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네게가는길[완]

[로맨스 소설] 네게 가는 길 [14장 - 2]

권정선재 2014. 12. 21. 07:00

 

달콤한 감자칩 있나요?”

없어요.”

 

대답을 하던 나라의 얼굴이 구겨졌다.

 

지금 장난해요?”

왜요?”

 

태현은 입을 쭉 내밀고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편의점에 와서. 내가 찾는 물건이 있느냐. 그렇게 묻는데. 그게 뭐 잘못이라도 되는 겁니까?”

이봐요.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냐고요.”

아니요.”

 

태현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냉장고로 가서 음료수를 두 개 가지고 와서 현금을 내밀었다. 나라는 한숨을 토해내고 계산을 하고 잔돈을 내밀었다. 태현은 싱긋 웃으며 음료 하나를 내밀었다.

 

그쪽이 마셔요.”

정태현 씨!”

 

태현은 손을 흔들고 편의점을 나갔다. 나라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도대체 왜 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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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감자칩 있어요?”

아니요.”

 

나라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문 앞에 있는 거 못 봤어요?”

?”

달콤한 감자칩 없다고 써놓았다고요.”

.”

 

태현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라가 씩씩 거리는 모습이 귀여웠지만 태현은 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음료수 두 개를 가져왔다. 그리고 현금을 내밀었다. 나라는 입을 꼭 다물고 하나만 계산했다.

 

왜 그럽니까?”

하나 저 줄 거 아니에요?”

아닌데요?”

 

태현은 어깨를 으쓱하고 편의점 바깥의 우석을 가리켰다. 나라가 얼굴이 붉어진 채 계산하자 태현은 씩 웃으면서 음료수를 건넸다.

 

마셔요.”

정태현 씨. 정말.”

그럼 나는 가요.”

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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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왜 챙겨?”

그럴 일이 있어.”

 

달콤한 감자칩을 챙기는 나라를 보며 우리가 고개를 갸웃했다.

 

너 과자 같은 거 안 좋아하잖아.”

그렇지. 안 좋아하지. 그런데 나를 건드리는 사람이 있어서. 내가 정말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라는 걸 보여줘야지.”

그래?”

 

우리는 입을 내밀고 어꺠를 으쓱했다.

 

그럼 내 것도 하나.”

그건 안 되지.”

?”

고객이 우선이지.”

매정한 년.”

 

자신에게 차갑게 대하는 나라를 보며 우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 독종을 흔드는 건 도대체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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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라 씨.”

여기 있어요.”

 

태현이 들어오기가 무섭게 나라는 입을 쭉 내밀고 달콤한 감자칩을 내밀었다. 태현은 그걸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이거 뭐요?”

?”

아니 이걸 왜 내미는 겁니까?”

그러니까.”

 

나 이거 사러 온 거 아닌데요? 담배 한 보루만 좀 주세요.”

한 보루 안 팔거든요.”

에이 이러지 맙시다.”

안 팔아요.”

 

나라가 힘을 주어 말하자 우석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만 원 한 장을 내밀었다. 나라는 딱 담배 한 갑만 건네며 거스름돈을 건넸다.

 

안녕히 가세요.”

이거 정말 야박하네.”

뭐가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우리 사이에 이거 너무 야박한 거 아닙니까? 내가 여기에서 일을 한 정도 있는데 말이죠.”

일을 한 정 같은 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그냥 가세요. 지금 누구를 바보 취급 하는 거예요?”

아닙니다.”

 

태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다시 음료수 두 개를 들고 오고. 달콤한 감자칩을 받아들었다.

 

이거 계산해도 되는 거죠?”

, 그쪽 먹으라고 한 거니까요.”

고맙습니다.”

 

태현이 나가고 나라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얼굴이 굳었다.

 

뭐야? 오늘은 돈 안 내고 갔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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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매일 뭐 하는 거냐?”

뭐가?”

장난이라도 하는 거야?”

아니.”

 

태현은 입을 내밀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이 나이를 먹고 장난 같은 거 할 리가 없잖아. 그냥 이나라 씨가 나에 대해서 조금 더 제대로 생각을 해주었으면. 뭐 그런 생각이 있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전부야.”

