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수다] 1등이 아니어도 괜찮아. [걷기왕]
적당한 B급 코드를 지니고 있고 웃을 수 있는 영화 [걷기왕]을 보다가 중반부터 많이 답답해졌다. 주인공 ‘만복’이 너무 답답하게 행동했으니까. 그녀는 1등을 위해서 노력하지 않는데. ‘수지’가 그렇게 열심히 걷는데 그녀는 꿈도 열정도 없다. 도대체 왜 걷는 건지도 모를 정도로 답답하게만 행동하는 그녀를 보면서 화가 났다. 도대체 왜 다른 사람들의 노력까지 무시하려고 하는 거야.
물론 [걷기왕] 영화 자체는 꽤나 괜찮은 편이었다. 병맛 코드가 돋보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사랑스러운 병맛이라니. 특히나 ‘안재홍’이 연기하는 ‘소순이’ 캐릭터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약간 멍청하기까지 한 여주인공에, 육상부 역시도 이상한 사람들 투성이다. 그 아이들은 보통의 정상적?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는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아이들이니까.
동시에 영화는 아주 현실적이기에 뭔가 무겁게 다가왔다. 꿈을 잃은 아이들. 그러나 그 어떤 어른도 그 아이들에게 꿈을 꾸라고 강요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아이들은 그저 육상이 좋아서 하면서도 거기에 목숨을 걸어야만 한다. 아이들은 꿈을 꿀 수 없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꿈을 꾸라고 하면서도 아이들의 꿈이 어떤 의미를 담기를 간절히 바라니 말이다.
‘만복’은 꿈이 없는 아이다. 그저 선생님 설득에 걷기 시작한다. 멀미 때문에 걷기 시작한 아이. 이 아이의 걸음은 절박함이 없다. 누구나 고민을 해야 하는 진로의 시기에 아무런 희망도 없다. 그렇기에 관객으로 이 영화를 볼 적에도 너무 불편했다. ‘만복’은 민폐 덩어리였으며 도대체 왜? 이런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았는지도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지나치게 여유로운 캐릭터였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결국 만복의 결정이 옳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는 결국 모든 것이 다 1등을 위한 게임이라는 착각을 한다. 우리는 사람인데. 우리는 게임 속의 캐릭터가 아닌데, 우리는 마치 게임 속의 캐릭터가 된 것처럼 앞만 보고 달린다. 그러지 않아도 괜찮은데. 사회는 실전만 있다고? 그게 틀렸다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은 걸까? 진짜 인생을 향한 영화 [걷기왕]이다.
영화 보는 남자 권 군 ksjdoway@naver.com
영화와 수다 http://blog.naver.com/ksjdo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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