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수다] 위대한 소원, 한국형 영화 그만 만들지 않을래?
섹스하고 싶은 루게릭 소년에 소망을 담은 영화 [위대한 소원]은 분명 웃긴 영화가 될 것 같았다. 개봉일이 한참 남았을 때부터 미리 공개된 예고편은 이 영화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영화로 만들었다. 아니 [몽정기]와 [스물]을 잇는 영화라니. 누가 기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물론 영화는 처참히 그 기대를 부수기는 했지만 일단 예고편으로는 확실히 호감을 불러일으킨 영화였다.
병맛 코미디일 것 같은 [위대한 소원]은 갑자기 신파로 핸들을 확 틀며 지루함과 동행한다. 그래. 루게릭 병에 걸린 소년이 나오는데 무조건 미친 듯 깔깔거리고 웃는 게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애초에 그게 불편할 거면 루게릭이 아니라 다른 걸 쓰던가. 이미 루게릭 환자로 만들어놓고 거기에 신파를 끼얹으면 뭘 하자는 건지. 영화는 관절인형처럼 툭툭 꺾이고 스토리는 흔들린다.
확실히 B급 영화이긴 하다. 그래서 킬킬거릴 수 있는데 96분 중 대총 30분부터 80분까지가 아닐까 싶다. 분명히 빵빵 터지는 순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극장에서 나오면서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은 것은 어설픈 신파 때문일 것이다. 차라리 공감이 가는 신파를 그려내던가. 그렇지 않으니 도대체 영화가 뭘 말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웃음과 감동을 같이 잡는 것은 쉽지 않거든.
그래도 대놓고 섹스를 주제로 삼는 것은 좋다. 다만 여성을 단순히 성상품화 하는 느낌과 룸살롱을 긍정적으로 그리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싶다. 물론 B급 영화니 이런 식으로 여성을 대하는 것도 넘어갈 수 있겠지만 애초에 정상적인 로맨스를 다룬 것이 아닌 이상 유쾌하게 보기는 어렵다. 잘못된 여성에 대한 시선. 그리고 어설픈 신파로 [위대한 소원[은 그 누구의 소원도 못 들어준다.
당신의 소원이 미친 듯 웃긴 코미디 영화를 보는 거라고? 그럼 이 영화 보지 마라. 그냥 적당히 낄낄거릴 수 있는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나쁘지는 않을 거다. 물론 당신이 썸타는 대상과 이 영화를 본다면 그건 실수한 거겠지만. 그리고 어색한 친구 사이에도 보지 마라. 그리고 절대로 가족 영화로 보지 마라. 엄마 아빠 웃긴 거 보여주려다가 가족 간의 대화는 사라질 거다.
영화 보는 남자 권 군 ksjdoway@naver.com
영화와 수다 http://blog.naver.com/ksjdo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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