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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영화] 범죄의 여왕, 엄마형 히어로가 나타났다.

권정선재 2016. 8. 26. 10:52

[맛있는 영화] 범죄의 여왕, 엄마형 히어로가 나타났다.

 

Good 코미디 스릴러가 궁금한 사람

Bad 잔인한 거 1도 싫어!

평점 - ★★★★ (8)

 

약간의 기대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확 끌리는 것 없던 [범죄의 여왕]은 꽤나 유쾌하고 꽤나 긴장되는 영화였습니다. 물론 후반부로 가면 너무 스토리가 흐트러진다는 점. 결국 남성의 조력이 필요 없는 새로운 시대의 여성 히어로도 결국 모성애라는 무기가 없으면 싸우기 어렵다는 것이 한계로 보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오적인 영웅의 등장이라는 점이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는데요. 오지랖이 넘치는 어머니이기는 하지만 어떤 엄마라도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행동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니 아들이 혼자 사는 고시원에서 물세가 120만원이 나온다는 것을 믿을 수 있는 배우는 없으니까요. ‘박지영배우와 엄마라는 캐릭터가 어울릴까? 라고 생각을 했는데 꽤나 잘 소화를 하더라고요. 워낙 도회적인 느낌의 배우라서 이질감이 느껴질 줄 알았는데 푼수 같은 느낌도 잘 표현하고요. 특히나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대할 수 있는 독특한 캐릭터인데 아줌마 특유의 캐릭터를 잘 연기한 것 같습니다. 한 편의 영화 안에서 꽤나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그 다양한 캐릭터들이 겹치는 것 없이 풀어지는 것도 좋고요. 시간에 따라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 자체가 꽤나 유쾌했습니다.

 


 

 

  


     

영화는 신림동 고시원이라는 지역적 배경과 사법고시가 폐지가 된다는 현실적 배경까지 모두 갖추고 있는 독특한 영화였습니다. 이런 사회적인 배경이 돋보이니 독특한 영화 속 캐릭터가 더욱 돋보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들 중에서 정상적인 캐릭터는 하나도 없습니다만 모두 독특한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부 캐릭터를 제외하고는 절대적인 약자라는 것이 돋보이는 부분이었습니다. 언젠가는 잘 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있기는 하지만 하나도 달라질 것이 없는 현실에 몸부림 치는 인물들. 이들의 적나라한 사연이 돋보이니 더욱 매력적인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러면서도 꽤나 어둡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독특한 감성이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일 거라고 생각을 하지 못했기에 후반부에 점점 더 어두워지는 이야기에 다소 당황스럽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어두운 분위기도 그다지 불편하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는 캐릭터들의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게다가 무언가 아슬아슬한 느낌. 그 누구도 믿어주지 않지만 아들을 위해서, 그리고 진실을 위해서 나서는 인물이 있기에 더욱 매력적인 영화인데요. 윤곽이 드러나는 순간에도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영화였습니다.

 

박지영은 수도세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서 지방에서 상경한 열혈 오지랖 아줌마 미경을 연기했습니다. 다소 민폐 아줌마이기는 하지만 아들을 위해서 이 정도 행동도 하지 않는 엄마는 없을 거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다소 무모하기는 하지만 아들을 위해서는 당연히 할 수 있는 행동을 하는 캐릭터거든요. 겁도 없습니다. 가정 폭력을 당하는 친구의 남편을 위협할 수도 있고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인물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모두 강하지만 오직 아들에게는 약한 존재입니다.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서 아들의 시험에 어떤 영향을 줄까 조마조마하는 인물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로 똘똘 뭉친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측은지심을 품고 그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방법을 알고 있는 인물인데요. 처음에는 다소 불편한 캐릭터이고 답답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이해가 가는 인물입니다. 오직 아들 하나에게만 기대는 것 같고 유난히 호들갑을 떠는 것 같기는 하지만 영화 속에서 남편의 존재가 그려지지 않는 만큼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겁도 없이 앞을 향해 나가는 인물입니다. 남성의 도움 없이 주도적으로 극을 이끌어나간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입니다.

 

모두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개태조복래배우가 연기했는데요. 초반에는 너무 멍청할 정도로 답답한 캐릭터입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도 알지 못한 채 그저 다른 사람들에게 학대나 당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캐릭터인데요. 후반으로 가면서 점점 더 미경을 도우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깨달아가는 느낌입니다. 소극적인 것 같고 툴툴거리기는 하지만 사실은 굉장히 착한 캐릭터이고, 그 누구도 그를 선하게 대해주지 않았다는 것.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아서 그랬다는 것이 그려지면서 이해가 가는 인물입니다. 보통 영화에서 나오는 캐릭터와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조복래배우가 가지고 있는 힘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거친 말을 하더라도 악역으로 느껴진다기 보다는 안쓰럽게 느껴지는 캐릭터입니다. 천천히 변해가면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줄 알게 되는 인물입니다.

 

특별할 것이 하나 없는 아줌마가 용감하게 아들의 일에 끼어들었다가 고시원의 비밀까지 파헤치게 되는 이야기는 유쾌합니다. 다만 생각보다 수위는 꽤나 높은 편입니다. 살인 사건이라고 주인공이 파악하면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피도 꽤나 많이 나오는 편이고, 깜짝 놀라게 하는 부분도 많습니다. 그저 독특한 감성의 영화일 거라고 생각을 하고 별 생각 없이 봤다가는 다소 당황할 수도 있을 거 같네요. 그렇지만 이런 부분만 거슬리지 않는다면 정말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후반으로 가도 늘어지거나 하는 부분도 없고, 딱히 민폐를 끼치는 캐릭터도 없으니까요. 아들의 행동이 납득이 가기 어려운 것이 있기는 하지만, 고시생이라는 신분의 특성 상 그렇게 나쁘게 행동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 특히나 모든 인물들을 이름보다 몇 호인지 물으면서 파악하는 오늘날의 폐쇄적인 사회 등을 적나라하게 풍자하는 것은 [범죄의 여왕]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부분일 겁니다. 여성을 주변인으로만 두지 않은 채 적극적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존재. 그리고 모든 것을 아는 존재로 그려내는 것도 멋있고요. 남자들은 모두 찌질하고 여자들은 그렇지 않기에 멋진 영화입니다. 기대 하지 않고 봤다가 생각보다 그 짜임새가 탄탄해서 놀라게 된 코미디가 가미된 스릴러 영화 [범죄의 여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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