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강남 1970, 사이드가 추가된 세트 메뉴
Good - ‘유하’ 감독의 팬, ‘김래원’, ‘이민호’의 팬
Bad – 잔혹한 영화 싫은 사람
평점 - ★★★☆ (7점)
‘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 그 마지막 [강남 1970]은 사실 더 이상 세련된 것 없는 ‘유하’ 감독이 그 동안 만들었던 영화의 재탕이라는 느낌이 다소 강합니다. 확실히 더 세련되고 아름다운 영화가 되기는 하지만 새로운 무언가는 없는 거죠. 더불어 우리가 강남이라는 장소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지 않습니다. 그곳에 얼마나 많은 욕망이 담겨 있는지. 그 꿈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친 것인지 우리는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모르는 것은 그 꿈의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왜 그들이 그리 맹목적으로 달린 것인지를 궁금해 하는 것이 전부죠. 그 동안 ‘유하’ 감독이 만들어낸 영화와 다를 바 하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남 1970]이 여전히 매력적인 이유는 꽤나 감각적인 영화라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외모도 훌륭하고 연기도 잘 하는 ‘김래원’과 ‘이민호’라는 두 배우를 중심으로 삼아 그 암울한 시대를 세련되게 표한합니다. 특히나 그 동안 감독이 만들었던 영화들에 비해서 영상 자체가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물론 잔인하고 잔혹한 풍경 자체에 대해서 아름답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지지만 그 잔혹한 순간에서도 무언가 비장미 같은 것이 느껴지도록 연출한 감독이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강남 1970]이 특별한 이유는 요 근래 만나기 어렵던 정말 제대로 된 남자 영화라는 겁니다. 물론 깡패가 나오고 피가 낭자하는 영화는 분명 좋은 영화는 아닙니다. 게다가 이걸 뭐 사랑스러운 것처럼, 또 자랑스러운 것처럼 묘사하는 것 역시 부정적인 부분입니다. 혹시라도 이 영화를 보고 누군가가 이것이 멋지다고 생각을 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단순히 사회 부조리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의 굵은 선을 중심으로 드러냈다는 점은 분명히 감독만의 색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적당한 타협을 하지 않고 더 올드하게 밀어붙이는 거죠. 사실 그래서 굉장히 촌스러운 영화로 보이기도 합니다. 마치 과거 전성기의 홍콩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비슷한 류의 다른 영화들에 비해서 월등히 낫게 느껴지는 것은 은근히 묻어나는 한국 사회의 병폐 덕일 겁니다. 땅. 이 땅의 욕망을 감독은 숨기지 않습니다. 그 잔혹한 환경 속에서 살고자 발버둥치는 이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서글프고 마음으로 다가옵니다. 비단 어느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처럼 보이기 때문이죠. 저 역시 그 상황이었다면 살기 위해서 발버둥쳤을 테니 말입니다. 가장 암울한 시대에 가장 빛나고 싶었던 두 청년의 이야기는 서글픈 울림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김래원’은 욕망에 사로 잡혀서 모든 것을 버릴 수도 있는 남자 ‘용기’ 역을 맡았습니다. ‘김래원’이라는 배우가 워낙 연기를 잘 하는 배우이다 보니 이 역할 역시 화려하게 다가오는 느낌입니다. 사실 마냥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 있는 역할도 아니고 예쁜 역할도 아닙니다. 뭐 하나 제대로 지키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모든 것을 이용하는 잔혹한 사람입니다. 그에게 그 어떤 기준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저 살기 위해서 발버둥을 칠 따름이고 그것이 모두 다 정의라고 이야기합니다. 자신의 편에서 정의일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그저 일방적인 폭력에 지나지 않지만 ‘용기’는 그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사실 참 멍청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그의 약점을 알고 있는데 그런 것도 개의치 않고 그냥 앞만 보고 달리니 말입니다. 