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장. 여름 방학 2
“오빠 왜 그렇게 기운이 없어?”
“어? 아니야.”
서정이 눈에 띄게 지쳐보이자 아정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서정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뭐?”
“일이 많아?”
“많지.”
서정은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씩 웃었다.
“내가 고 3에게 위로를 다 받고.”
“고 3은 하면 안 되니?”
“되지.”
서정은 더 밝게 웃었다. 아정은 평소와 다르게 서정이 자신을 받아치지 않는 것을 보며 입을 내밀었다.
“왜 그래?”
“아니야.”
지수의 물음에 아정은 고개를 저었다.
“이원희가 또 괴롭혀?”
“아니.”
원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보자 아정은 재빨리 고개를 흔들었다. 지수는 입을 쭉 내밀었다.
“내가 뭐라고 할까봐 그래?”
“그런 거 아니야.”
지수의 핀잔에도 아정은 그저 해맑게 웃었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아니.”
원희의 걱정이 가득 담긴 물음에 아정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원희의 표정은 꽤나 진지했다.
“네가 무슨 고민이 있으면 나에게 말을 해줬으면 좋겠어. 네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사귀는 사이니까.”
“그렇지.”
아정은 혀를 내밀며 씩 웃었다.
“그냥 오빠가 걱정이 되어서.”
“왜?”
“요즘 우울해 보여서.”
“우울이라.”
원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족이 지쳐있는 모습을 본다면 누구라도 다 걱정이 될 거였다.
“아마 이번에 영화제도 가고 그래서 걱정인 모양이야.”
“그러게.”
아정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원희의 눈을 보더니 씩 웃으면서 다시 한 번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있어서 그래도 위로가 돼.”
“무슨.”
원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푹 숙였다.
“나는 늘 너에게 도움만 받는 걸. 내가 너에게 별로 도움이 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 나는 늘 너에게 폐만 끼치고 있어.”
“그런 말이 어디에 있어?”
“사실이니까.”
“사실 아니야.”
아정은 원희의 손을 잡고 해맑게 웃었다. 원희도 그런 아정의 눈을 보며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학원이라도 다녀야 하는 거 아니야?”
“또 그 소리.”
“그래도.”
엄마의 걱정이 담긴 말에도 원희는 그저 미소를 지을 따름이었다.
“엄마. 내가 언제 엄마에게 필요한 것을 원하지 않은 적이 있어요? 내가 생각을 하기에 필요가 없어서 그래.”
“그래도 다른 애들이 다 하는 건데. 나만 너를 못 시키는 거 같아서. 그게 너무 마음에 걸려.”
“그럴 이유 없어요.”
원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식으로 한다면 자신은 해야 하는 것들이 훨씬 더 많을 거였다.
“저 성적 많이 오른 거 보셨잖아요.”
“봤지.”
엄마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거꾸로 그게 더 마음에 부채가 되는 느낌이었다.
“네가 혼자서도 그렇게 잘 하는데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있으면 얼마나 나아질까 그런 생각이 들어.”
“일요일에 애들이랑 과외도 듣는다니까.”
“그것도 미안해.”
원희는 엄마의 눈을 보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손을 내밀어서 그런 원희의 뺨을 어루만졌다.
“알고 있어. 우리 아들이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이 엄마를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그러면서 그래요?”
“그래도 미안한 건 어쩔 수 없지.”
“엄마.”
“그렇게 부르지 마.”
원희가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다시 자신을 부르자 엄마는 천천히 고개를 흔들고 원희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아들이 아는 것처럼 다른 애들에 비해서 내가 너에게 제대로 못 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잖아.”
“누군가랑 비교하지 마요.”
“어떻게 비교를 안 하니?”
“그럼 하기 싫지만 부모 없는 애들도 있어.”
“다르지.”
“뭐가 달라?”
“그거야.”
엄마의 말이 막히자 원희는 싱긋 웃었다. 엄마는 한숨을 토해내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 원희를 응시했다.
“그래 네 말이 맞지.”
“내가 알아서 잘 할게.”
“그래. 엄마는 믿어.”
원희는 더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뭐예요?”
“다음 주에 같이 영화 보러 간다며.”
“네? 그래도.”
