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델프트 이야기
하나의 그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델프트 이야기]는 몇 편의 단편이 모여있는 소설입니다. 그런데 이게 단편이라고 하기에 우스운 것이 하나의 그림을 둘러싼 이야기입니다. 결국 모든 것이 다 다른 이야기라고 할 수가 없이 하나의 이야기인 거죠. 하지만 그렇다고 장편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게 결국 그림에 대해서 모든 사람이 다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 각자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거고. 더욱 그림에 대해서 궁금해집니다. 어떤 그림인지 참 궁금한 거죠. 사실 하나의 그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것 자체가 독특하잖아요. 하지만 이게 너무나도 당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하나의 작품은 바라보는 사람마다 모두 다른 입장을 가질 수밖에 없고 이게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니 말이죠.
다만 그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라서 개인적으로는 무작정 흥미롭기만 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류의 소설이 아마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거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그림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는 데다가 시대 역시 우리와 가까이 있지 않기에 더욱 낯선 느낌을 선사하는 소설이었습니다. 다만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그림을 중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흥미롭기는 했습니다. 그렇기에 단순히 그림만을 가운데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일종의 추리 소설처럼 펼쳐지게 되는 거죠. 그림을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가 많은 만큼 아주 독특하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매력을 가진 소설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양한 시간 속에서 하나의 그림을 위해서 달려가는 것 역시 나름의 매력적인 부분이니 말이죠.
다만 명확히 그것에 대해서 말해주지 않는 만큼 살짝 난해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소설은 독자들에게 그리 쉽게 답을 내려주고자 하지 않습니다. 계속 독자들에게 또 다른 질문을 던지고 또 다른 수수께끼를 던집니다. [델프트 이야기]는 하나의 그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고자 하지만 정작 마지막까지 보다 보면 정말로 작가가 이 그림에 대해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차라리 독자들이 이 그림에 대해서 어떤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으면 하는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마지막까지 그림의 정체에 대해서 속시원하게 알려주지 않으니 말이죠. 다만 그게 나름의 매력이 될 수도 있겠죠.
그리 쉽게 쓰인 소설이 아닌 만큼 짧게, 시간을 내서 읽게 된다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는 책을 꾸준히 읽기 보다는 시간이 날 때마다 읽는데요. 그러다 보니 [델프트 이야기]는 매끄럽게 이해가 되지 않고 독자의 입장에서 살짝 난처했습니다. 게다가 개인적으로는 제 취향하고 다른 작품이라서 앞으로 돌아가서 읽고 싶지 않다는 것 역시 이 소설을 더욱 지루하게 느껴지게 한 부분이었습니다. 나름 흥미를 주는 소설이기는 하지마 마지막까지 무조건 달려가는 형식의 작품이 아니라서 더욱 지루할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비슷한 스토리가 계속 반복되는 것 같고 이 가운데 작가는 독자들에게 너무나도 많은 것을 숨기니 말이죠. 긴 시간이 있을 때 찬찬히 보면 좋을 [델프트 이야기]였습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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