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쎄시봉, 포장하고 너무 다르잖아.
Good – 쎄시봉 음악만 있다면
Bad – 이게 쎄시봉 영화라는 거지?
평점 - ★★★ (6점)
그 유명한 가수인 [쎄시봉]을 주제로 다룬다는 이야기가 들린 만큼 매우 흥미로운 영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을 했건만 [쎄시봉]은 포장하고 다르게 너무나도 초라한 영화가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사실 저는 ‘쎄시봉’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89년생인 제가 ‘쎄시봉’을 기억하는 것은 오직 [놀러와]라는 예능을 통해서입니다. 오랜 시간 음악을 했던 친한 친구들. 그들의 음악에 담긴 진정성과 같은 것이 그 안에 담겨 있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 만큼 그런 소재의 영화가 만들어진다면 얼마나 흥미로울까 궁금했습니다. 뭐 그렇고 그런 뻔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반대로 오히려 그 이야기가 원래에 충실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쎄시봉]은 그 우려를 너무 걱정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고 결국 아무런 의미도 없는 [쎄시봉]이라는 영화가 탄생하고 말았습니다. 그저 그런 어색한 로맨스. 그게 바로 [쎄시봉]이 별로인 이유입니다. 저는 그 당시의 음악이 너무 좋아서 갔습니다. 그리고 대충 그 시절의 음악이 어떤 식으로 펼쳐지는지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쎄씨봉’이 없는 채로 가짜 이야기를 꾸며낸 것을 보라고 하면 다소 불편할 따름입니다.
게다가 이야기가 지나치게 늘어지다가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휘몰아치는 무언가 기이한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청년의 이야기와 장년의 이야기의 비중이 왜 이럴까요? 남성 화자의 입장에서 사랑을 바라보고 싶었다면 충실하게 그렇게 바라보면 되는 거고. 그 경우가 아니라면 여배우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펼치면 되는 거겠지만 [쎄시봉]은 그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습니다. 그저 애매한 이야기 안에서 시대를 담고자 노력합니다. 그러다 보니 영화는 그 어떤 것도 명확히 보여주지 않은 채로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그리고 그다지 낭만적이지도 않은 애매한 이야기를 선사합니다. [쎄시봉]이 남자의 순정을 그리고자 했더라면 ‘정우’의 행동이 그저 그렇게 장난스럽기만 한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진지한 이야기로 풀어갔어야 하는 거였습니다. 바대로 쎄시봉이 중심인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거였다면 그들의 이야기에 너무 큰 비중을 두면 안 되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감독이 쎄시봉 그 자체도 이야기하면서 자신만의 로맨스를 그리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고 결국 영화는 그 심심한 김 빠진 맥주와 같은 영화가 되어버렸습니다. 분명히 아름다운 영화가 있고, 영화 자체가 나쁜 것 같지는 않은데. 그게 ‘쎄시봉’이라는 이름을 단 순간. 밍밍하빈다. 조금 더 완벽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아쉬움이 생긴달까요?
‘정우’는 한 여자를 사랑하는 순애보적인 남자 ‘오근태’ 역을 맡았는데 우리에게 그를 널리 알렸던 [응답하라 1994]의 ‘쓰레기’와 어느 정도 맥이 닿아있는 인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이 영화에서 그가 빛을 발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나치게 비슷한 역할을 했기에 그런 것이 아니라 애초에 영화에서 그가 빛을 발할 수 있는 부분 자체가 너무 적습니다. 기본적으로 화자를 ‘이장희’로 설정한 이상 그가 그의 속내를 모두 드러낼 수 없기에 입체적인 캐릭터가 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그의 행동은 무조건적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는 아닙니다. 다정하고 착한 캐릭터일 수도 있지만, 자기의 마음도 제대로 모른 채로 상대방을 답답하게 하는 그런 존재라는 사실이 달라질 수는 없는 거니까 말입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거 아닐까요? ‘정우’의 연기력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특히나 취조실에서 그가 오열하는 장며은 역시나 ‘정우’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으로 그려집니다. 하지만 거기까지. 그 이상을 선보일 공간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쎄시봉 안에서는 ‘진구’가 중심으로 드러나고 이야기 안에서 ‘정우’는 이상할 정도로 소도구적일 따름입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시대, 그리고 훌륭한 영화가 있었지만 결국 공감할 수 없는 로맨스를 택한 순간 [쎄시봉]은 무너집니다. 더군다나 그 로맨스의 균형이 완벽하지 않습니다. 절대적인 시간 자체는 ‘정우’와 여배우의 분량이 많은데, 영화에서 의미를 지니고 있는 부분은 ‘김윤석’과 ‘김희애’의 부분이 더욱 큽니다. 오히려 그 여배우가 맡은 ‘민자영’보다 ‘김희애’의 ‘민자영’의 울림이 더 크거든요. 어차피 이렇게 중년 ‘근태’와 ‘자영’의 비중이 클 바에야 차라리 [건축학 개론]에서 그랬던 것처럼 성인 연기자들의 연기를 먼저 보였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도대체 왜 저 두 사람은 저렇게 서글픈 걸까 하고 말이죠? 공항에서 먼저 두 사람이 우연히 마주하는 순간 웨딩케이크가 울려펴지고, 다시 과거의 쎄시봉 이야기가 펼쳐진다면 그래도 어느 정도. 그들의 이야기구나. 하는 생각이 들 것 같은데. 그런 것 하나 없이 이야기가 펼쳐지니 너무 답답합니다. 그리고 도대체 이 이야기의 마무리를 어떻게 지을까? 알 수 없을 정도로 느림보 행보를 택하던 영화가 급작스럽게 결론을 내리는 것 역시 조금 아쉽습니다. 분명히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더 좋은 멜로 영화가 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감독의 조금만 더. 라는 생각이 결국 영화의 균형을 흔든 게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음악은 좋은 영화 [쎄시봉]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서로의 화음을 맞춰가는 트리오 쎄시봉
둘 – 뒤늦게나마 진실을 알게 되는 ‘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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