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맛있는 영화

[맛있는 영화] 레드 카펫, 뚝배기에 파스타를 담아보자

권정선재 2015. 1. 21. 13:22

[맛있는 영화] 레드 카펫, 뚝배기에 파스타를 담아보자

 

Good 부담없이 행복한 영화 보고 싶은 사람

Bad 성인 영화 제작 현장. 야하겠지?

평점 - ★★★☆ (7)

 

에로 영화를 찍는 감독의 로맨스라, 소재만으로도 독특한 [레드 카펫]은 별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즐거운 영화입니다. 실제 감독의 경험담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영화인데요. 솔직히 에로 영화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기에 과연 어떤 식으로 촬영을 하는 걸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대학교 교수님 중 한 분이 과거에 에로 영화 작가로 활동? 하셨다는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어서 대충 촬영장의 분위기는 알 수 있었지만 참 신기하더라고요. 사실 [레드 카펫]은 그다지 특별한 영화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냥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로 볼 수 있거든요. 자신의 직업에 대해서 철저히 숨기는 남자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그 동안 많이 보았던 소재이기는 합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런 류의 로맨틱 코미디로는 [7급 공무원]이 있었죠? 그런 만큼 [레드 카펫]은 평범한 로맨스 영화입니다. 그렇기에 이 계절에 가슴 속에 설레는 느낌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누군가에 대한 마음을 속으로만 꽁꽁 담고 있는 답답한 현실이 [레드 카펫]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거든요. 조금 유치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다고 할까요? 특별한 로맨스는 아니지만 그래서 더 소소한 행복이 담긴 영화가 바로 [레드 카펫]입니다.

 




레드카펫 (2014)

8.2
감독
박범수
출연
윤계상, 고준희, 오정세, 조달환, 찬성
정보
로맨스/멜로, 코미디 | 한국 | 117 분 | 2014-10-23
글쓴이 평점  

사실 [레드 카펫]을 살리는 것은 이 소소한 로맨스가 아니라 독특한 캐릭터가 아닐까 싶어요. 다른 영화들에서도 이 정도로 막강하게 살아난 캐릭터들을 보기 쉽지 않았거든요. 에로 영화를 찍는 현장이라는 독특한 배경이 바로 특별한 캐릭터들을 만들어내는 건데요. 코미디 영화에서 언제나 매력을 선보이는 오정세를 비롯해서, ‘조달환황찬성’, ‘이미도까지 어떤 역할 하나 빠지는 역할이 없거든요. 어딘지 하나 부족해 보이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매력적인 인물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일상에서도 우리가 친구를 사귈 때에는 무조건 완벽하기만 한 사람보다는 가끔 허술한 모습을 선사하기도 하는 친구를 더 사랑하잖아요. 게다가 무조건 웃기려고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완벽하게 자신의 일을 하면서 중간중간 허술함을 선사하는 역할들이라는 사실이 참 귀엽습니다. 작정하고 웃기는 것이 아니라 상황 속에서 소소한 웃음을 주기 위해서 노력하는 거죠. 꽤나 많은 배우들이 웃기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부딪치지 않는다는 것 역시 신기한 부분입니다. 아무래도 배우들의 연기 내공이 그 만큼 훌륭하기에 그런 거겠죠? 야한 영화를 기대를 한다면 사실 실망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냥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를 원하신다면 크게 실망하시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에로 영화 감독이지만 더 이상 에로만이 아니라 자신만의 영화. 부모님에게 보여드리고 시픈 영화를 찍고 싶은 정우역은 윤계상이 맡았습니다. 사실 윤계상의 위치는 꽤나 애매한 편입니다. 이미 가수로의 시간보다 연기자로의 시간이 더 길었던 그이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그는 god출신의 연기자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 동안 그가 보여주었던 연기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자리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다빈김재원이 나오던 달달한 영화가 어울릴 텐데, ‘윤계상은 자신이 배우라는 것에 대해서 부담감이 컸던 모양입니다. [풍산개] 등에서도 나쁜 역할을 선보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그에게 적응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로 진지한 영화만을 선사하는 것은 사실 팬으로도 당혹스러운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레드 카펫]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윤계상이라는 사람하고도 잘 어울리는 느낌입니다. 아직까지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사람들이 그 모습을 제대로 봐주지 않는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느낌 말이죠. 순진하면서도 직업에 대한 열정이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비록 말실수도 잦고. 사고도 치지만 나름 착실하게 필모그래피를 채우니 말이죠. 윤계상이라는 배우의 인생과 영화 속정우의 삶의 궤적은 잘 닿아있는 느낌입니다.

아역 배우 출신이자 진짜 영화 배우로 거듭나고 싶은 은수고준희가 맡았는데요. 도회적이면서도 귀여운 매력의 고준희는 자신의 매력을 십분 발휘합니다. 그 동안 톡톡 튀는 매력을 가진 외모와 다르게 그녀는 그다지 톡톡 튀는 작품만을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역할이 더욱 잘 어울리고 사랑스럽게 느껴집니다. ‘고준희라는 여배우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이제야 제대로 발휘한 것 같거든요. 참 사랑스러운 여배우인데 그 동안 왜 이 매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나 싶습니다. 물론 그녀 특유의 답답한 발성은 여전히 고쳐야 할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준희는 사랑스러운 연기를 선사하고 이는 부정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다만 우리나라 영화의 여주인공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신파를 그녀 역시 피할 수는 없었던 모양입니다. 어떻게 발버둥을 치려고 하더라도 그녀는 결국 오해를 하고 떠나버리고 마는 신파의 여주인공이 됩니다. 아니 도대체 왜? 도대체 왜 모든 여주인공들은 신파를 찍어야 하는 건지 아쉽습니다. 더불어 그녀의 사랑스러운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남성 위주의 시선으로 찍힌 영화인지라 그녀의 비중이 그리 크지 못한 것 역시 아쉬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한계 안에서도 고준희는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며 모든 아쉬움을 달랩니다.

생각보다 야하지 않지만 오히려 자신의 꿈을 위해서 뭐라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더욱 매력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실 꿈을 위해서 자신이 가진 것을 내려놓는 일은 그다지 쉽지 않을 겁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그만 두고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지만 지금 내가 이 일을 그만 두게 되는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 결국 사람들은 그 자리에 안주하는 것을 택하고 말 겁니다. 그것에 대해서 나름의 변명을 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영화는 그런 변명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향해서 그대로 달리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바로 이 부분이 [레드 카펫]이 가지고 있는 미덕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오늘처럼 불안한 세상에서 너의 꿈을 위해서 모든 것을 버려! 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한 말이겠지만 그래도 한 번 던져도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더군다나 감독이 현업에 있어서 그런지 그 작업 현장에 대해서 사실적으로 들어볼 수 있는 기회는 참 흥미로운 기회였습니다. 대학교 선생님 중 한 분이 과거 성인 영화 작가도 해보신 적이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 더 신기하기도 하고 말이죠. 모든 배우들의 사랑스러운 연기와 현실적인 작업 환경까지 빛을 발하는 매력적인 영화 [레드 카펫]입니다.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야릇한 에로 영화 오디션

작지만 아름다운 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