 역할은 패트리샤 아퀘트라는 배우가 맡았는데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나는데다가 참 밉살맞은 연기를 잘 소화했습니다. 사실 그녀가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해내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것이 그녀가 선택을 한 일이잖아요. 하지만 그녀는 늘 새로운 남자를 만나는 것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자꾸만 나쁜 선택을 하고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죠. 물론 이것이 그녀만의 잘못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한 번쯤 그녀 스스로 노력을 했다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죠. 다만 텅 빈 둥지를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은 너무나도 쓸쓸해서 아들의 입장에서 조금 멍하고 아리기도 하더군요.

  

12년이라는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난다는 것이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기는 하지만 보고 나서도 께름칙한 것이 결국 어떤 것이 행복인가에 대한 의문이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우리는 어떤 것이 행복이라는 생각을 보통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힘든 상황에서도 메이슨이 바르게 성장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을 할 수 있겠죠? 총기 살인을 저지르지도 않고 미친 약쟁이가 되지도 않았으니까요. 착실하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까지 진학하게 되는 보편적인 코스로 진입한 그에게 우리는 박수를 보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풀리지 않는 불편함은 엄마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해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무언가가 더 있을 줄 알았다는 엄마의 말에 멍해집니다. 아이는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서 앞으로 나아가는데 엄마는 그들을 모두 다 떠나보내고 나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죠. 물론 이것은 아이들의 잘못이 아닐 겁니다. 엄마의 목적이 아이들을 키우는 것에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서여야 했지만 엄마는 늘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평범하게 의지할 수 있는 것을 찾기 바랄 따름이었으니까요. 누군가의 삶을 가만히 엿본 것 같은 독특한 매력이 있는 영화. 친구 집에 가서 가만히 앨범을 뒤적이는 것 같은 영화 [보이 후드]입니다.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아버지와 캠핑을 간 메이슨

진짜 자신의 삶을 시작하는 메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