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부산행, 기대 그 이상의 영화
[부산행] 예매권을 제공 받은 후 쓴 리뷰입니다.
Good – 장르 영화, 오락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Bad – 정부 욕하면 다 빨갱이야.
평점 - ★★★★★ (10점)
기대작이기는 했으나 장르 영화로 재미있었을 것 같았던 [부산행]이 이토록 눈물 콧물 다 흘리게 하는 영화일 줄을 몰라서 놀랐습니다. 장르 영화로의 특성도 놓치지 않으면서 여름 대작 영화로의 재미도 놓치지 않는 [부산행]은 참 독특한 영화였습니다. 우리 사회의 축약판으로 보이는 [부산행]은 한 순간도 쉬지 않은 채 달리는 영화입니다. 부산까지 가는 기차 안에서 변하는 인간의 군상 등이 돋보이는 영화였는데요. 워낙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유명한 ‘연상호’ 감독의 실사 영화이다 보니 더더욱 그 세밀한 감정 표현 등이 돋보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치 캐릭터처럼 그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는 것이 독특했거든요. [부산행]의 좀비들은 [워킹 데드]의 그것들처럼 미친 듯 움직이는 것이 두렵기는 하나, 사실 [부산행]을 가장 두렵게 만드는 것은 그 좀비들이 아니라 이기적인 인간들의 모습입니다. 자신들만 살기 바라는 그 이기적인 인간들. 그 역겨운 모습을 통해서 오히려 더 많은 위협이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그 잔혹함. 그리고 현실감. [부산행]을 보면서 멍해지는 것이 바로 그 지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람이 좀비보다 더 잔혹할 수 있음을 [부산행]은 망설이지 않은 채로 표현합니다.
영화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동안 쉴 새 없이 진행이 되는데, 사건도 계속해서 터지고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보이는 캐릭터 역시 다채롭습니다. 누구 하나 주연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캐릭터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다 그곳에서 살아 나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거죠. 특히나 무조건 정의로운 인물만 그려지지 않는 것이 [부산행]이 가지고 있는 매력일 겁니다. 할머니로 그려지는 여배우가 데모하는 것들은 다 혼내야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부분 같은 것, 그리고 이럴 때 이기적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공유’ 등을 보면서 과연 누가 선하고 누가 악한 것인지 쉽게 파악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그들은 모두 평범한 사람이고 지금 우리와 같이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이 [부산행]에서 가장 의미가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도 이곳에 살고 있고 같이 살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부산으로 가는 KTX에 타고 있는 사람은 특실부터 일반실까지 모두 다 평범한 사람들이니 말이죠. 사회를 그대로 담은 그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공포스러운 상황. 그 모든 것들이 눈을 뗄 수 없도록 진행됩니다. 마치 게임처럼 생존을 위해서 달려야만 하는 인물이 만일 나였다며 어땠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되고요.
‘공유’는 딸에게 다소 무심한 아빠 ‘석우’를 연기했습니다. 다소 이기적일 수도 있는 그런 존재로, 오직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지키려고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과연 누가 ‘석우’를 나쁘다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석우’는 적어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상황에서 지키고자 하는 것을 위해서 움직이는 인물일 뿐이니 말입니다. 딸을 위해서 뭐든 다 하고 싶은 아버지.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귀찮아 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그냥 평범한 존재입니다. 가장 극한의 상황에 던지고 나서야 연대의 힘이 무엇인지 알고, 자신이 딸을 위해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인지 깨닫게 되는 인물인데요. ‘공유’의 인생 연기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그는 멋지게 이 역할을 소화합니다.
‘김수안’ 양은 ‘석우’의 딸이자 엄마를 더 좋아하는 ‘수안’을 연기했습니다. 초반부에는 그다지 매력이 없는 캐릭터입니다. 도대체 왜 여성이나 어린 아이, 심지어 여성인 어린 아이는 이런 역할만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답답한 역할이거든요. 그런데 가만히 보다 보면 그냥 평범한 여자 아이가 딱 이렇게 행동을 할 것 같습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아빠 말을 듣지 않고 여기저기 움직이고, 자신이 학교에서 배운 그대로 행동하면서 아빠와 부딪치기도 하는 그런 존재로 말이죠. 점점 더 아빠에 대한 애착이 커지면서도 똑부러지는 소녀인 ‘수안’이를 보면 재난 상황에서 가장 약한 아이가 어떤 상황에 처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까지 지켜보면 꼭 지켜주고 싶은 너무나도 여리고 착한 소녀가 됩니다.
