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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간의 시간. 그 안에 담긴 긴박함

권정선재 2014. 12. 15. 23:51

28일간의 시간. 그 안에 담긴 긴박함

[28]을 통해서 본 서사의 시간

 

1 서사와 삶

2 다섯 개의 질문을 통해서 본 [28]

2-1 [28] 제목의 의미는 무엇인가?

2-2 등장인물은 누구인가?

2-3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2-4 [28]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2-5 [28]의 핵심 키워드는?

3 결론

 

 

1 서사와 삶

우리는 서사라는 것을 예술적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의 무언가라고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사라는 것은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다. 누구나 서사에 대해서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우리가 늘 접하는 모든 것이 서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주 어릴 적부터 만나게 되는 모든 이야기들을 서사라고 일컬을 수 있다. , 서사라는 것 자체가 우리의 삶 자체와 떨어져 있지 않으며 우리의 삶 그 자체를 서사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서사를 만드는 이유는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을 서사라는 것을 통해서 이해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만의 기억 방법으로 서사라는 것을 활용하고 우리의 마음대로 서사를 응용한다. 서사는 우리가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는 예술이며. 지금 이 순간도 우리가 향유하는 것이다.

바로 이 서사에는 특별한 것이 있는데, 바로 시간을 우리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현실에서 느끼는 시간은 그 순간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층위가 계산되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문학 작품 속에서, 서사 속에서 만나게 되는 시간은 자유롭게 길이를 늘릴 수도 있고 줄일 수도 있다. 우리가 그것에 대해서 필요성을 느끼는 만큼 시간을 자유로이 배치할 수 있는 것이다. 서사에서의 시간을 자유로이 만들게 되면 우리는 그 만큼 서사에 대해서 이해를 깊이 할 수 있다. 그리고 하나의 사건에 대해서 더욱 명확히 이해할 수도 있게 되며 서사를 더욱 매력적으로 즐길 수 있게 된다.

정유정작가의 [28]은 그 중에서도 서사의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작품 중 하나이다. 좀비 물을 닮은 [28][28]이라는 시간을 각 인물들의 시간으로 재배치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이야기에 대한 몰입을 높인다. 짧은 시간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도 효과적으로 늘여놓고, 또 긴 시간 역시 짧게 축약하면서 독자들이 소설에 몰입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이는 더욱 효과적으로 발현되며 소설 자체에 대한 매력을 더한다. 특히나 [28] 같은 경우에 다양한 인물들의 입장을 통해서 교차를 통한 소설 전개를 이어가면서 더욱 더 특별한 매력을 선보이는데, 이 상황에서 서사의 시간을 자유로이 이용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소설에 대한 파악을 어렵게 하고 그 자체의 재미를 느끼게 만든다.

 

 

2 다섯 개의 질문을 통해서 본 [28]

 

2-1 [28] 제목의 의미는 무엇인가?

[28]은 가상의 도시인 화양이라는 곳에 빨간 눈을 가진 채로 사람들이 죽어가는 지옥과 같은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이 퍼지기 시작하고. 사람들이 그에 대해서 어떠한 변화를 겪게 되는지를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제목인 [28]의 제목은 사건이 일어나는 시간을 의미한다. 소설은 28일이라는 시간 동안 화양이라는 평범한 공간이 얼마나 끔찍하게 변화하고 얼마나 잔혹한 공간으로 변모하는지에 대해서 그려낸다.

 

2-2 등장인물은 누구인가?

[28]이 다른 소설들에 비해서 더욱 특별한 이유는 각 등장인물에 따라서 다양한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등장인물은 자신의 개들을 미끼로 삼아서 살아남은 서재형’, 뉴스 기자라는 타이틀로 더 큰 재앙을 불러일으키는 김윤주’, 악마와 같은 본성을 지닌 박동해’, 가장 먼저 괴질에 대해서 알아차리는 간호사 노수진’, 내키지 않는 순간에도 구조를 해야만 하는 119 구조대원 한기준’. 그리고 개 링고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다양한 인물들은 같은 상황의 괴질 안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내리며 자신들만의 정의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본다.

