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카트, 맨 밥을 한 가득 밀어 넣었다.
Good – 세상 모든 노동자들
Bad – 극장서 울기 싫은 사람
평점 - ★★★★★ (10점)
영화를 보면서 도대체 이게 어떤 상황일까 머리가 멍해지고 숨이 콱 막힐 정도로 답답하고 아팠습니다. [카트]는 대형마트 해고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에게 마트라는 공간은 너무나도 친숙하고 가ᄁᆞ운 곳입니다. 그 공간에서 우리는 수많은 노동자들을 만나고 그들에 대해서 전혀 이해하거나 그러지 못합니다. 그 사람들이 도대체 어떤 처우를 받으면서 일을 하는지도 알지 못하고 있죠. 우리는 고객이니 서비스를 받는 것이 당연하고, 그 분들은 노동자니 우리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요. 이게 당연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당연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에 대한 정당한 처우가 바탕이 되어야 할 겁니다. 노동자. 참 아픈 이름이죠. 우리는 노동자라는 것이 참 나쁜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노동자라는 단어만 입밖으로 꺼내면 나쁜 사람으로 몰고 특정 정치색이 있는 사람으로 몰죠. 아니 도대체 왜 노동자라는 말을 하면 그렇게 되는 건가요? 노동자라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잖아요. 결국 우리는 모두 노동자인데 그들의 이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도대체 어떻게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인가요? 우리 주위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아픔을 적나라하게 담은 영화가 [카트]입니다.
직원을 마음대로 자르지도 못하는 것이 회사냐고 묻는 사람들 앞에서 우리가 고개를 끄덕이는 이유는 우리가 그것이 잘못인지 모르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는 모두 다 노동자입니다. 그런데 파업이라고 말만 하면 벌벌 떨고 겁을 냅니다. 그게 나쁜 거라고 배웠고, 노동자가 어떤 권리를 가졌는지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죠. 정직원이라는 단어에 설레서 실수를 하고. 흔들리고. 아파하는 사람들 앞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왜 문제가 되는 세상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걸까요? [카트]라는 영화를 보고 참 멍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들이 어떤 처우를 받고 있는지 우리가 정말 하나도 몰랐구나 싶었거든요. 고객이라는 이름으로 탈의실까지 와서 무릎을 꿇게 만들 수 있다는 거. 이거 말도 안 되는 거잖아요. 아니 노동자가 마트 아줌마가 무슨 잘못을 그렇게 크게 한 걸까요? 가끔 답답하고 속상한 일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들에 대해서 그토록 잔혹한 처우까지 바랄 수 있을까요? 저는 우리에게 그럴 권리가 없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우리가 하면 안 되는 거라고 생각을 하고요. 가장 약한 사람. 가장 착한 사람. 가장 약한 사람. 우리가 그 사람들에게 뭘 바랄 수 있을까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길 모든 사람들이 기쁘길. 이런 세상은 올 수가 없는 걸까요?
‘염정아’는 노동자와 파업이라는 것을 아무 것도 모르는 ‘선희’ 역을 맡았습니다. 그녀는 그냥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평범한 엄마입니다. 그냥 평범한 엄마요. 영화를 보면서 너무나도 아팠던 부분이 회사와 그녀가 대화를 나누는 순간이었습니다. 반찬 값 벌러 온 여사님들이라는 말에, 생활비 벌러 온다고. 이렇게 대답을 하는데 뭔가 울컥하고 치밀어 올랐습니다. 아, 그 분들이 정말로 생활을 하기 위해서 나오는 거였구나. 이제야 겨우 그런 자각이 들었습니다. 아, 이 사람들에 대해서 우리가 너무나도 몰랐구나. 파업을 해서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그냥 특별한 사람을 벽으로 모니 이런 것을 할 수밖에 없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참 아팠습니다. 겉으로 볼 때는 뭐 하나 제대로 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 그래서 너무나도 약한 사람이지만 그녀는 거꾸로 그래서 가장 강한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평범한 사람이 자신의 상황에 대해서 제대로 인지하고 앞으로 나서는 거. 그거 쉬운 일 아니잖아요. 이 쉬운 일이 아닌 것을 ‘염정아’는 묵묵하게 자신의 배역으로 소화합니다. 처음에는 파업이라는 것 자체에, 노동조합이라는 것 자체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그녀가 아들 문제 있어서 목소리를 높이고 무엇이 잘못인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그녀. 참 멋있습니다. 약해보이지만 가장 강한 엄마가 스크린에서 고스란히 살아납니다.