‘마동석’은 임신한 아내를 지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상화’를 연기했는데요. 왜 사람들이 ‘마동석’, ‘마동석’ 하는지 알겠는 역할을 매력적으로 연기합니다. 그는 영화에서 거의 유일하게 처음부터 정의롭게 행동하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정의로운 데다가 능력까지 있으니 이보다 더 멋있는 캐릭터가 있을 수 있을까요? 다소 마초적이기도 하면서 약간 어설프기도 하고, 아내에게는 무조건 당하기도 하는 인물로 꽤나 사랑스러운 캐릭터입니다. 영화에서 거의 유일하게 심리적인 변화를 겪지 않는 인물이기도 한데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믿는 정의를 향해서만 나아가는, 그리고 다른 사람을 지켜줄 수 있다면 늘 앞장 서는 인물입니다. [부산행] 안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이며 가장 정의로운 인물입니다.
‘정유미’는 ‘상화’의 아내이자 임신부인 또 다른 약자 ‘성경’을 연기했습니다. 똑부러지고 선한 마음을 가진 존재인데요. ‘상화’를 컨트롤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존재입니다. 이타심을 갖고 있는 존재고, 각자의 상황과 사정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인물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이해하려고 하며 먼저 미소를 짓고 손을 내미는 인물이죠. ‘상화’와 더불어서 영화에서 가장 인물의 변화가 없이 선한 인물입니다. 아무래도 임산부이기에 성인 여성임에도 약자일 수밖에 없는데 그 상황에서도 빠르게 판단을 내리고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것이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최우식’은 야구 선수인 ‘영국’을 연기했는데요. 약간 약해보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 하는 캐릭터입니다. 이제 고등학생 역할은 어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여전히 너무나도 잘 소화하고요. 주저주저하면서 망설이는 그 모든 순간까지도 ‘최우식’이라는 배우가 있기에 그리 밉지 않고, 그의 행동이 모두 납득이 가고 이해가 가지 않나 싶습니다. 처음에는 ‘진희’에게 적극적이지 않지만 점점 더 그녀를 지키고자 노력하는 것도 너무 멋있게 그려집니다. 영화에서 가장 순수한 캐릭터이자 열혈 캐릭터입니다.
‘소희’가 나온다고 해서 다소 걱정을 했는데, ‘소희’는 ‘진희’ 역을 사랑스럽게 표현합니다. 다만 너무 약하게만 그려진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수안’이야 어린 아이니까 여성이지만 약자이고, ‘성경’은 성인 여성이지만 임신부라서 약자인 반면, ‘진희’는 지나치게 소극적인 인물입니다. 조금 더 ‘진희’가 맡은 캐릭터가 뭔가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만 반대로 힘이 없는 선한 자의 캐릭터를 잘 그려낸 것 같기도 합니다. 한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믿는 것을 향해서 나아가는 그리고 자기 마음에 솔직할 줄 아는 사랑스러운 캐릭터입니다.
‘김의성’은 영화에서 가장 뚜렷하게 부각되는 악역 ‘용석’을 연기했습니다. 이렇게 악랄할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그는 오직 자신만이 살고자 고군분투하는 인물인데요. 정말 악마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악랄한 캐릭터입니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목숨까지 희생시키는 악마거든요. 그런데 그 역시도 결국 평범한 사람일 수밖에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 역시 그냥 살고 싶으니까. 남들보다 그 살고 싶은 의지가 조금 더 강하다 보니 그런 일들을 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이기적이라고 욕하고 싶지만 가장 인간적인 인물로 보이기도 합니다.
워낙 기다리고 있었던 영화였지만 이렇게 재밌는 영화일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에 더욱 놀란 영화였습니다. 올 한 해 우리나라 영화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영화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요. 올 여름 한국 영화 BIG 4 중 한 편으로 꼽히는 영화인데 가장 먼저 천만 클럽에 갈 가능성이 보이는 영화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좀비에 대해서 공포를 느끼시는 분들도 크게 거부감이 없이 보실 수 있는 영화입니다. 초반에는 좀비의 기이한 모습이 무섭기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영화가 진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은 단순히 좀비의 습격이 아닌, 좀비의 습격으로 인해서 변화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으니 말이죠. 한 순간도 쉬지 않는 영화가 이렇게 만들어질 수 있구나. 그리고 맨 마지막까지 멍하니 볼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어느 한 순간도 관객에게 쉴 틈을 주지 않고 정말 엄청난 몰입도를 가진 채로 달려갔거든요. 연기력 구멍도 없고, 좀비를 연기한 배우들도 너무나도 완벽한 연기를 펼쳐서 더욱 공감이 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국형 좀비 영화의 새 장을 열기는 했지만, 무조건 신파로만 흐르는 그런 영화도 아니었고요. 애니메이션 감독의 작품이니 만큼 그 섬세한 감정 묘사가 더욱 돋보였습니다. 볼까 말까 망설일 것 없이 바로 극장에 가서 봐야만 하는 영화 [부산행]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세 남자가 가족을 구출하기 위해 나서는 부분
둘 – 수안이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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