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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수다] 내 사랑, 이건 로맨스가 아니야!

권정선재 2017. 8. 23. 14:26

[영화와 수다] 내 사랑, 이건 로맨스가 아니야!

 

분명히 제목이랑 포스터를 보고 엄청나게 달달한 로맨스일 줄 알았건만, [내 사랑]은 이런 생각을 완벽히 부수는 영화다. 강인한 한 여인의 인생사.라고 하면 정확할까?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심한 관절염 탓에 가족에게도 벌미 받고. 남편이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은 남성에게 미친 듯 학대를 받은 여성의 슬픈 인생사. 이 정도로 설명하면 될 거 같다. 이건 절대로 [내 사랑]이 아니다.

 

주인공 모드의 인생을 다루는 영화고 원제도 [모드]이건만 수입 배급사는 모드가 안 유명하다며 제목을 바꾸어 버렸다. 그리고 그 결과 이 영화에 대해서 기대하는 것은 모두 사라진다. 하지만 차라리 [모드] 라는 제목을 그대로 썼더라면 이 영화에 대해서 좋았던 부분이 모두 살아났을 것이다. 개차반이기는 하더라도 남편 에버렛이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가능했으니까.

 

하지만 애초에 모드에게 폭력을 강요하며 그녀의 모든 돈을 빼앗아가는 남자를 사랑스러운 파트너라고 생각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고아로 자라서 사랑을 제대로 하는 법을 몰랐다고 하는 것은 온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고아들에 대한 모욕일 거다. 오히려 그들이야 말로 자신들의 결핍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서 더 다정하고 사려 깊은 어른이 될 수 있을 테니까.

 

영화는 관절염을 통해서 가족에게 버림 받은 모드가 일자리를 위해서 에버렛의 집에 살면서 그에게 사랑을 느끼고 화가로 성장하기를 그린다. 하지만 여기에서 에버랫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다. 스스로 직업을 구하기 위해서 나서는 주체적 여성도 모드고 고통으로 인해 손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순간에도 움직이는 존재는 모드였다. [내 사랑] 보다 [모드]가 나은 이유다.

 

하지만 이렇게 아쉬운 부분이 많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다시금 보고 싶은 이유는 모드라는 존재 그 자체 때문이다. 어떻게 평생 그림을 그리면서 살 수 있을까? 모드처럼 평생 자신만의 시선을 가지고 예술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기에 장애를 겪으면서도 그것을 견디는 그녀가 멋있다. 진짜 자신의 삶을 산 여성의 삶이 궁금하다면 [내 사랑] 추천 드린다.

 

로맨스 소설 쓰는 남자 권정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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