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장. 다시 만난 고 3 4총사
“왜 그런 짓을 한 거야?”
“너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서정의 대답에 아정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게 어떻게 나를 위한 거야?”
“윤아정.”
“됐어.”
아정은 가방 끈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
“나 나갈게.”
“뭐?”
“안 그래도 어른이 되면 독립하려고 했어. 안 그래도 오빠가 나 때문에 제대로 삶을 살지 못하는 게 너무 싫었어.”
“아니.”
서정은 머리를 뒤로 넘기고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안해.”
“뭐가?”
“너의 삶에 신경을 써서.”
“그래?”
아정은 엷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아니야.”
“뭐가 아닌 건데?”
“나 나갈게.”
“윤아정.”
“오빠를 위한 거야.”
“그게?”
서정은 혀로 이를 훑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침을 꿀꺽 삼키고 주먹을 살짝 쥐었다가 풀었다.
“도대체 뭘 바라는 거야?”
“없어. 그런 거.”
“그런데 왜 그래?”
“그래서 이래.”
아정은 서정을 보고 애써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리고 한 번 고개를 끄덕인 후 돌아섰다. 서정은 한숨을 토해냈다.
“쟤가 도대체 왜 저래?”
서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서 나온 거야?”
“미안.”
“아니야.”
지수는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저었다.
“에이. 내가 괜한 말을 했나 보다. 나는 네가 오히려 여기에 와서 좋지. 그런데 나 자취한 건 어떻게 알고 바로 와?”
“이거.”
아정은 스마트폰을 흔들었다.
“SMS.”
“하여간 여우.”
지수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너는 왜 나온 거야?”
“갑갑해서.”
“그래?”
“응. 이상해.”
지수는 한숨을 토해내며 벽에 몸을 기댔다.
“아니 그게 말이 되는 거냐고. 사실이 아니잖아. 그게 말이 되는 거야? 어떻게 남자 애들은 한 시까지 들어와도 되고. 여자들은 열한 시에 들어와야 하느냐고. 아무리 그래도 이건 말이 안 되는 거지.”
“그렇지.”
아정은 입술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수는 입을 막고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미간을 모았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모르겠어.”
“돈은?”
“몰라.”
아정은 무릎을 안고 한숨을 토해냈다.
“네 말을 들으니까 아정 오빠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나쁜 말을 한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그래?”
“아니. 아무리 그래도 내 일에 왜 그렇게 신경을 쓰는 건데? 내가 알아서 할 건데. 오빠 라고 그러는 거 이상하잖아.”
“하나도 안 이상해. 나는 네가 부러워.”
“뭐가 부러운데?”
“나는 누가 그렇게 신경을 써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아정은 어이가 없다는 듯 얼굴을 구겼다.
“싫어. 정말.”
아정의 말에 지수는 가볍게 아정의 팔을 문질렀다.
“오빠에게 말을 하지.”
“무슨 말을 더 해?”
“그래도.”
“됐어.”
아정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싫어.”
“윤아정. 너 좀 심한 거 같아.”
“어?”
갑작스러운 지수의 말에 아정은 고개를 들어서 물끄러미 지수를 보더니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저었다.
“너 그게 무슨 말이야?”
“오빠는 그런 부탁을 하는 게 마냥 쉬웠을 거라고 생각해? 그 사람 보아하니 그다지 좋은 사람도 아닌 거 같은데. 오빠가 그런 사람에게 부탁을 하는 게 얼마나 불편했을지는 알아야 할 거 아니야.”
“그건.”
아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보아하니 서정의 성격이라면 희건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게 쉽지 않았을 거였다.
“그럴 수도 있네.”
아정은 고개를 푹 숙이고 아랫입술을 물었다.
“그래서 뭐?”
“네 오빠 좀 생각하라고. 지금 너를 가장 생각해주는 거. 서정 오빠잖아. 너도 그건 알고 있고.”
“알지.”
아정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흔들리는 자신을 잡아주는 건 서정이었다. 그래서 화가 났다. 자신은 그런 서정이 아니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거니까. 아정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나는 언제 어른이 되니?”
“어?”
“나는 계속 이래?”
“그건 아니지.”
“미안.”
아정은 짧은 사과를 하고 미소를 지었다.
“나가자.”
“어디를?”
“술 마시러.”
“여기에서 마셔.”
“아니.”
아정은 입술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조금 더 시끄러운 곳에서 술을 마셔야 마음도 편할 거 같았다.
“여기에서 마시면 머리만 더 복잡할 거 같아. 그리고 나는 지수 너한테 자꾸 투정을 부릴 거 같고.”
“지금 내가 뭐라고 해서 그래?”
지수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게 아니라.”
“아니.”
아정은 밝게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그냥 편하려고 그래.”
“그래. 뭐.”
지수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가자.”
“헤어진 거야. 확실히?”
“모르겠다.”
지석은 턱을 긁적이며 미간을 모았다.
“도대체 왜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서. 내가 아정이를 위해서 아무 것도 해줄 게 없잖아.”
“아니 지금 이 상황에서 뭘 더 해야 하는 건데? 너 아정이 좋아하고. 그거면 충분히 되는 거 아니야?”
“아니.”
원희는 볼을 부풀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재수까지 하면서 이런다는 게 우스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한심하지?”
“아니.”
“거짓말.”
“왜?”
“한심하잖아.”
“아니야.”
지석은 미간을 모은 채 원희에게 술을 따랐다. 원희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한숨을 토해내고 술을 마셨다.
“언제 이게 해결이 될까?”
“나가자.”
“어디를?”
“아무데나.”
“싫어.”
원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괜히 다른 곳에 가서 술을 마시다가 사고를 칠 수도 있었고 그냥 싫었다. 여기에서 지석과 대화를 하면서 술을 마시는 게 백이면 백. 훨씬 더 마음이 편할 거였다.
“나가서 괜히 사람들을 만나는 거. 그거 스트레스야. 나 그런 식으로 감정 낭비하고 싶지 않아.”
“그래도 지금 나랑 이렇게 같은 이야기만 해서는 답이 나와? 나가서 다른 사람하고 말을 섞어야 답이 나오지.”
“무슨.”
“너 되게 힘들어 보여.”
“그거야.”
“그러니 나가자.”
지석의 진지한 표정에 원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미안.”
“뭐가 미안해?”
“내가 너무 징징 거려서.”
“아니야.”
지석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이러는 거 아니야.”
“거짓말.”
“거짓말 아니고.”
“알았어.”
원희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석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가볍게 원희의 어깨를 때렸다.
“미안하다.”
“네가 왜?”
“내가 이런 상담을 잘 못해서.”
“에이.”
원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네 덕에 마음이 편해.”
“그럼 잠시만. 준비 좀 할게.”
“그래.”
지석이 화장실로 가자 원희는 한숨을 토해냈다. 지금 자신이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머리가 복잡했다.
“이원희. 정말 한심해.”
그러면서도 혼자서 어딘가로 갈 자신은 없었다. 학원 친구들은 지금 자신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게다가 스스로 이런 것에 대해서 말하고도 싶지 않았다. 그건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었으니까.
“가자.”
“응.”
지석의 말에 언희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어?”
“어!”
아정과 원희는 고개를 들었다.
“아.”
“그러니까.”
“아는 사이세요?”
그때 직원이 말을 걸었다.
“저희 지금 자리가 없어서. 일행이시면 같이 앉아주시면 안 될까요? 대신 음료수 서비스 드리겠습니다.”
원희는 돌아서려고 했는데 아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좋아요. 저희 동창이거든요.”
아정의 말에 다들 아무 말도 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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