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수다] 올레, 나도 개저씨가 되는 건가요?
별로 의미가 있는 영화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허술할 영화일지 몰랐다. 개저씨. 아니 아저씨들의 판타지를 이런 식으로 그려낼 줄이야. 다 늙은 아저씨들이 총각이라는 이유로 30대 초반의 여성들과 어떻게 해보려는 그런 이야기. 정말 너무하지 않은가? 심지어 군인 보고 늙은 여자 노리지 말래. 자기들은 할아버지 수준이면서. 젊어 보인다고 예쁘다고 해줬더니만.
그래도 영화는 엉뚱한 이야기를 늘어놓거나 하지는 않는다. 다만 새로운 것도 보여주지 못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그 에피소드들의 나열 자체는 나쁘지 않다. 시트콤처럼 가볍게 볼 수 있으니까. 하지만 반대로 중심 스토리는 하나도 이어지지 않는다. 남자의 첫사랑은 무덤까지 간다고 하지만 그런 식으로 찌질한 녀석의 첫사랑으로 기억이 되는 여자는 정말 불쾌하지 않을까 싶다.
한 가지 이 영화를 들고 불안한 건 나도 40이 다 되어도 저렇게 철이 없을까 싶다는 거다. 뭐 지금 내가 생각했던 어른의 나이가 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어른 같지 않기는 하지. 그래도 저렇게 길거리에서 성행위를 하고 싶다고 하는 원숭이 같은 어른은 되고 싶지 않다. 아니 그쯤 됐으면 이제 단순히 성행위에만 몰두하는 그런 멍청한 수컷은 아니라 뭔가 현명한 어른이 되어야 하잖아.
세 캐릭터가 다채로운 것은 강점이다. ‘신하균’의 캐릭터는 영화에서 가장 설명이 되지 않는 캐릭터다. 혼자 왜 그렇게 비장한 건데? 가슴 아픈 첫사랑 없는 사람 어디에 있다고. 어쩜 이렇게 허술한지. ‘오만석’은 갑자기 사연팔이나 하고. 그래도 현명한 어른이기는 하다. 가장 문제적인 것은 슈퍼 개저씨 ‘박희순’이다. 짝짓기 못해서 환장한 이 개저씨는 아무 여자에게나 들어대곤 한다.
그냥 드라마처럼 흘러가는 평범한 영화이긴 하니 별 생각 없이 보기에 괜찮은 영화이긴 한 것 같다. 적당히 킬킬거릴 수 있는 영화니까. 그냥 저 아저씨들의 불쌍한 인생을 구경할 수 있다. 그래도 한 가지 부러운 건 그런 거지 같은 일을 하는데 친구들이 있다는 거? 부끄러운 일도 누군가와 같이 하면 조금 덜 부끄럽긴 하겠지. 제주도에서 왜 찍었는지는 잘 모르겠는 [올레]였다.
영화 보는 남자 권 군 ksjdoway@naver.com
영화와 수다 http://blog.naver.com/ksjdoway/
'☆ 문화 > 영화와 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와 수다] 고산자 대동여지도, 뭘 말을 하려던 걸까? (0) | 2016.09.08 |
---|---|
[영화와 수다] 고스트 버스터즈, 남성 우월주의자들은 꺼져 (0) | 2016.09.01 |
[영화와 수다] 서울역, 관객을 놀리는 거야? (0) | 2016.08.17 |
[영화와 수다] 스타트랙 비욘드, 진짜가 돌아왔다. (0) | 2016.08.17 |
[영화와 수다] 터널, 이거 다큐멘터리 아니지? (0) | 2016.0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