이들이 특별한 것은 그들의 관계와 사건을 통해서 서서히 변화를 겪는다는 것이다. 같은 상황 안에서도 그들이 생각하는 것은 모두 다르며, 그들의 변화 역시 모두 다른 방식으로 변화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로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일을 겪으면서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그의 변화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는 것이다. 등장인물들은 평범한 상황에서 큰 변화를 겪지 못하고 자신의 트라우마를 스스로 견뎌내던 것을 넘어서, 극단적인 변화까지 추구한다.

더욱이 [28]은 동물인 링고를 주인공 중 하나로 등장시키면서 새로운 매력을 더한다. 같은 재앙의 가운데에서 그 원인이라고 지목받은 종족인 링고는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없지만 그들의 행동을 막아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닫는다. 초반에 단순히 보호를 받는 존재였던 링고는 극이 진행이 될수록 가장 극한 변화를 겪으면서 활발하고 사람들을 적으로 둔 채 행동하게 된다. 이는 구제역 등을 통해서 인간 중심적 사고로 그들의 희생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기는 오늘날의 현실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며, 인간 중심 사고의 위험성과 그 잔혹성을 고발하는데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2-3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화양이라는 공간에서 전염병이 발생하면서 사람들을 강제로 가두고 국가에서 하나의 도시를 폐쇄하고 파괴하고자 한다. 국가는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하기 보다는 그저 이 사태가 다른 곳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하나의 도시를 막아버리고 그들의 인권을 짓밟는데 노력한다. 이 상황에서 국가는 죄책감이라는 것을 전혀 느끼지 않으며 그저 다른 곳을 위해서 이러한 일을 하고 있다고 자신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머 더 큰 압박과 잔혹함을 화양에 퍼붓는다.

이 모습은 하나의 전염병에서 한 국가가 보일 것 같은 행동을 가상으로 그려낸 것이지만 실제로 대한민국에서는 이미 벌어진 일이었던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국가의 탄압을 떠오르게 만든다. 518 민주화 항쟁 당시 국가는 그들을 폭도라고 규정하고 집단의 린치를 가하며 하나의 도시를 완벽하게 파괴한다. 그와 동시에 다른 지역에는 그 도시로 인해서 하나의 전염병과 같은 것이 퍼진다고 이야기하면서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서 정당성을 주장하는데, [28]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바로 그 광주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으며, 독자들로 하여금 실재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만든다.

동시에 사람들 사이에서 관계 변화 역시 소설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다. 갑을 관계처럼 서로 일방적인 관계를 맺는 것처럼 묘사가 되던 사람들은 점점 더 서로에게 큰 영향을 미치면서 서로의 행동에 대해서 영향을 미친다. 가장 큰 것이 김윤주의 기사로 인해서 재형이 변화하는 것일 것이다. ‘재형은 자신들이 동물들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죄책감에 대해서 쉽게 벗어날 수 없지만, ‘윤주의 행동으로 인해서 더욱 큰 재난이 닥치자 조금 더 직접적인 행동을 취하게 된다. ‘윤주역시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서 사회 전체에 얼마나 큰 울림이 일어나게 되는지 알며 자신의 글이 가지고 있는 힘과, 그 가치.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최후의 순간 죽음을 목도하고 나서야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서 참회하고 다시 태어난다.

 

2-4 [28]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람들이 마침내 스스로 움직이고 조직화되는 순간, 이것이 바로 핵심일 것이다. 국가가 저지르는 일에 대해서 처음에는 그대로 통제되고 하나의 공간 안에서 갇혀 있던 사람들이 마침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제대로 뭉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사람들이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는 순간이다. [28]에서 전반적으로 흐르는 것은 각개전투로 개개인의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제대로 된 정보가 없이 저마다의 행동을 하는 것을 그린다. 하지만 사람들이 하나로 뭉치는 순간 그러한 것을 넘어서 연대가 가능하고, 시민들은 더 이상 국가의 일방적인 폭력을 견디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주체로 등장하게 된다. 더 이상 국가의 폭력을 가만히 지켜보는 사람들이 아니라 스스로 움직이며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다. 초반에 국가적 재난에 대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며 그저 국가가 자신들에게 무언가를 해주기 바라던 사람들이 스스로 뭉치고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2-5 [28]의 핵심 키워드는?

