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장
“너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 보이냐?”
“글쎄다.”
우석의 물음에 태현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뭐 그럴 이유가 있으려나?”
“뭐래.”
“그나저나 너 카페는 장사 잘 돼?”
“안 된다고.”
우석이 짜증을 내자 태현은 입을 살짝 내밀었다.
“안 되면 안 되는 거지 뭐 성질까지 내고 그러냐? 그냥 친구가 걱정이 되어서 물을 수도 있는 거지.”
“아니 어제 물어서 안 된다고 하던 장사가 갑자기 오늘 잘 될 이유가 있냐? 이거 오늘 정말 상태 왜 이래?”
“왜 이런 거 같은데?”
“어?”
우석의 표정이 순간 변했다.
“너 설마?”
“어. 우리 사귄다.”
“미친.”
태현은 씩 웃으면서 브이를 그렸다. 우석은 코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입을 꼭 다물었다.
“그래. 진작 네 마음에 대해서 솔직하게 대하라고 하니까. 왜 여즉 미적거리고 그래서. 다 이 형님의 코치 아니냐?”
“지랄.”
“너 그 말부터 고쳐.”
“뭐가?”
“작가라는 새끼가.”
태현은 입을 내리고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우석은 그런 태현을 보고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다가도 직접 카운터로 가서 음료수를 들고 와서 건넸다. 태현은 입을 쭉 내밀고 손을 들었다.
“잘 마실게.”
“너 나중에 나한테 옷 제대로 해야 한다.”
“내가 왜?”
“내 덕이잖아.”
“아니거든.”
“곰곰이 생각을 해봐라. 너 혼자서 막 망설이고 그럴 적에. 옆에서 내가 네 편을 들어주고 그러지 않았으면 이게 쉬웠겠느냐고? 아니잖아. 내가 옆에서 너 다 잘 되라고 이야기를 하니까 된 거지.”
“생색은.”
태현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밝게 웃었다.
“그래도 너에게 가장 고마우니까 너한테 먼저 온 거 아니야. 이 정도면 대충 잘하는 거 아니냐?”
“그런 걸로 대충 퉁치고 넘어갈 생각하지 말고 제대로 보답해라. 너 그냥 이대로 넘어가면 안 되는 거지. 내가 여수까지 직접 차를 몰아가지고 너를 딱 데려다 줬는데. 그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치사한 새끼. 알았다.”
“기다린다.”
“마음대로 해.”
입으로는 툴툴거리면서도 태현의 눈은 웃고 있었다. 우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카운터로 향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태현은 살짝 입을 내밀었다.
“저거 이제 사람 좀 되려는 모양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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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다렸어요?”
“아니요.”
나라가 편의점에 출근하기 전 태현은 나라를 데리러 그녀의 집까지 왔다. 나라가 극구 반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집까지 오는 건 좀 그렇다니까.”
“아니 이나라 씨가 일을 하고 그러니까 우리가 뭐 만날 시간이 있기를 합니까? 뭐가 있습니까? 이렇게 조금이라도 시간이 날 적에 만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안 되니까 만나러 온 거라고요.”
“치. 아니 나는 나 데리러 온다고 해서 뭐 차라도 끌고 오고. 뭐 편하게 해주려는 줄 알았는데.”
“차 가지고 올까요?”
“아니요.”
태현이 금방이라도 달리려는 포즈를 취하자 나라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태현과 있는 것이 더 좋았다.
“차를 가지고 오지 않아서 더 좋아요.”
“왜요?”
“그냥 같이 있는 시간이 늘었잖아요.”
“이나라 씨가 나를 더 좋아하는 모양이네.”
“네?”
갑작스러운 태현의 말에 나라는 그를 바라봤다. 태현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면서 능글맞은 표정을 지었다.
“나는 내가 이나라 씨를 더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뭐 지금 보니까 꼭 그런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뭐래요? 나한테 먼저 고백한 사람이 누구인데요?”
“고백을 한다고 뭐 다 사귀는 건가요?”
“뭐라고요?”
“아니. 그리고 고백을 하는 사람이 더 좋아하는 게 아닐 수도 있지. 지금 우리를 보라고요. 이나라 씨가 나를 더 좋아하는 거 아닙니까? 지금도 막 같이 있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고 그러네.”
“어머어머. 이 아저씨 봐요.”
“뭐요? 아저씨?”
“그럼 아저씨죠.”
나라의 말에 태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코웃음을 치더니 바로 나라의 손을 꼭 잡았다.
“뭐 하는 거예요?”
“어차피 아저씨 소리 들은 거. 그냥 아저씨 되려고요. 뭐 이런 순간에 망설이고 그런 거 웃기잖아요.”
“부모님이 보셔요.”
“뭐 어때요?”
“정태현 씨.”
