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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벚꽃 필적에 [오십삼 장. 한양 살이 하나]

권정선재 2017. 8. 30. 00:42

오십삼 장. 한양 살이 하나

그 멀리서 왔으니 모르지.”

?”

이곳은 물을 다 사서 써야 한다네.”

물을요?”

 

마을 아낙의 말에 춘향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물이란 누구나 자유로이 쓸 수 있어야 하는 것이었다.

 

어찌 그런.”

어찌라니. 한양 성 안에 물이 날 곳이 어디에 있단가? 우물이라곤 몇 없는데 그것이 다 이 모양인 것이지.”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춘향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물을 돈을 내고 써야 한다면 누군가는 꼭 필요해도 쓰지 못할 것이었다.

 

빨래 같은 것은?”

저기 물이 흐르긴 하네. 허나 그 물은 마실 수가 없어.”

어째서요?”

물 파는 놈들이 지키고 섰으니까.”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춘향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안 될 것이오.”

?”

 

학도의 단호한 말에 춘향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허나.”

이미 전하도 그 모든 것을 다 바꾸어보려고 하셨소. 허나 이미 그들은 너무 큰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니 아무도 그들에게 맞설 수 없고. 설사 임금이라고 해도 이길 수가 없는 것이지요.”

안 됩니다.”

 

춘향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주 이런 아이까지 물이 필요한 사람이 한 가득인데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어찌 그런 것입니까?”

샘이 두 개가 전부이니 그렇지.”

샘이 두 개라고요?”

그렇소.”

 

샘이 고작 두 개라니. 이 커다란 한양에서 그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분명 어딘가 샘이 나는 곳이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빨래를 하는 곳은.”

그곳은 지키고 있겠지.”

그렇습니다.”

그러니 조심해야 하는 거요.”

? 무엇을?”

 

학도는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춘향의 눈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허나 그대가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 모든 것을 혼자서 다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건 사람들은 그대가 여인이라는 것만 신경을 쓸 것이고 그것은 그대를 방해할 것입니다.”

허나.”

안 되오.”

 

학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춘향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뭔가 다른 방법이 있어야만 할 거였다.

 

 

 

이게 말이 되니?”

말이 안 되어도 할 수 없지요.”

?”

한양의 법도라잖아요.”

 

향단의 간단한 말에 춘향은 한숨을 토해냈다. 학도가 사는 집이기에 물 걱정은 없었으나 그래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우리만 물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고 해서 이것이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닌데.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인지.”

그러나 이것을 가지고 문제를 일으키다가는 결국 우리까지도 물을 제대로 쓰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가씨 그냥 참으세요.”

 

춘향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냥 참으려고 하지만 이건 참아서는 안 되는 문제였다.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안 됩니다.”

허나.”

안 됩니다.”

 

춘향의 간절한 표정에도 무영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춘향의 말이라고 하면 뭐든 다 들어줄 것 같은 무영의 달라진 태도에 춘향은 입을 내밀었다.

 

어찌 그러오?”

아시지 않습니까?”

무엇을 말입니까?”

그곳에 함부로 갔다가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그때는 누가 그 모든 것을 책임을 진단 말입니까?”

그것은.”

이미 그들은 한양에서 엄청난 힘을 지닌 자들입니다. 임금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이들이 누구의 말을 듣겠소?”

물을 더 가지고 오면 되는 것 아닙니까?”

물을요?”

 

무영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이런 생각을 이미 다른 사람들도 모두 해본 후였다. 허나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고. 지금 한양 도성 안의 물은 딱 두 곳에서만 관리하는 중이었다.

 

궐에서 나선다면요?”

?”

궐은 물을 마음껏 쓸 것 아니오?”

그것이.”

 

사실이었다. 궐까지 그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궐이 무얼 할 수 있단 말입니까? 궐에 함부로 사람을 들일 수도 없는 거고요.”

수로요.”

수로요?”

. 수로가 있으면 될 겁니다.”

 

춘향은 눈을 반짝이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안 됩니다.”

어째서요?”

안 됩니다.”

사또.”

 

학도의 단호한 대답에 춘향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뭐가 자꾸만 이렇게 안 된다고 하는지 너무 답답했다.

 

아니 안 그래도 전하께서 제가 누구인지 궁금해 하신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릴까 합니다. 이 정도는 되어야 제가 누구인지 아실 것 아닙니까?”

