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수다] [덕혜옹주]는 왜 아역과 노역을 뽑지 않았을까?
시사회를 통해서 미리 본 [덕혜옹주]는 꽤 재미있는 영화였다. 소설하고 영 다른 이야기가 진행이 되기는 하지만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인물에 대해서 조명한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다. 그리고 ‘손예진’과 ‘박해일’의 연기도 괜찮은 편이고. 그 시절을 절절하게 표현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덕혜옹주]는 분명히 의미가 있는 영화였고 흥미로운 지점이 있는 영화였다.
다만 [덕혜옹주]의 약점은 분장과 한정된 배우만 사용했다는 점이다. ‘라미란’이 지나치게 젊은 사람으로 나와서 나이가 들 때까지 연기하는 것에서도 관객들은 웃었다. 그리고 손예진과 박해일의 노역에 있어서도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건 감동적인 영화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사람들이 구별하지 못할까 그런 걸까? [국제시장]에서의 그 우스꽝스러운 것을 다시 볼 줄이야.
어색한 분장. 그리고 억지로 노인이라고 말을 하는 것은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아예 처음부터 웃긴 영화였다면 아쉽지 않겠지만, 아역과 청소년까지 너무 아름다운 영화였기에 더욱 아름다웠다. 그리고 나이가 든 ‘손예진’ 역시 너무 아름답고. ‘이덕혜’라는 한 인물에 대해서 고스란히 따라가는. 그러면서도 영화적으로 표현하는 그 모든 순간이 좋았기에 그것을 표현하는 법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덕혜옹주]가 좋았던 이유는 객관적으로 그것을 따라간다는 점이었다. 억지로 눈물을 흘리게 만들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둔 채로, 그리고 한 여인의 모든 삶을 조명한다는 것이 좋았다. 누군가의 눈으로 그것을 바라본다는 것. 그 만큼 감정은 드러나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겠지만 특유의 그 덤덤함은 영화를 촌스럽지 않게 표현하는 방법으로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덕혜옹주]가 아쉬운 이유는 킬링포인트가 없다는 점이었다. 영화는 참 착하다. 그리고 한국의 8월과 잘 어울리는 영화다. 일제 강점기에 피해를 입은 여성. 그리고 우리 민중들. 이걸 보여주는데 영화는 그치고 만다. 뭔가 카타르시스가 느껴지지 않는 너무 착한 영화. 자극적이지 않아서 좋기는 하지만 결정적 한 방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영화 보는 남자 권 군 ksjdoway@naver.com
영화와 수다 http://blog.naver.com/ksjdo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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