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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방] 이름을 말해줘

권정선재 2016. 3. 31. 07:00

[행복한 책방] 이름을 말해줘

 

똑같은 이름을 가진 여자만 사귀는 소년과 그의 친구가 벌이는 모험을 통해서 성장하는 [이름을 말해줘]는 개인적으로 그리 흥미롭지 않았습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인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흡인력 있는 이야기이고 빠르게 읽히는 편이었는데 [이름을 말해줘] 같은 경우에는 중간중간 걸리는 부분들이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기본적으로 쉽게 공감할 수 없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어서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호감이 가는 캐릭터가 아니었거든요. 인물의 감정에 들어가서 세밀하게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소년의 여정을 통해서 그의 성장을 보여주어야 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그다지 흥미롭게 읽히지 않았습니다. 문장은 빠르게 읽히지만 그렇게 쉽게 머리에 들어오는 느낌이 아니었고요.

 



 

 

하지만 주인공 소년이 하는 고민, 천재일 거라 믿었던 평범한 아이의 모습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런 고민은 우리 모두 하는 고민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릴 적 많은 꿈을 가진 채로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를 거라고 믿지만 어른이 되어가면서,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어가면서 다른 사람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 그리고 어쩌면 내가 다른 사람보다 부족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그리 유쾌하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부모님께서 아직도 나에게 커다란 기대를 갖고 있다면 더더욱 그 모든 것을 버리는 것이 쉽지 않겠죠. 그 분들의 기대를 버려야 하는 것이니까요. 주인공 소년은 자신만의 공식을 만들기 바라며 서서히 변화하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노력하는 중입니다.

 

특히나 현재의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는 것은 흥미로웠습니다. 소설 속의 상황이기는 하지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지금 이 상황이 틀렸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앞으로 쉬이 나가지 못합니다. 앞으로 잘못 발을 내딛었다가는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것들까지도 잃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이죠. 지금 이대로 있다가는 지금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것들도 다 잃어버리고 망가질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하지만 소설 속의 두 소년은 다릅니다. 결국 이곳에 있다가는 전혀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모든 것을 버리고 여행을 떠나죠. 그리고 새로운 곳에 자신들의 발걸음을 남기면서 변화하는 계기를 만들어냅니다.

 

소재 자체는 매력적이고 후반부로 가면 속도가 붙으면서 읽기 편하니 초반을 잘 넘기시면 그럭저럭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같은 작가의 글이라고 생각을 하기에는 다소 끊기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툭툭 끊어지는 여정은 낯설었습니다. 아무래도 소년의 이야기라는 것. 그리고 감정적인 면이 제대로 자라나기 전에 어른들에게 그저 천재라는 이유로 그렇게 자라나게 된 소년의 이야기를 그려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웠습니다. 더 흥미롭게 살릴 수 있는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물론 천재 수학자가 될 거라는 소년이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까지의 여정. 그리고 진짜 사랑을 만나기까지는 흥미로웠습니다. 소년의 꿈을 향한 걸음을 다룬 소설 [이름을 말해줘]였습니다.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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