무례합니다.”

허나.”

안 되는 일이오.”

 

학도는 더욱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춘향은 침을 삼켰다. 춘향 역시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건 안 될 일이었다.

 

그 많은 이들이 물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게 지금 사람이 사는 일이라는 겁니까?”

그것을 모두 다 바꾸려고 했소. 그러나 모두 저항을 했지. 안 그래도 그대를 좋아하지 않은 이들이 많소.”

뭐라고요?”

나를 경계하는 이들이 많아. 그러니 곧 그대를 경계하는 사람들도 많소. 그러니 그대도 주의해야 할 것이오.”

하지만.”

 

춘향은 침을 삼켰다. 학도가 왜 한양에 오지 않으려고 한 것인지. 다른 이유도 알 것만 같았다. 허나 이대로 물러날 수만 있지도 않았다. 이 사실을 몰랐다면야 그냥 있었겠지만 알고 나서도 이럴 수는 없는 거였다.

 

그럼 제 물을 나눠도 되는 것이지요?”

그것이야 뭐.”

 

학도는 마지못해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표정이 밝아지는 춘향을 보며 따라 웃었다.

 

 

 

언제 보여줄 것인가?”

그것이.”

 

혼이 이리도 말을 하면 당연히 춘향을 앞에 데려다 놓아야만 했다. 허나 걱정이 되는 학도였다.

 

왜 그러는가?”

그것이.”

왜 그래?”

죄송합니다.”

 

학도는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이곳의 물 사정에 대해서 들은 모양입니다.”

?”

 

혼은 혀로 이를 문지르다 고개를 끄덕였다. 한양 도성의 물 문제는 그 역시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어째서?”

왜 아무도 나서지 않는 것인지. 그것에 대해서 걱정을 하고 전하에게 고하려고 해서 걱정입니다.”

나에게 고해?”

 

혼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런 상황이라니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그게 사실인가?”

?”

어디 여인이 감히.”

사실입니다.”

사실이라?”

 

혼의 눈이 가늘어졌다. 신기한 일이었다. 여인이 그런 일에까지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그가 진작 듣지 못한 것이었다.

 

궁금하구나.”

?”

데리고 오너라.”

허나.”

괜찮네.”

 

혼은 목소리를 낮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혼이 다시 예의 그 동무처럼 행동하는 모습에 학도는 침을 삼켰다.

 

 

 

정말 괜찮겠는가?”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무영의 대답에도 학도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춘향이 무슨 말을 할 것인지 전혀 가늠이 가지 않았다.

 

분명 거기에서 무례한 이야기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터인데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춘향이 그런 분이 아니시지 않습니까? 그 누구보다도 경우가 바른 분인데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래도.”

 

학도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춘향은 자신이 바라는 것. 그리고 자신이 옳다는 것은 관철하는 사람이었다.

 

아무리 우리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사람은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는 것은 지킬 사람이야.”

그렇겠지요.”

그러니 걱정이야.”

믿으십시오.”

?”

 

무영의 말에 학도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 곧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믿음. 자신이 어쩌면 잊고 있었던 것이었다.

 

절대로 사또를 걱정시킬 분이 아닙니다.”

그럴 테지.”

 

학도는 심호흡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춘향을 어떤 식으로도 믿어야 한다는 것. 걱정이 되었지만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니까 그런 사사로운 것들은.”

읽어줘요.”

나 참.”

 

아이들이 책을 내밀자 몽룡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글을 가르치는 사람이지 전기수가 아니었다.

 

그런 일은 내가 하는 일이 아니다. 시장에 가면 전기수가 있으니 그 사람에게 부탁이라도 하면.”

춘향 선생님은 읽어줬소.”

그래서?”

선생님도 읽어주시오.”

 

무모할 정도로 당당한 제안에 몽룡은 정신이 아득했다. 도대체 춘향이 이 아이들에게 뭘 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 참. 뭐 이런 녀석들이 다 있는 것인지 모르겠구나.”

읽어주시지요.”

알았다.”

 

전기수가 된 기분이었다. 허나 이야기를 읽기 시작하자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똘망똘망한 눈빛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 동안 이래서 춘향이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졸려서 눈이 까무룩 하던 아이들까지도 몽룡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