선재가 봉투를 내밀자 원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아정을 쳐다보자 아정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휴가비야.”
“네?”
“원래 보통 회사에서도 그런 걸 준단 말이지.”
“여긴 회사가 아니잖아요.”
“뭐가 달라?”
선재의 대답에 원희는 한숨을 토해냈다. 이런 식으로 자꾸만 선재가 자신의 걱정을 해주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사장님. 이러면 제가 뭐라고 해야 하는 건데요? 그냥 고맙다고 받아야 해요? 그건 아니잖아요.”
“왜 안 돼?”
“네?”
“나도 지나가는 사람 누가 돈을 줬으면 좋겠다.”
선재의 능청스러운 대답에 원희는 입을 꾹 다물었다. 선재는 가볍게 원희의 어깨를 두드리고 씩 웃었다.
“그냥 좋다고 해.”
“사장님.”
“그게 지금 네가 해야 하는 일이야.”
원희는 입술을 꾹 다물고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아직도 화가 나있어?”
“아니.”
원희의 목소리에 날이 서있자 아정은 입을 내밀었다.
“화가 난 거 맞네.”
“맞아.”
원희가 바로 고개를 끄덕이자 아정은 한숨을 토해냈다.
“뭐가 화가 나는 거야?”
“네가 사장님에게 나에 대한 모든 것을 다 말한다는 거. 나 그거 내 자존심이 용납하지 못하는 일이야.”
“나도 받았는데?”
“어?”
아정이 신사임당을 내보이자 원희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뭐야?”
“용돈.”
“용돈?”
“응. 용돈.”
아정의 간단한 대답에 원희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고 혀를 살짝 내밀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그런 식으로 나를 위로하지 마.”
“왜 하면 안 되는 건데?”
“어?”
“나는 간단해.”
아정은 아이스크림을 한 입 가득 입에 머금고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원희의 눈을 응시했다.
“그냥 좋으면 좋은 거고. 아니면 아닌 거야.”
“아정아.”
“다른 건 너무 어려워.”
원희가 다른 말을 하려고 했지만 아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원희의 말을 막았다. 원희는 한숨을 토해냈다.
“정말.”
“왜? 너무 귀여워?”
“그래. 너무 귀여워.”
아정은 씩 웃으면서 더 밝게 웃었다. 원희는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헛기침을 한 후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해요.”
“뭐가?”
“아니.”
“괜찮아.”
원희가 무슨 변명을 하기도 전에 선재는 원희의 어깨를 두드리며 씩 웃었다. 원희는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그럼 됐어.”
선재는 밝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뭘 자고 와?”
“왜?”
“싫어.”
아정의 제안에 지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부천이 어디 시골도 아니고. 지하철도 다 다니는데. 마지막 차 타고 오면 되는 거지. 나는 싫어.”
“그래도 너무 늦지 않아?”
아정은 시간표를 확인하면서 입을 쭉 내밀었다.
“오빠 영화가 8시에 상영을 한단 말이야. 그거 끝이 나고 나면 10시거든. 그리고 무대인사 하고 나면 11시. 집에 오기 너무 늦을 거 같은데? 보니까 여기는 바로 지하철역도 아닌 거 같고.”
“그래도.”
지수가 자신을 보자 지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뭐가?”
“뭐?”
“나 쳐다봤잖아.”
“그냥 남자애들이니까 싫다는 거야.”
“나도 싫거든.”
지석이 입술을 삐쭉 내밀면서 말하자 지수는 허.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튼 나는 싫어.”
“그럼 셋만 있으면 되겠다.”
“야. 윤아정. 무슨.”
아정의 말에 지수는 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리고 세 사람을 모두 쳐다봤지만 자신의 편이 없다는 사실에 입술을 쭉 내밀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방 두 개 잡는다.”
“당연하지.”
지수가 엄지를 들어 말하자 지석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수는 뭐? 뭐? 라는 입모양을 하면서 지석을 쳐다봤고 지수는 한숨을 토해냈다.
“같이 알아보자.”
“여기가 가장 가까운 거 같아. 그래도 이름도 호텔이고.”
“그래.”
원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정과 원희는 지수와 지석이 싸우거나 말거나 열심히 어플을 뒤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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