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수다] 스포) 왜 [도리화가]는 망했는가?
[도리화가]는 솔직히 매우 볼까 말까 망설였던 영화다. ‘수지’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관객의 수준이 낮다고 말하는 배우가 나오는 이상 그다지 끌리지 않는 것이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수지’가 나왔다. 그것도 남장도 하고, 기생처럼 예쁜 옷도 입고, 시골 소녀처럼 수수하기까지 한 ‘수지’가 나온다고 하는데 어떤 남자가 [도리화가]를 마다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결과적으로 [도리화가]는 보지 않는 것이 더 나은 영화가 되어 버렸다. 기본적으로 ‘수지’의 분량 자체가 너무나도 적기 때문이다. 내가 [도리화가]를 본 이유는 오직 한 가지, ‘수지’가 나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영화는 ‘수지’에게 집중하지 않는다. 그녀는 거기에 그저 꽃으로 존재하기만 하면 될 따름이다. 조선 최초의 여류 명창은 그저 남성들이 소유하고자 하는 꽃이다.
게다가 판소리를 소재로 삼은 영화라고 하기에 부끄러울 정도로 영화는 ‘수지’의 판소리를 들려주지 않는다. ‘수지’가 조금이라도 노래를 부르려고 하면 감독은 바로 배경음악을 깔아버린다. 물론 ‘수지’가 보컬 라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정도의 대우를 받아야 하는 가수인지는 모르겠다. 이럴 거라면 애초에 ‘송소희’를 주인공으로 삼지 왜 ‘수지’를 주인공으로 삼은 건지 모르겠다.
심지어 5인방 중 그 누구도 제대로 판소리를 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관객의 수준이 낮다고 생각하는 배우 역시 무심한 판소리를 하는 것은 [도리화가]의 치명적인 단점이다. 아니 애초에 왜 판소리를 소재로 삼으면서 이런 것을 선택한 것인지 모르겠다. 배우로만 볼 영화라면 조금 더 꽃미남을 넣던가, 그런 것도 아니면서 감독은 왜 이렇게 안일한 선택을 한 것인가?
그리고 [도리화가]가 무슨 [은교]도 아니고 왜 그렇게 지저분하고 캐미도 어울리지 않는 로맨스를 넣은 건지 모르겠다. 이건 스승과 제자가 아니라 아버지와 딸처럼 뭔가 부적절한 관계로 보인다. 마지막까지 ‘수지’는 그저 남에게 의해서 피어나는 꽃이고 가져야 하는 존재로 나온다. 스승인 ‘류승룡’과 흥선대원군을 맡은 ‘김남길’ 사이에서 그저 소유해야만 하는, 신분에 의해서 가지고 보내지는 꽃인데. 최초의 여류 명창을 소재로 했다기에 부끄럽지 않은가?
영화 보는 남자 권 군 ksjdow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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