나라가 미간을 모으자 태현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나라의 손을 놓아주었다. 나라는 입을 쭉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마음에 안 들어. 뭐가 이렇게 자기 마음대로에요? 나보다 나이가 많고 그러면 배려심도 있고 그럴 줄 알았는데. 지금 정태현 씨를 보면 나이랑 그런 거 아무 상관도 없는 거 같잖아요.”
“그런 건 아닌데?”
“그럼 뭔데요?”
“너무 좋아서요.”
태현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이 나이를 먹고 여자랑 연애하면서 이렇게 떨린다고 하면 말도 안 되고 되게 우습다고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는데. 그냥 떨리고 좋습니다. 행복합니다. 그냥 같이 걷는 것만으로도 좋습니다. 그래서 이나라 씨가 지금 마음에 들지 않고 쉽게 생각한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거 아닙니다. 지금 너무 좋아서. 정말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나도 좋아요.”
나라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나도 좋은데. 그런데 나만 더 좋아하는 거 같잖아요. 이런 거 막 자존심 상하고 그런다고요.”
“자존심 상할 게 뭐가 있습니까?”
“상해요.”
태현은 자리에 우뚝 서서 나라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리고 엷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좋아합니다.”
“나도요.”
“그럼 되는 거죠.”
태현은 나라의 손을 더욱 꼭 잡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나라는 살짝 태현에게 기대면서 엷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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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뭐야?”
“뭐가?”
“왜?”
“사겨.”
나라의 덤덤한 고백에 우리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태현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그렇게 되었습니다.”
“아니 이건 그냥 그렇게 되었다. 뭐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아니 언제 이렇게 된 거예요?”
“언니 퇴근이나 해.”
“이나라.”
“나중에 내가 이야기를 해줄게.”
우리는 입을 쭉 내밀면서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마지 못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나가고 나자 나라는 살짝 혀를 내밀었다.
“우리 언니 마음에 안 들죠?”
“그래도. 나라 씨 언니니까요.”
“그럼 가요. 나 이제 일하게.”
“같이 있을까요?”
“아니요.”
나라는 검지를 들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공은 공이고. 사는 사잖아요. 그리고 정태현 씨가 하는 일이 뭔지도 잘 알고 있으니까 그 일 하세요.”
“그럼. 내일 아침에 올게요. 우리 내일 데이트 해요.”
“데이트요?”
“너무 피곤할까요?”
“음. 아니요.”
잠시 고민하던 나라는 밝게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아요. 원래 밤 새고 공부도 하고 그랬는 걸요. 그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에요. 잘 가요.”
“네. 내일 아침에 올게요.”
태현이 나가고 나라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막 설레는 이런 기분. 처음으로 느끼는 기분이 낯설었다.
“신기하네.”
나라는 작게 웃음을 터뜨리고 일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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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좋냐?”
“어.”
우석은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태현을 바라봤다.
“아니. 친구가 생일일 적에는 아무 것도 챙겨주지 않고서는 지금 이나라 씨에게는 이것저것 뭘 할까 고민을 한다고?”
“너랑 나랑 벌써 생일을 몇 번째 보내는데 올해 생일 한 번 제대로 안 챙겨줬다고 투정을 부리는 거냐?”
“아무리 그래도 생일이잖아. 생일.”
“너도 얼른 연애해라.”
태현의 말에 우석은 가볍게 그의 뒤통수를 쳤다. 태현은 이를 드러내고 뒤를 노려보다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너 오늘 이 형님이 기분이 좋아서 봐주는 줄 알아. 나보다 나이도 어린 게 계속 건드리고 난리야.”
“나이는 무슨. 고작 너보다 생일 석 달 늦은 거야. 그걸 가지고 너는 무슨 나이라고 이야기를 다 하냐?”
“그래도 나이가 차이가 나기는 나는 거잖아. 안 그러냐? 너는 빠른 년생이니까. 너한테 형이라고 부르게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을 해야지. 인간적으로 내가 형 소리는 들어야 하는 거잖아. 안 그래?”
“아이고.”
우석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카운터로 향했다. 그리고 음료수를 들고 와서 태현의 앞에 앉았다.
“너 그렇게 좋아하면 안 되는 거다.”
“왜?”
“아니 안 그래도 네가 더 좋아해서 연애 시작한 거면서 너 자꾸 그러면 완전히 잡혀서 사는 거라고.”
“나는 아무리 잡혀서 살아도 좋다.”
태현의 말에 우석은 코웃음을 쳤다.
“너 후회한다.”
“그냥 지금 다 좋아.”
“미친.”
우석의 핀잔에도 태현은 싱글벙글이었다. 우석은 잠시 그런 태현을 보더니 한숨을 내쉬고 다시 카운터에 섰다. 태현은 그렇게 한참이나 나라랑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면서 이것저것 적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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