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덕혜옹주, 뒷맛이 씁쓸한 진한 차
[덕혜옹주] 시사회에 다녀온 후 쓰는 리뷰입니다.
Good – 역사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Bad – 역사는 그대로 그려야지!
평점 - ★★★★ (8점)
시사회를 통해서 미리 본 [덕혜옹주]는 책과는 달랐지만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영화였습니다. 단순히 일제 강점기의 피해로 끝이 날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 이후의 이야기까지 그려지니 더 많은 것을 담게된 영화였습니다. 한 여인의 일생을 고스란히 따라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덕혜옹주’라는 한 인물의 뒤를 쫓아가기 보다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 느낌이었습니다. 우리가 단편적으로 알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그 당시의 사람들이 어떤 일을 겪었던 것인지를 영화는 최대한 덤덤하게, 그리고 많은 것을 그려냅니다. 심지어 옹주라는 신분을 지닌 여인마저도 이런 일을 당했다는 것을 통해서 일제 강점기 아래의 대한민국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 아픔을 겪어야만 했던 것인지. 그리고 그 시대를 겪는다는 것이 어떤 일이었는지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떨어진 시선으로 그려냅니다. 영화는 암울했던 시기의 기자 ‘김장한’의 눈을 통해서 더 암울했던 시기인 일제강점기부터의 시대를 바라보게 만듭니다. 영화는 [덕혜옹주]이지만 실제 영화에서 그려지는 이야기는 ‘덕혜옹주’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역사를 다루고 있는 영화였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뭔가 지루하지 않은데 확 끌리는 게 없는데? 라는 생각이 든 이유가 바로 이 잔잔함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 리뷰를 쓴다고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와중에 영화 내용들을 살펴보니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는 ‘이덕혜’라는 개인의 아픔을 그리면서 그녀를 통해서 울게 만들지 않습니다. 관객들이 눈물을 흘릴 것 같은 상황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게 됩니다. ‘덕혜옹주’ 개인의 삶에서 중요한 고비. 그리고 이와 동시에 한국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전환들이 함께 그려지는데 많은 것이 생각되고 또 떠오르는 영화였습니다. 힘이 없는 나라. 그리고 그 나라의 국민들이 어떤 존재였는지. 그리고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나라를 팔아먹고자 하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 이에 대한 격렬한 대립이 없기에 영화는 도덕적 판단을 내리지 않지만 관객은 영화 밖에서 영화를 바라보며 그들을 평가하게 됩니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영화이기에 우리는 방관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 역사 안이었다면 어떤 것을 할 수 있었을까? 과연 앞으로 나서서 대한민국을 위해서 싸울 수 있었을까? 에 대한 고민도 하게 만듭니다. 보고 나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영화를 만나니 참 묘한 기분입니다.
‘손예진’은 여인으로 겪을 수 있는 많은 일들을 겪은 ‘이덕혜’를 연기했습니다. 왕실의 옹주. 그 누구보다도 고종 황제가 사랑하던 인물로 행복할 수만 있었던 인물. 하지만 역사는 그녀를 가만히 두지 않고 그녀에게 많은 시련이 생기게 됩니다. 아가씨인 ‘이덕혜’부터 연기를 하게 되는데 ‘손예진’ 배우가 가진 힘이 여기에서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꽤 나이의 폭이 큰 역할을 연기하기에 어색할 수도 있을 텐데, ‘손예진’ 배우 덕에 하나도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거든요. 특히나 밝지 않은 역할이기에 연기를 하면서 힘이 빠지기도 했을 텐데 그 순간도 아름답게 그려냅니다. 시대 안에 흔들리는 여인이지만 시대에 끌려가기만 하지 않고 스스로 움직이려고 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나 여성 단독 주연이라는 말과 어울릴 정도로 ‘손예진’은 확실한 힘을 가진 채로 [덕혜옹주]를 이끌어갑니다.
‘박해일’은 ‘김장한’이라는 인물을 연기했는데, ‘이덕혜’를 지키고자 노력하는 독립운동가입니다. ‘박해일’ 배우가 [모던 보이]에 이어서 독립운동가 역을 했는데 그 세월이 느껴지지 않는 모습이라 놀랐습니다. 여전히 젊고 반짝이는 느낌의 캐릭터였는데요. ‘이덕혜’를 묵묵히 지켜내는 모습이 너무나도 멋진 역할이었습니다. 극의 모든 부분에 등장하면서 극을 이끌어나가지만, 그가 주인공이 아니기에 망설일 수도 있었을 것 같은 데도 훌륭하게 ‘김장한’ 역을 연기합니다. 역사를 고스란히 지켜보는 인물로 그리 쉽지 않은 세월도 고스란히 연기하고요. 크게 튀는 부분이 없기에 연기가 힘들었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안에서도 자신의 드라마를 완벽하게 만들어냅니다. ‘박해일’이기에 ‘김장한’이라는 역할이 설득이 되는 것 같습니다.
‘윤제문’은 매국노 ‘한택수’를 연기했습니다. 정말 이렇게 악랄할 수도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사악하더군요. ‘윤제문’이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고스란히 활용하는 역할이었습니다. 영화 안에서 변주가 크게 드러나지 않는 단편적인 느낌의 악역이지만 오히려 그 일관됨이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가 사실은 안쓰러운 인물이라거나 그런 식으로 묘사를 했더라면 더 불편했을 거 같거든요. 그런 것 없이 정말 나쁜 놈. 그리고 성공을 위해서만 달리는 인간을 ‘윤제문’은 사실적으로 표현합니다. [암살]에 나온 ‘박병은’ 배우가 약점 같은 게 있었던 것과 다르게 악의 끝판왕처럼 등장하기에 더욱 두려운 인물입니다. 사악한 인간이자 역사를 모두 흔드는 잔혹한 인물입니다.
수많은 인물들이 역사를 재연하는 방식의 [덕혜옹주]는 생각할수록 아픈 영화였습니다. 왜 우리는 여전히 그 역사를 제자리에 돌려놓지 못하는 건지도 답답합니다.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 너무나도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특히나 이 영화가 특이했던 점은 역사에 대해서 어떤 답을 내리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보통 역사를 다루는 영화는 어떤 답을 내리고 그에 대해서 명확한 선택을 하게 되는데요. [덕혜옹주]는 최대한 그 역사 자체에 대해서 덤덤하게 그려낸 후 관객들로 하여금 어떤 선택을 내리게 하는 것 같은 영화였습니다. 당신은 지금 이 역사에서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은 현실에서 뭘 할 수가 있겠습니까? 라는 질문을 내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영화였는데요. 이것을 어떤 강요를 통해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덤덤한 시선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욱 특별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사에 굽이굽이가 이토록 많았다는 것. 그 역사의 모든 순간들. 그리고 ‘덕헤옹주’ 한 개인에 대한 아픈 역사까지 영화는 최대한 많은 것을 그려냅니다. 그리고 그녀의 삶이 오늘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관객들에게 어떤 울림 같은 것을 주는 영화였습니다. 무조건 울게 만드는 신파 영화가 아니라 더 큰 힘과 울림을 지닌 아름다운 영화 [덕혜옹주]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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