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영화와 수다

[영화와 수다] 캐롤, 그래 하필 여자였던 것뿐이다.

권정선재 2016. 2. 15. 15:05

[영화와 수다] 캐롤, 그래 하필 여자였던 것뿐이다.

 

이동진평론가의 하필 여자였다는 발언 때문에 영화 외적으로도 시끄러운 [캐롤]을 본 느낌은 하필 여자였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런 입장은 절대로 여성 동성애자의 삶을 무시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캐롤]이 더 아름다울 수 있었던 이유는 두 여성의 로맨스라서 그런 것이었으니까. 이것은 그들을 비하하려거나 무시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안타까울 뿐.

 

소외된 계층에서 다시 한 번 소외된 삶을 선택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캐롤]은 이야기가 진행이 되는 내내 관객에게 말한다. 여성이라는 존재는 남성과 다르게 부모라는 것을 선택하게 되면 자신의 무언가를 내려놓아야만 한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성적 취향도 숨겨야 하고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만 살아야 하는 가련한 존재를 [캐롤]은 담담히 그려낸다.

 

하필 여성이었기에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힘들었던 두 사람의 사랑은 결국 여성이었기에 더욱 아름답고 아련한 사랑을 그려냈다. 일부에서는 결국 두 사람의 로맨스였다는 말에 대해서 불쾌함을 느끼는 것 같기는 하다. 그들의 입장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로맨스 소설에서 결국 두 사람이었다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지만 결국 그런 시선이 호모포비아라는 생각이 든다.

 

동성애자의 삶은 특별하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특별한데 이걸 특별하지 않다고 말하면 특별하지 않을까? 성행위에만 모든 것을 치우치지 않은 채로 감정으로 쌓아올린 영화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결국 사람이구나. 두 여자의 로맨스가 아니라 두 사람의 사랑이라는 거였다. 그래서 더 아련하고 아픈 거였는데 이런 나를 보고 호모포비아라고 한다면, 나는 결국 호모포비아이다.

 

다시 보고 싶은 영화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는데 그 분위기 자체로 다시 보고 싶은 것은 퀴어 영화 장르 안에 더 많은 것 같다. [야간 비행]을 몇 번이나 보면서 어설픈 두 소년의 어른되기를 바라봤다면, [캐롤]은 여러 번 관람하면서 두 여성이 오롯이 자신을 받아들이며 자신을 여성이 아닌 사람으로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러니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고? [캐롤]은 무조건 최고니까 당장 극장에 가서 보라는 거다.

 

영화 보는 남자 권 군 ksjdowa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