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엘리노어 릭비 – 그 남자, 조금 무겁게
Good – 잔잔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Bad - ‘제임스 맥어보이’ 멋있겟지?
평점 - ★★★★ (8점)
[엘리노어 릭비 – 그 남자, 그 여자] (이하 ‘그 남자 그 여자’)의 한 축을 담당하는 [엘리노어 릭비 – 그 남자] (이하 ‘그 남자’)는 남자의 입장을 담고 있다 보니 살짝 묵직한 느낌입니다. 남성이 중심이 되는 영화라는 것 자체가 [그 남자]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부분입니다. 사랑하는 아이를 잃고 난 이후 아내까지 자신을 떠나게 된 남성의 입장을 최대한 덤덤하게 표현하고 있는데요. 그러면서도 그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또 얼마나 아픔을 느끼고 있는지가 섬세하게 묘사가 되기에 더욱 아름답고 아프게 다가옵니다. 저는 [그 남자 그 여자]를 먼저 보고 난 이후에 [그 남자]를 봤는데 그러다 보니, 아 하는 지점들이 생겨납니다. 빠진 퍼즐 조각을 제대로 채우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물론 두 편의 영화를 보고 난 이후 생각을 해보니 어떤 것 하나만 보더라도 이미 완벽한 영화이기에 굳이 세 편을 모두 관람할 이유까지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그 남자 그 여자]의 경우 양쪽의 이야기가 모두 다 진행이 되는 만큼 중간중간 다소 감정의 단절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하고 더 깊은 감정으로 들어가지 못했거든요. [그 남자 그 여자]에 비해서 한 인물의 감정을 더욱 깊이 들어가기에 매력적입니다.
사랑하는 아이를 잃고 가만히 그 슬픔의 무게를 커다란 추를 몸에 매단 채로 물 속으로 가라앉는 아버지처럼 묘사하는 ‘제임스 맥어보이’가 맡은 ‘코너’는 그렇기에 더욱 서글픕니다. 그는 대놓고 아프다고 이야기를 하거나 힘들다고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프다고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그는 충분히 아픔을 느끼는데요. 게다가 그의 사업 역시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서 그를 지치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그는 ‘릭비’처럼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조금은 더디게 그리고 그 상황으로 모든 것을 묘사할 수 있게 되는데요. ‘릭비’와 아파트에서 만난 이후 서글퍼서 눈물을 흘리는 그의 모습을 보면 아, 그 역시도 엄청난 고통을 홀로 감내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을 저절로 들게 만듭니다. 모든 것은 ‘제임스 맥어보이’라는 매력적인 배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지만 말이죠. 워낙 연기를 잘 하는 배우이다 보니 더욱 서글프고 마음으로 다가올 수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빠진 고리를 다루고 있는 만큼 사실 [그 남자] 역시 그리 완벽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한 사람의 입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잡히지 않거든요. 하지만 한 남자의 입장을 고스란히 그려냈다는 점에서 [그 남자]에게 점수를 줄 수 있을 겁니다.
[그 남자]는 남성의 이야기인 만큼 아버지와의 이야기까지 조심스럽게 다루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사실 아들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더군다나 사랑하는 아이를 잃은 아버지라면 말이죠. 부자 사이이기 때문에 서로의 속에 있는 이야기까지 하지는 못하지만 최대한 덤덤하게 지금 자신들이 느끼고 있는 것, 그리고 서로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까지 보여주는 것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더군다나 서로의 아픔을 제대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부자의 대화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값진 무언가겠죠. 조금 뭉텅으로 썰어낸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감정이 그 단단한 질감으로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다가올 수 있는 느낌입니다. 그 만큼 서럽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죠. 다시 한 번 기회를 얻기 위해서 조심스럽게 ‘릭비’에게 다가서는 ‘코너’의 어설픔. 그리고 모든 사실을 고백하고 그녀에게 진실만을 이야기를 한 채 조금은 성숙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코너’의 성장이 고스란히 묻어나기에 [그 남자]는 반쪽짜리 영화라고 하기 보다는 오롯이 그 자리에 존재하는 한 편의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임스 맥어보이’가 아무래도 [그 남자]가 더욱 공감이 갔다는데 저 역시 남자라서 그런지 그렇더군요. 감정을 투명하게 모두 전달하는 [엘리노어 릭비 – 그 남자]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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