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인터스텔라, 역시 음식은 뜸
Good – 믿고 보는 ‘놀란’을 보자
Bad – 우주... 상대성 이론...? 뭐라고?
평점 - ★★★★☆ (9점)
거의 3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 이 시간을 도대체 어떻게 견뎌야 하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인터스텔라]는 이러한 생각에 조금은 보탬을 주기도 합니다. 아니 그래서 도대체 언제 우주로 가는 거냐고! [인터스텔라]는 지루한 1시간, 괜찮은 1시간, 끝내주는 1시간을 지닌 영화입니다. 아무래도 한 편 안에서 모든 서사를 마무리하기 위해서 이러한 방식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것 같은데요.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지 않는다면? 도대체 이 영화가 무엇을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가 없을 겁니다. 그리고 뭐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해도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이론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당연하고 말이죠. 사실 [인터스텔라]는 그렇게 복잡한 내용의 영화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 멸망을 앞둔 인류가 새로운 희망을 찾기 위해서 우주로 나아가는 것이 전부입니다. 이 과정에서 한 아버지의 지독한 부성애가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되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 너무나도 뻔한 과정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현명하게 해소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어렵고 이상한 소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영화는 재미있으면 되는 것 아니겠어요? [인터스텔라]는 더 좋은 극장에서 다시 보고 싶은 영화입니다.
사실 멸망 이후의 삶을 그린 영화는 많았지만 이렇게 멸망 이전에 그것을 막기 위한 영화는 많지 않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렇기에 [인터스텔라]가 조금 더 독특한 지점을 지니고 있는 거겠죠. 영화 자체는 어딘지 모르게 조금 쓸쓸한 느낌이 묻어나기도 합니다. 무엇이 과연 선인가? 우리가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여러 고민이 더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고민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 영화는 이미 충분히 좋은 영화입니다. 하지만 지나칠 정도로 지루한 초반의 서사는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물론 그 과정을 통해서 ‘쿠퍼’와 ‘머피’ 부녀의 뜨거운 사랑에 대해서 확인하고 그것이 과연 어떠한 결과로 인류에게 나타날 수 있는지를 보일 수 있기는 하지만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더라고요. 실제로 그 상황에서 극장을 나가시는 분도 있었으니, 단순히 그 관객이 무식해서 그랬다고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조금 더 섬세하게 진행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살피는 것이 우선일 겁니다. 하지만 그 텅 빈 우주 안에서도 약간의 웃음을 선사하고, 그 안에서 나름의 절박함을 선사하는 등 자신만의 매력을 갖추려고 한 것은 [인터스텔라]가 지닌 미덕일 것입니다. [인터스텔라]는 왜 ‘놀란’이어야만 하는가?를 증명하는 영화거든요.
‘매튜 맥커너히’는 왕년에 잘 나갈 뻔 했던 ‘쿠퍼’ 역을 맡았습니다. 그는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우주로 나가는데 사실 완벽한 성격은 아니에요. 약간 까칠하기도 하고 고집이 세기도 하죠. 아마 이것은 이미 우주를 향해서 날아올라봤다는 약간의 자부심. 그리고 그 사고로 인해서 무언가가 망가졌다는 죄책감. 자식들을 두고 가야 한다는 미안함. 이러한 것들을 섞여서 그러한 것일 겁니다. 약간 툴툴거리면서도 막상 해야 할 일을 하는 모습은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속의 모습과도 닮아있어요. 되게 툴툴거리면서도 정작 해야 하는 일들은 다 하니 말이죠. 우주를 향해서 나아간 그는 사실 그다지 큰 활약을 선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그는 많은 고뇌에 빠지기도 합니다. 자신이 딸을 보러 갈 수가 없겠구나. 이 사실을 깨달아야 하고,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은 어떤 일을 위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우리는 하나의 일을 선택하기 위해서 다른 하나를 포기하는 기회비용을 계산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쿠퍼’에게는 이 기회비용이 너무나도 커다랍니다. 자신의 자식의 곁에서 머물지 못하고 언제 돌아가야 할지도 알 수 없는 존재이니 말이죠. 자식들을 지키고자 모든 것을 걸었지만 결국 돌아갈 수 없는 쓸쓸한 아버지. 그 거대한 발자국을 ‘매튜 맥커너히’는 덤덤히 표현합니다.
‘앤 해더웨이’는 참. 미워요. 정말 이렇게 미운 역할이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미운 ‘아멜라’ 역을 맡았습니다. 그녀는 러브라인이 돋보이지 않는 이 영화에서 민폐 여주로 등극합니다. 물론 그녀에게 민폐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화가 날 수도 있을 겁니다. 어디까지나 ‘아멜라’는 자신이 맡은 임무를 수행하려는 것이 전부이고. 이 상황 안에서 자신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괴로워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러한 것을 전부 걷어 치우더라도 그녀가 밉상인 것은 사실이라고요. 자기 혼자서 정의로운 척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모두 바보로 만드니 말입니다. 그녀 혼자서 결정한 것이 아니기는 하지만 참. 많이 답답하죠. ‘쿠퍼’가 많은 고뇌에 빠지지만 오히려 그보다 더 많은 고뇌를 하는 역할이 바로 ‘아메랄’ 역할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해야 하는 일. 그리고 자신이 어쩌면 속았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거든요. 직업적 고뇌와 인간적 고뇌가 적절히 섞이는 역할입니다.
분명히 처음에는 지루했지만 영화가 진행이 되면서 저절로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는 영화입니다. 도대체 뭐 이런 영화가 있을 수가 있지? 라고 할 정도로 신기했거든요. [인셉션]을 통해서 꿈의 세상을 새롭게 창조해냈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번에는 우주로 나아가서 더욱 더 많은 것들을 보여줍니다. 여기에 5차원이라는 개념을 활용해서 시간에 대한 문제를 다루기도 하죠. 사실 아직도 어렵긴 합니다. 그래서 도대체 어디에서 시작을 한다는 거야? 같은 느낌이 묻어나기도 하고요. 하지만 분명히 영화를 보고 나면, 아. 하는 느낌이 묻어나고 몇 번이나 다시 보고 싶은 영화라는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그 거대한 우주의 모습은 [그래비티]처럼 아름답기만 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 텅 빈 무언가가 매력적으로 다가오거든요. 실제로 우리는 우주에서 터무니없을 정도로 작은 존재들인데 마치 주인공처럼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은 우습잖아요? 그런데 [인터스텔라]는 우리 인간을 정말로 그런 티끌로 정의합니다. 그 티끌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우리가 해야 하는 일.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향하는 일. 이 모든 것을 고뇌하게 하는 거죠. 그런데 왜. 역시나 이번에도 미국이 최고가 되는 걸까요? 미국 없이 되는 거 없는 이 세상, 그래도 ‘놀란’이 만든 미래는 놀랍기는 하군요.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신기한 세 개의 행성
둘 – 가자! 5차원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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