‘문정희’는 노동자들을 뭉치게 만드는 ‘혜미’ 역을 맡았는데요. 그녀도 참 지칠 수밖에 없는 역할입니다. 혼자서 어린 아이를 하나 키우는데 도대체 이 싸움이 언제 끝이 날지 알 수가 없거든요. 아니 이 일이 과연 끝이 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역할입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이 들 때까지 그녀는 계속 궁지로 몰리고, 또 궁지로 몰립니다. 사실 그녀의 잘못은 아니에요. 세상이 그녀가 혼자서 견딜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니 말이죠. 그냥 엄마. 평범한 여인. 이 모든 것이 이 배역 안에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너무나도 착한 사람이라서 더 안쓰럽습니다. 언니라고 먼저 손을 내밀지만 외면할 수밖에 없는 여린 존재 그래서 더 서럽습니다.
‘김영애’는 청소 노동자이자 사람들에게 중심이 되는 ‘순례’을 맡았습니다. 나이가 많지만, 다른 사람에 비해서 못 배웠다고 하지만 사실 그녀가 가장 많이 배운 사람입니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 무엇이 잘못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죠. 사람들이 뭉칠 수 있는 거. 그리고 사람들이 힘을 얻을 수 있는 거겠죠. 힘이 센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서 강한 사람이 바로 ‘순례’입니다.
‘황정민’은 순수하면서도 넉살 좋은 ‘옥순’입니다. 어디에서나 볼 것처럼 평범한 아줌마에요. 그래서 더 예쁘고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저는 ‘황정민’이 민낯으로 얼굴을 드러낼 때 가장 좋더라고요. 이 사람이 정말 솔직한 사람이구나. 정말로 평범한 아름다움을 지닌 배우구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말이죠. 순수하고 착하고 그저 사람을 좋아하는 너무 예쁜 배역입니다.
‘천우희’는 까칠하면서도 틱틱거리면서도 매력적인 ‘미진’ 역을 맡았습니다. 이 배역이 참 모든 청춘을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수만은 면접을 보아도 그 어디에서도 답이 오지 않고, 그나마 있는 자리라고는 계약직. 할 수 있는 거 하나 없잖아요. 아직 세상이라는 것은 잘 모르지만 이게 잘못이라는 거은 아는 거죠. 당돌하고 싸가지 없을 수도 있지만 그래서 참 예쁩니다.
‘이승준’은 미워도 정말 이렇게 미울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미운 정규직 ‘최 과장’ 역을 맡았습니다. 마치 [또 하나의 약속]에서 보았던 ‘김영재’를 볼 때처럼 밉더군요. 자신도 결국 어쩔 수 없는 노동자이면서 노동자가 아닌 마치 사업자인 것처럼 행동을 하는 모습. 그것이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 조차도 너무나도 밉고 화가 났습니다. 우리 대다수가 이런 모습이겠죠?
‘디오’는 ‘염정아’의 아들이자 마찬가지로 노동자인 ‘태영’ 역을 맡았습니다. 그는 엄마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역할입니다. 그냥 자신의 처지가 너무 억울할 따름이죠. 당연할 겁니다. 이 시대에 아직도 폴더폰을 쓰고, 수학 여행도 가지 못할 것 같고 점심도 못 먹으니까. 그냥 묵묵히 노동자로. 그리고 엄마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 이후에 든든한 버팀목으로. 참 아리더라고요.
‘김강우’는 정규직이자 비정규직들을 돕는 ‘동준’ 역을 맡았습니다. 실제로 이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었습니다. 저만 하더라도 쉽게 이러지 못할 거라고 생각을 해요. 나에게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같이 나섭니다. 옳지 않은 것에 대해서 그르다고 말을 할 수 있는 멋진 정규직‘ 동준’역은 그래서 빛납니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과연 어느 세상에 살고 있는가? 이것이 바로 [카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일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날 과거보다 더더욱 혼자서 살 수 없는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혼자서 살 수 있는 세상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정당한 돈을 지불했으니 어느 정도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을 하죠. 그것이 과연 어떠한 가치를 가지고 만들어진 결과물인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막상 우리가 그 입장이 되고 나면 그들도 시리고 아팠었구나. 이런 생각이 들게 되죠. 쌍용차가 결국 소수를 위한 쪽으로 판결이 나고 말았습니다. 까르푸, 홈에버, 그리고 홈플러스로 이어지던 사이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되신 분들도 결국 더 아파오고 더 작아지셨습니다. 사건은 지도부만 해임되고 나머지는 복직되는 것으로 끝이 나버렸구요. 하지만 우리가 이런 일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이런 일이 더 이상 생기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다 같은 노동자잖아요? 같이 힘을 내고 목소리를 내라고.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조금이라도 안전하다고 하지만, 한 발만 옆으로 가면 낭떠러지라는 것. 우리 모두 알고 있잖아요. 이상주의자라고. 저런 세상은 올 수 없다고 손가락질 하기 전에 먼저 한 번만 생각을 해보자고요. 지금 이런 세상에서 사는 당신은 정말로 행복하십니까?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노동조합의 탄생, 아름다운 그녀들의 연대
둘 – 아들을 위해서 목소리를 높이는 ‘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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