그래서 결국 자신이 다칠 수도 있는데 ‘용기’는 그런 것을 하나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 많은 것을 손에 넣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선이 살아난 ‘김래원’은 이 욕망에 사로잡힌 사내 그 자체로 보입니다. [마이 리틀 히어로]로 따뜻한 연기를 보였던 그 배우가 맞나 생각이 될 정도로 전혀 다른 역할인데요. 굵은 선으로 잔혹한 욕망의 이면을 세세히 그려내는 것은 ‘김래원’이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민호’는 ‘용기’와 반대로 욕망에 모든 것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남자 ‘종대’ 역을 맡았습니다. 뭔가 따뜻한 느낌의 배우라고 생각을 했기에 이런 역할이 조금 나설었습니다. 물론 ‘김래원’이 맡은 ‘용기’와 다르게 그는 조금 더 긍정적인 인물입니다. 마찬가지로 욕망에 의해서 움직이는 인물이기는 하지만, ‘용기’와는 다르게 가족의 행복, 같이 살고자 하는 욕망이 우선인 사람입니다. 즉 개인만을 위한 욕망이 아니다 보니 더 선하게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물론 ‘종대’의 방향 역시 옳다고 할 수 없을 겁니다. 성실하게 노력해서 무언가를 얻어가는 것이 아니라 다소 부정적인 방법을 사용해서 운을 바라는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런 ‘종대’를 나무랄 수 없는 이유는 세상이 그에게 이런 식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을 하기 때문입니다. 올바르게 살 수 있는 기회도 주지 않은 채로 어떻게 해야 살아갈 수 있는지. 이거 하나만 가르치고 있으니 말입니다. 세상에서 그가 믿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이 돈이었고, 그 돈을 벌기 위해서 온갖 천한 일을 하더라도 결국 손에 돈을 쥐는 것이 더 큰 행복을 자랑한다는 것이 그의 그릇된 삶을 만들어내니 말입니다. ‘이민호’라는 배우에 대해서 다소 편견적인 이미지만을 가지고 있었던 까닭에 그의 꽤 괜찮은 연기에 당황했습니다. 시대 안에서 ‘이민호’는 자연스럽게 녹아듭니다.
거리에 머무는 청춘의 서글픈 시대상을 고스란히 그리는 [강남 1970]은 그렇기에 더욱 서럽게 느껴집니다. 청춘의 이름으로 무언가를 해보고자 하지만 결국 그들은 주인공이 아닙니다. 세상이라는 곳에서 그저 이용당하고 버려질 따름이고 그 안에서 청춘이 아무리 발버둥치더라도 달라질 것은 하나 없습니다. 세상은 그들을 조롱하고 바보로 만들 따름이죠. 이 모습은 과거를 그리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 오늘날하고 다를 것이 하나 없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오늘날에도 수많은 청춘들은 더 많은 힘을 가진 이들에게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그 안에서 마치 부속품처럼 사용되고 대체될 수 있는 하나의 도구로만 작용하는 것이 전부이죠. 물론 ‘유하’ 감독의 다른 작품에 비하면 다소 부족하다고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만 그렇기에 더욱 빛나는 영화가 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특히나 [말죽거리 잔혹사]나 [비열한 거리]에 비해서 더욱 더 권력이라는 것이 전면에 드러났다는 점 역시 [강남 1970]에서 욕망을 선명하게 그려내는 수단이고 그 거리의 청춘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서로의 욕망이 얽히고설킨 곳. 더 많은 돈. 그리고 더 많은 욕망이 한 곳에 모인 강남이라는 장소. 강남이라는 잔혹함 안에서 발버둥 칠수록 더 외롭고 아무 것도 손에 쥘 수 없는 청춘들의 이야기 [강남 1970]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장례식장에서의 떼싸움
둘 – 부동산의 재미를 느끼는 ‘종대’
'☆ 문화 > 맛있는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맛있는 영화] 쎄시봉, 포장하고 너무 다르잖아. (0) | 2015.02.15 |
---|---|
[맛있는 영화] 주피터 어센딩, 놀라운 경험 그 이상 (0) | 2015.02.11 |
[맛있는 영화] 허삼관, 맛은 괜찮은데 양이 많은 듯? (0) | 2015.01.21 |
[맛있는 영화] 레드 카펫, 뚝배기에 파스타를 담아보자 (0) | 2015.01.21 |
[맛있는 영화] 오늘의 연애, 딸기만 맛있는 생크림 케이크 (0) | 2015.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