아니 이러다가 이나라 씨랑 네 사이 조금이라도 더 어긋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 건데?”

이미 충분하지 않나?”

 

태현의 대답에 우석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태현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이나라 씨에게 조금은 가볍게 다가가고 싶어.”

너 이미 충분히 가벼워.”

그래?”

 

태현은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을 해보면. 우리 두 사람 처음부터 조금 우스웠거든. 내가 버스 정류장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이나라 씨가 나에게 담배를 끄라고 한 것이 시작이었으니까. 그다지 특별할 것은 없지?”

그거 진상 아니냐?”

그런가?”

 

태현은 킬킬거리며 입에 담배를 물었다. 우석이 미간을 찌푸렸지만 태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불을 붙였다.

 

새 차거든?”

그래서?”

꺼라.”

치사한 새끼.”

 

우석은 곧바로 창문을 열고 담배 냄새를 뺐다. 태현은 팔짱을 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냥 이런 식으로 다가가고 싶어.”

안 그래도 이나라 씨는 네가 조금은 장난처럼 다가간다고 뭐라고 하던 거 아니었어? 이러다가 무슨 역효과라도 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그럼 할 수가 없는 거지.”

 

태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나는 이나라 씨가 내 진심을 알아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해. 뭐 그래도 이나라 씨도 나에 대해서 아예 호감이 없는 상태는 아니니까. 내가 그렇게 쉽게 미워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잖아.”

나는 아니거든?”

 

우석의 떨떠름한 대답에 태현은 밝은 미소를 지었다.

 

고맙다.”

미친 새끼.”

 

태현은 머리를 뒤로 하고 짧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냥 좋았으면 좋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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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요즘 기분이 좋아보여?”

무슨.”

 

머리를 말리는 나라를 보며 우리가 입을 내밀었다.

 

그 사람 정태현 씨지?”

?”

네가 아까 감자칩 챙기던 사람.”

.”

 

나라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그런 나라의 눈을 가만히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두 사람 도대체 왜 그러는 거라니? 아니다. 이나라. 너 도대체 왜 그러는 거냐? 아니 지금 정태현 씨에게 자꾸만 마음이 가서 이런 식으로 챙겨주고. 그러고 싶어하면서 왜 그러는 거냐고?”

그런 거 아니야.”

 

나라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그 사람 그냥 거슬려.”

이나라.”

언니. 내가 도대체 뭘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 건데? 그 사람은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야. 안 그래?”

그게 왜 상처가 되는 건데?”

뭐라고?”

 

그래. 네 이름을 가지고 소설을 썼어. 하지만 그런 거 상처라고 할 수는 없는 거잖아. 그냥 너에게 호감이 가서 그런 것을 가지고 그 사람에게 너 지금 너무 모질게 행동하고 있는 거 아니야?”

언니. 지금 누구 편을.”

누구 편이 아니야.”

 

우리는 한숨을 토해내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옆에서 보기에 답답해서 그래.”

그럼 그냥 관심을 가지지 마. 내가 언제 언니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한 적 있어? 그런 적 없잖아. 나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겠다고 하는데 도대체 언니가 나에게 왜 이러는 건데?”

네 언니니까.”

뭐 언니?”

 

나라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웃기고 있네.”

뭐라고?”

한 번이라도 나에게 제대로 된 언니가 되었던 적이 있어? 지금까지 한 번도 좋은 언니였던 적 없으면서. 내가 언니를 찾았을 때 내 옆에 있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으면서. 지금 내 언니인 척 하는 거야.”

이나라.”

한심해.”

 

우리의 손이 그대로 나라의 얼굴로 날아갔다. 어마어마한 소리가 나고 부모님까지 자매의 방으로 달려왔다.

 

어머 이게 무슨 일이야?”

이우리.”

언니 탓 아니야.”

 

나라는 심호흡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잠시 우리를 보며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래. 이게 언니다운 거겠지.”

이나라.”

 

나라는 그대로 옷을 챙겨들고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