화양그 자체가 바로 [28]의 핵심 키워드가 아닐까 생각된다. 하나의 도시이자 광주의 이미지를 덧입고 있는 화양은 국가의 린치에 대항하는 존재인 동시에 사람들이 살고 있는 그저 평범한 터전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과도 전혀 차이가 없는 공간인 동시에 빨간 눈이라는 괴질이 퍼짐과 동시에 재앙이 되고, 그 안에서 온갖 추악한 일이 벌어지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 사태를 처단하기 위해서 가장 추악한 짓을 저지르기도 하고, 그 가운데에서도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자신의 직업에 대한 사명을 갖추기 위한 행동을 이어나가기도 한다. ‘화양은 특별한 어떤 공간이 아닌 우리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익숙하면서도 두려운 공간을 상정하는 것이다. 재난으로 인해서 화양은 불타지만 동시에 사람들의 투지에 의해서 불타기도 한다. 결국 재형링고의 희생으로 인해서 이 모든 악마와 같은 일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것으로 끝을 내기에 독자들에게 크나큰 충격을 주면서 화양은 여전히 고립된 채 마무리된다.

 

 

3 결론

[28]은 다양한 인물들이 주가 되어서 이야기를 펼치는 만큼 서사의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만일 우리가 실제로 존재하는 시간처럼 하나의 흐름이 쭉 이어져서 연결이 된다면 동시에 다양한 인물들의 사건을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실제로 그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교체를 하면서 다양한 인물의 모든 심리를 세세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결국 이는 서사의 시간 안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서사의 시간 안에서 [28]은 자신의 시간을 마음껏 이용하면서 자유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같은 시간 안에서도 인물들은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면서 자신들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그 안에서 인물들은 다채로운 색을 더해낸다. 이는 시간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서사, 그 중에서도 소설이 가장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영화 역시 같은 것을 다룰 수 있기는 하지만 소설처럼 완벽한 밀도로 이것을 다루기란 쉽지 않다. 특히나 소설이라는 것은 아주 긴 시간을 세세하게 묘사할 수도 있음에 그 어떤 장르보다도 더 서사의 시간을 자유로이 다룬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28]은 그 충격적인 장면 묘사와 결말로 인해서 아주 마음이 편한 글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소설 자체가 지닌 흡인력과 실제로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동시에 선사한다. 우리가 [28]을 읽고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실제로 국가의 시스템이라는 것이 이런 식으로 밖에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것에 대해서 이미 인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는 개개인처럼 자신들이 접해보지 못한 일에 대해서 공포를 느끼며 말도 안 되는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을 국가를 위해서. 그리고 또 다른 국민을 위해서 행한 것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는 절대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자신들의 목소리에 정당함이 깃들어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기에 이 현실적인 아픔과 고통이 세세히 살아있는 [28]을 보면서 독자들은 마찬가지의 고통을 느낄 것이다.

특히나 비극적일 수도 있는 결말을 통해서 독자들은 더욱 충격에 빠진다. ‘화양이라는 공간에 내려진 재앙은 여전히 끝이 나지 않았으며, 그 와중에서도 끝까지 가장 인간적인 면모를 지키려고 하던 존재인 재형과 동족을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 하던 링고라는 존재를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모든 재앙의 시작은 여전히 명확하게 그려져 있지 않으며 국가는 여전히 같은 폭력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약간이나마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가장 먼저 김윤주라는 인물이 변화를 했고, 그렇게 끔찍한 상황을 마주한 와중에서도 사람들은 살아간다. 그리고 서로를 치유하고 과거의 일을 잊고자 노력하면서 다시 그 현장을 마주하고 되새긴다. 수많은 현실 속 아픔이 묻어나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에서 이는 중요한 메시지일 수도 있다. 살아남는 것이 최대의 목표가 된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주위의 아픔에 대해서 더 이상 피하고 외면해서는 안 되고, 외면할 수도 없다. 결국 그 아픔은 우리의 것이고 지금 당장 그 아픔을 피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언젠가 반드시 나에게 올 재앙이 될 것이다. [28] 속의 재앙은 그렇게 대한민국을 닮은 채로 사람들에게 경고를 한다.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화양이라는 것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