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웰컴 삼바, 감질 나는 영화
Good – 잔잔한 영화 좋은 사람
Bad – 뭔가 웃기고 즐겁지 않을까?
평점 - ★★★☆
뭔가 힐링 기운이 가득해서 본 영화였건만 이토록 답답 돋는 주인공이 버티고 있을 줄이야. 설 연휴 긍정적인 기운을 가득 채우려고 갔다면 사실 답답하지 않을까 싶은 영화 [웰컴 삼바]입니다. 흑인 불법 체류자 ‘삼바’의 이야기인 만큼 어느 정도 아슬아슬한 순간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겁니다. 그런데 이 영화 정말 해도 너무 합니다. 계속 해서 관객의 심장을 쫄깃하게 하려고 하는 건지 몰라도 그다지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거든요. 게다가 ‘삼바’ 자체가 그다지 사랑스럽기만 한 역할이 아닙니다. 왜 이렇게 답답하게 구는 걸까요? 자신이 정말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자신이 잘못한 것까지 모두 다 다른 사람에게 넘기려고 하는 모양새입니다. 화를 내도 그가 내면 안 되는 상황에서도 화를 내고 말이죠. 도대체 왜 저렇게 조마조마하게 행동하는 거지? 왜 저렇게 아슬아슬하게 구는 거야? 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영화를 보는 내내 듭니다. 애초에 불법 체류자라는 불법을 저지른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영화인데 오히려 그들이 당당한 권리자처럼 그리는 것 역시 조금 불편한 느낌을 주고 말이죠. 행복하고자 영화를 봤는데 영화를 보고 나면 그저 답답하기만 합니다.
약간 느린? 느낌의 영화인지라 제목처럼 삼바가 자주 등장하지 않는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사랑스럽고 달달한 느낌인 거 같은데요. 아마도 오직 한 가지 ‘삼바’와 ‘앨리스’가 교감하는 부분에서 이런 느낌이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서로에 대한 호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신들이 어떤 감정인지 모른 채로 조심스럽게 서로 다가가는 모습이 조금 귀엽게 느껴지거든요. 하지만 여기까지. 영화는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않습니다. 아니, 달달하려면 계속 달달하기만 하던지. 그게 아니라면 조금 더 집중적으로 문제 자체를 다뤘으면 하는데 영화는 그렇지 않거든요. 물론 거기에 사람이 있고 사람이 더 중요하기는 하겠지만 도대체 왜 이런 문제들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시선을 전혀 다루고 있지 않은 채로. 그냥 거기에 사람이 있었다. 이런 식으로 풀어가는 것은 아무래도 다소 불편하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게다가 달달한 두 주인공의 모습도 그다지 달달하기만 하지는 않고요. 아무래도 우울증인 ‘앨리스’와 불안한 신분 탓에 걱정을 하는 ‘삼바’의 신분 자체가 두 사람이 마냥 마음 편하게 있을 수 없게 하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두 사람이 진짜 친구가 되어가는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불안하니 말이죠. 위태로운 선 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영화입니다.
관객을 답답하게 만드는 ‘삼바’는 세네갈에서 온 불법체류자인데 지나치게 무거운 짐이 그에게 짊어져 있습니다. 가족은 그가 벌어오는 돈으로 생계를 유지합니다.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탓에 그도 너무나도 아슬아슬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그의 가족은 그런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프랑스에서 열심히 노력했지만 정작 그에게 남아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냥 같은 자리에서 맴맴 돌고 여전히 불안한 삶을 유지해야만 하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삼바’가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많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주인공이 너무 답답하게 행동한다는 사실 자체가 변화하지는 않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답답하게 행동하는 걸까요? 아무리 그가 막중한 책임감을 지니고 있고 그것이 힘들다고 하더라도 그는 어디까지나 범법자입니다. 범법자라는 것은 최소한의 주의를 해야 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는 전혀 그러지 않습니다.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행동하고 고함을 지르곤 하는데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특히나 지나칠 정도로 상대방을 자극하는 행동을 하는 것 등은 더욱 기이하고 묘한 행동입니다. 그가 쾌활한 성격이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 같지만 정작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 드는 감정은 그는 감정 장애가 있는 사람 같다는 것이 전부입니다.
‘앨리스’는 수면 장애를 겪고 있는 우울증 환자인데 서서히 앞으로 내딛고자 하는 인물입니다. 너무나도 여린 존재. 그녀는 겉으로 보기에도 금방이라도 휘어버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삼바’보다도 더 정확하게 균형을 잡은 채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아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떤 것을 해야 할지. 최대한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거죠. 그녀는 자신의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삼바’의 일에 최선을 다 하고자 노력합니다. 그를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이 되면 모두 다 하려고 하는 거죠. 아무래도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 피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자신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니 다른 일을 우선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어떻게 보면 되게 안쓰럽고 안타까운 존재인 거죠? 그다지 화려하지 않은 역할이라서 오히려 더 눈에 띄고 마음이 가는 역할입니다. 자신의 외로움에 대해서 다른 사람에게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그저 강한 척 가시를 세우지만 그 속은 너무나도 여린 존재. 그래서 정말로 친구를 원하지만 친구가 되고 싶어. 라고 말을 하지 못하는 존재이니 말이죠. 사랑스러운 그녀가 있기에 두 사람의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이 더욱 궁금합니다.
지나칠 정도로 느리고 심심한 영화이지만 그렇기에 이 영화는 나름 위로가 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으신다면 많이 답답하실 거 같아요. 저만 하더라도 조금 더 밝고 명랑한 느낌의 영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극장에 갔었던 지라 조금 진지하고 느린 템포의 영화가 펼쳐져서 도대체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었으니 말이죠. 하지만 그 느림에 나름 여유를 가지고 충분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면 충분히 아름다운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영화들처럼 명확한 기승전결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오히려 더 삶 그 자체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산다는 것 자체가 늘 영화처럼 화려하고 특별한 사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니 말이죠. 약간 불안불안한 느낌 안에서 정말로 자신이 누구인지 잊지 않고 살고자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그리고 그런 남자를 도우면서 자신의 불안함을 모두 달래고 진짜 자신으로 거듭나는 이야기. 비단 영화 속의 주인공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른 사람이 지정해준 그런 이미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 그대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큰 기대가 없다면 나쁘지 않을 영화. [웰컴, 삼바]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아름다운 파티 장면
둘 – 거친 인사를 나누는 삼바와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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